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치다 마사코는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더구나 우리가 생각하는 조기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연령대보다 한참 어린 태어난 직후부터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책의 저자인 시치다식 조기교육이 우리나라 어린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신촌 세브란스 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소아정신과에 관한한 전문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더욱 자신있게 조기교육을 비판하고 나선다.

 

아이들의 발달이란 유선형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정한 때가 되면 계단식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그 때에 맞는 발달과업을 주는 것이 적절하지 너무 이른 교육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고 한다. 더구나 각각의 아이들의 발달은 개별적인 성향이 강하여 평균적인 발달속도에 맞춰 자신의 아이를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며 이로 인해 정신과적인 문제를 갖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문적인 발달론을 말한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NO! 오히려 친한 언니와 카페에 앉아 육아문제에 대해 진진한 대화를 나눈 것처럼 친밀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그것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도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금 못난 첫째아들과 모든 면에서 활동적이고 성공적이며 도전하기를 즐기는 둘째아들을 기르며 겪었던 고민과 노력의 결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표지에 욕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쓴 조기교육 비판서라고 썼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보니 오히려 나의 교육관과 비슷한 것 같아 동지를 얻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그동안 출산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위해 읽은 책들은 대부분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면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엄마가 해주어야할 수많은 '자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기가 태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니 나의 아기에게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슬며시 죄책감이 들던 차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아이에게 제공해야 하는 다양하 '자극'보다는 아이의 눈에 내 눈을 맞추며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민감한 게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때에 교육을 시작하지 못해 내 아이의 발달이 늦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엄마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면서도 내심 불안해했던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다. 우리 엄마라면 나 이상으로 아이를 사랑해주고 아이의 신호에 잘 반응해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많은 책을 접하고 있지만 책의 내용을 선별하고 비판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이 맞는 것 같고, 저 책을 읽으면 그 내용이 맞는 것 같고.. 아주 헷갈린다. 아직 시간이 있기에 좀더 방황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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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교육! 교육? 교육_
    from and your coverage is fantastic lol 2008-09-03 11:00 
    한국은 언제나 진통중인것 같다 스스로 티비와 신문을 끊고 두어달을 지낸 것 같은데,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소식과 한탄들에 세상돌아가는 건 감지할 수 밖에 없다. 초등과 중등생을 둔 엄마가 상사로 있는데 교육문제로 아침마다 그녀의 얼굴이 일기예보가 되어간지 오래. '오늘은 또 어떤 얘기를 할까' 어떨땐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자존심때문에 동년배나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말들을, 별다른 해법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게 토로하곤 하는 것이다. 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