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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파울로에게 열광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의 스타일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은 분명하다.
...
누구에게나 남은 삶의 양은 불분명하지만
우습게도 우리는 평균적인 수명을 나의 것인양 착각하고
그에 맞추어서 살아간다.
물론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발상이긴 해도
넘치도록 많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결국은 그날이 그날인양 허송세월하기 십상이다.
언제까지나 나의 남은 삶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멋진 것이 될 꺼라고
미신처럼 믿어왔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불안감 역시 또아리를 튼 뱀처럼
가슴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 삶이 좀더 멋지기를 바란다는 게 나쁜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삶과는 영 딴판인 뭔가로 바뀐다는 건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맞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그 이유는 26년을 살아온 나의 행동양식, 즉 나의 행동을 주관하는 사고방식이라는 것 자체가 어느날 갑자기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베로니카에겐 죽기로 결심을 하면서 비현실적인 삶의 변화가 찾아왔다.
남은 생이 딱 일주일 뿐이고, 그 생을 보내는 장소가 정신병원이며,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정신병자"이기 때문에 용납이 되는 상황에서 베로니카는 완전한 변화를 겪게 된다.
물론 우리는 그녀와 같을 수는 없지만 그녀와 같이 지루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다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은 같고, 그래서 그녀가 보여주는 삶에 대한 메시지는 좀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늘 그렇듯
"내가 그녀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란 뻔한 감정이입을 해보자.
그러면 뻔하게 중요한 말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