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물들의 사회를 바라본다.

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ㅣ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이상한 동물들의 사회를 바라본다.
다른 것을 틀리다라고 말하는 이상한 동물들이 사는 곳, 바로 대한민국이다.

열명의 만화가들은 심사숙고한 흔적이 역력한 글과 그림으로 우리에게 대한민국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현장을 보여준다.

과연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더란 말인가?

추하다고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자화상에 미간이 찌푸려지면서도 한편 나의 의식수준은 이 책에 보여지는 '질낮은' 의식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나란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열등의식과 우월의식을 동시에 느끼면서 그 가운데서 줄타기를 하고, 자연스럽게 내가 가지는 모든 조건과 상황들을 '옳은 것'으로 인정하며 살려고 하면서 나보다 우월한 자와 비슷해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인지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내가 그 상황이 아니라 다행이다.'에서 시작한다. inside에서 outside를 바라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다니 큰일이군!' 문제의식을 느끼며 고민하는 척만 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데서 일단 안도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회전체 구성원이 모두 그러하다면, 그러하다면 어떻게 될까?

모두가 고개를 45도로 쳐들어(그것도 모자라 콧구멍에 비가 들이칠 정도로 고개를 꺾어든 자들도 있을 것이다.) 나보다 좀더 나은 자들만을 바라본다면,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될까?

역시 나는 나 중심적인 인간이라 나의 경우를 생각해본다.
역지사지.

내가 불편함이 없는 상황에 있을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내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다면? 외국에 나갔는데 유색인종이라고 차별을 받는다면?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면?

내가 사회적 약자로서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정당하지만, 그 상황이 아닐 때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이 진정으로 성숙한 인간의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