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왕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1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키릴 첼루슈킨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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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처럼 드라마에 열광한다고 나를 탓하여도 나는 할말이 없다.

 

옛날부터 동화책과 소설책을 좋아했고, 아무리 유치하다고 해도 로맨스 소설은 나를 흥분되게 한다. 그것은 마치 내 몸이 일정량의 당분을 요구하여 무의식적으로 쵸콜렛을 먹는 것처럼 감성의 단맛을 유지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kbs에서 방영중인 '눈의 여왕'은 내가 제법 열심히 시간을 맞춰 시청했던 드라마 중의 하나다.

 

여타의 자극적인 내용과는 다르게 사건전개도 느리고, 성유리의 어색한 연기도 그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겨울이라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꽤 그럴듯한 심상이 드라마 곳곳에서 보여지기 때문에 열심히 본다.

 

더구나 현빈의 촉촉한 눈빛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아참, 내가 충동적으로 구매한 동화책 '눈의 여왕'은 이 드라마를 좀더 이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드라마 곳곳에서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언급되었던 것 이상의 내용은 동화책에도 나와 있질 않다. 오히려 적은 활자로 거대한 스케일과 스토리를 설명하기 위해 단순하게 표현된 내용들이 적지 않아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그래서 처음 읽었을 때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왜 이 책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건 꿈보다 해몽이 더 그럴싸한 것이 아닌지.

 

하지만 이왕 산 책, 다시 책을 펴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천천히 읽으며 그림을 살피며, 다시 천천히 호흡하며...

 

신기하게도 이 책은 느린 호흡 속에서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해주는 데 매력이 있다. 요즘 나오는 동화책들 역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생각의 여지를 남기기는 하지만, 이 책은 뭐랄까.. 세련되지 못하지만 먼지가 켜켜히 앉은 엔티크한 서랍장 속에 숨겨진 보석같다고 할까? 조금씩 먼지를 닦아낼수록 그 안의 광채가 빛을 발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펼쳐내는 유리구슬같다.

 

점점 더 눈의 여왕의 모습이, 카이와 게르다가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어두운 밤, 사정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조금은 두렵게, 조금은 호기심을 가지고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한번도 가보지 못한 라플란드라는 곳, 눈과 얼음으로 가득하고 요술과 마법과 모험있는 그 곳이 실제 속에 있다고 믿으며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지 않았을까?

 

한동안 등한시했던 동화책에 다시금 매력을 느끼며 역시 독서의 매력은 읽는 이의 머릿속에 펼쳐지는 그 나름의 상상의 세계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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