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 식탁 위에 놓인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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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를 즐기듯 

복잡한 세계사를 맛있게 소화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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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줄 의미 찾기의 기술
프랑크 마르텔라 지음, 황성원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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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많은 동화들이 이런 식으로 끝이 났다.

'그래서 왕자와 공주는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런 동화들을 많이 듣고 자라면서

'행복'이라는 장미빛 허구를 내 인생의 중요한 목표로 추구하며 살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핀란드.

아이러니하게도 이 행복지수만큼이나 우울증 발병률도 동시에 높다고 한다.

행복도 인간의 다양한 감정 중 하나에 불과할 뿐,

인생을 의미있고 가치있게 만들어 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때 누구보다 행복했던 공주들은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행복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난다면,

인생은 대체 무엇에 의미를 두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이 책에서 우리가 허무함에 빠지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마치 심판자처럼 인생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의미를 찾기 때문이란다. '인생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생은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지, 관찰해야할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인생 안의 의미를 찾도록 질문한다.


Q. 최근 어떤 경험이 다른 경험보다 더 의미 있었는가?

Q. 반면 어떤 경험이 별로 의미가 없었는가?

Q. 어떤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이 당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었는가?

Q. 어떤 업무가 다른 일에 비해 당신에게 더 의미가 있었는가?

 

뒤돌아보면 난 항상 다다르지 못할 이상향을 바라보며 내 인생 밖에서 나를 채찍질하며 살았던 것 같다. 저자는 인생 밖에서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내 인생 안으로 걸어들어갈 것을 촉구한다.


이 책의 매력이라고 느낀 것이 핵심적인 주제어를 설명하기에 앞서 어떤 철학자들의 발췌문을 보여준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장을 인상적이고 매력적으로 함축한 문장들.



이 작은 한 권의 책 안에서 다양한 철학자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서 더 설득력있고 풍성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가 인생을 프로젝트가 아닌 '이야기'로 생각하고 접근해야한다고 말한다.



삶에 대한 이해를 버거운 프로젝트가 아닌 나만의 강점과 약점, 기벽,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로 바꾸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못내 불만족스럽던 나를 향한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철학과 삶이 아름답게 맞닿아 반짝이게 하는 책이었다.



https://youtu.be/3gtHbPYwx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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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0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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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듣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다.

자유~론은 어떨까? 뭐든 '론'이라는 한 글자에 머리가 살짝 복잡해지지만

이 책을 통해 자유의 중요성, 효용성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자유'는 사실 철학, 종교에서 운명, 필연과 대치되는 '의지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닌 시민적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 그러니까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한계에 관한 이야기다.

개개인의 독립성과 사회적 통제의 한계선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제1장 서론 : 자유에 대한 개괄적인 논의로 전체내용의 요약

제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 : 가장 명확하고 견고한 진리를 얻는 방법이 토론과 논쟁이며 법이나 여론으로 소수의 의견을 억압하는 행동에 대해 비판

제3장 인류의 복리를 위해 필수적인 개성 : 사회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 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다양한 개성과 문화이므로 관습에 지배되는 개인과 사회는 정체된다고 주장

제4장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가지는 권한의 한계 : 사회와 개인 각각의 영역, 상호작용, 책임 등에 대한 논의

제5장 적용 : 주류& 독약판매, 매춘, 도박장 개설, 가정폭력, 의무교육 등 당시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어디까지가 자유이고 정부가 어디까지 간섭할 것인가? 자유론을 실제 문제에 응용하는 내용.


인상 깊었던 내용과 함께 우리 스스로 생각해 볼만한 화두 2가지가 있었다. 


첫째, 왜 자유가 중요한가?


'그냥 관습에 따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따르는 수순, 분위기에 묻혀 무난하게 살아가는 게 무슨 문제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밀은 그런 삶은 '원숭이 같이 흉내 내는 것 이외의 인간의 다른 능력들이 개발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면, 자신의 일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정하는 사람은 인간에게 주어진 모든 능력을 사용하게 된다.

보기 위해서는 관찰력을 사용하고, 눈앞이 아닌 멀리까지 내다보기 위해서 추리력과 판단력을 사용하며, 자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활동력, 결정하기 위해서 분별력, 결정을 내린 후에는 그것을 실현해내기 위해서 확고한 의지력과 자제력을 사용해야만 한다.

이런 다양한 능력들은 마치 근육과 같아서 오직 사용할 때에만 커지고 강화될 수 있다.





둘째, 토론의 중요성.


이 책에서 밀이 인류 역사상 훌륭하고 고귀한 사상을 법이라는 무기로 말살시켜 버린 가장 통탄스러운 사건을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죽음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당대 최고의 수준, 아니 모든 시대를 통틀어 흠이 없고 존경할만한 삶을 산 성인. 모든 성현들의 우두머리이자 윤리학과 철학의 원천이 된 사람들이지만 당시 사법당국 및 여론과 충돌로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렇게 강제력을 동원하여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은 사실 그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것을 빼앗아버린 행위인 것이다.

반대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전제하는 것인데 과연 인간이 그렇게 완벽한 존재냐?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금 인간이 쌓아온 위대한 업적들은 자신의 잘못과 오류를 끊임없이 수정해 온 결과물에 가깝다.

양쪽의 의견을 공정하게 경청하고서 양쪽이 제시하는 근거들을 심혈을 기울여 살펴보는 사람들에게만 진실이 허락된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나는 정말 잘 경청하는 사람인가 돌아보면서

반대의견과 부딪혔을때 무조건 받아치고 변론하려는 태도보다

상대가 제시한 근거까지 면밀하게 살펴보는 훈련이 필요하겠다란 생각이 들었요.


결론적으로 밀은 정부가 개인의 발전을 지원하고 촉진시키는 활동이라고 해도, 그 정도가 지나쳐서 안 된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가치는 결국 그 국가를 구성하는 개개인들의 가치인데 개개인들을 그저 유순하게 만들어서 말 듣는 사람들, 완벽한 기계로 만든다면 국민은 개성과 활력을 잃고 개개인의 합인 국가는 왜소해져서 결코 위대한 일을 이룰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반대로 개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풍성해지면, 그들이 이루는 사회도 풍성해지게 되는 것.

자유론을 읽으면서 이난 번 마음챙김에서 읽었던 시가 생각났다.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선택하고 나만의 탁월함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https://youtu.be/-JaufRsvu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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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ㅣ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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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험 있는가?

특별한 사람과의 만남, 특별한 이벤트도 아닌 별거 아닌 소소한 일과일 뿐인데 그게 무척 기대되는 마음으로 잠드는 경험.

내일 오전에 혼자 느긋하게 마실 커피.

내일 계속해서 읽으려고 책갈피를 끼워놓은 책.

​

아들은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어린이집에 못가다가 한참만에 등원하게 되니 일요일 밤이면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과 놀 생각에 설레며 기분좋게 잠에 든다.

이 책이 내게 좀 그랬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마음이 아프거나 힐링이 필요해서가 아니였다.

어느정도 주기를 갖고 심리학 관련된 책을 읽는데요. 일종의 마음에 대한 '종합검진' 비슷한 것.

꼭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종합검진을 받는 것처럼 성숙한 어른이라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마음을 성실하게 돌아볼 책임,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마음의 생채기는 없는지 살필 수 있는 마음챙김의 도구로 심리학 책이 안성맞춤인 것 같다.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본다.

먼저, 내가 오랫동안 꿈꾸어 온 북카페의 이상향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작가가 꿈꾸는 유토피아적 서점의 모습과 무척 흡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읽고 토론, 세미나, 낭독을 하기도 하고, 모두가 서점 직원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어떤 책에 대해 물어봐도 "000 페이지를 좀 보세요. 거기 심리 묘사가 진짜 압권이에요!" 라고 아주 구체적인 책의 매력까지 자유롭게 공유하는 일종의 '책놀이터'와 같은 곳이다.

시장성보다 책에 대한 사랑을 진짜 동력으로 삼는 서점.

이 책에서 뜻밖에 나의 꿈과 조우할 수 있어서 참 반가웠다.

아, 코로나 이전에 매주 서점에 가서 구경하던 일상이 더 그리워진다.

두번째, 그림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인상깊었다.

폴 고갱의 <신의 아들, 예수의 탄생>(1896)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그림은 여타 성화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누가 성화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난 절대 모를 것이다.

보통 성화 속의 성모 마리아나 예수는 말끔하고 잘생긴 백인으로 그려지곤하는데 이 그림 속 성모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해산 후 헐벗은 모습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어서 신성모독으로 비판받으며 큰 파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림 속 성모는 첫 출산에 모든 힘을 써버리고 아주 인간적이고 편안한 자세로 갓난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작가는 이 그림을 다음과 같이 바라본다.

​

'온통 흐트러진 자세, 구겨진 시트 주름은

그녀가 견뎌낸 참혹한 고통의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

이토록 흐트러지고 나와 거의 다르지 않은 몸을 가진 성모의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감동이 있었다.

그림에 대한 단순한 스토리 이상으로 캐릭터의 심리, 감정선까지 읽어내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 깊었다.

세번째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느낀 것은 1페이지라는 짧은 글감을 갖고 누군가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다는 것.

결혼 10년 차. 남편과 나는 이제 '따로 놀기 심화과정'에 들어선 것 같다.

이과 출신 프로그래머 남편과 2,30대를 출판에 몸 담아온 문과출신 아내.

평소 남편에게 호흡이 긴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이 힘들어 하고 때론 화장실로 도주했다. 물론 나는 화장실까지 쫓아가 집요하게 이야기를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too much talker다.

서로 다른 취미, 아이의 방해공작까지 더해지면 진지한 대화는 더욱 힘들어진다.

그런데 이 책의 한토막 짧은 이야기와 함께 트라우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생겼다.

친구 9년 + 부부 10년, 근 20년을 함께한 남편이 정말 다르게 보였다.(좋은 의미에서 ㅎ)

역시 독서는 혼자만의 사색보다 사람들과 함께 나눌때 여운이 짙어지고 생명력을 얻는다.

함께 나누기에 부담없는 한 페이지의 짧은 글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진짜 속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대화의 재료가 되었다.

좋은 글은 마치

가랑비에 옷을 적시듯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삶을 조금씩 바꿔놓는 것 같다.


* 영상리뷰 : https://youtu.be/wFqdjEf-V_Y


이 세상 모든 모난 돌들이여. 억지로 우리 자신을 동글동글하게 깎아내지 말자.
당신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나의 가파름과 울퉁불퉁함이야말로 ‘나를 끝내 나답게 만드는 그 무엇‘이므로.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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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살아갑니다, 지금 이곳에서 - 생명과 사랑을 찾아 전 세계로 떠난 11명 글로벌협력의사들의 이야기
글로벌협력의사 11인 지음 / 꽃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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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각형의 집모양 구멍 안에 현지인과 의사가운을 입은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참 심플하고 따뜻한 표지 디자인과 일러스트이다.


우리가 매일을 살아가는 집처럼 글로벌협력의사들은 전 세계 곳곳 낯선 땅에 심겨져 생명을 밝히며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간다. 이들에게 봉사는 연간행사,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삶이다.


우리는 언제든 쉽게 의사를 만나고 한밤 중에라도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땅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 70억 인구 중 무려 절반도 되지 않는다.


글로벌협력의사는 의료진을 교육하거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의사들이다.


이 책은 가나, 네팔, 몽골, 우즈벡 등 11개국에서 글로벌협력의사로 일하고 있는 이들의 삶을 담은 책이다.


"나는 '피지 의사가 아니다'라고 자주 다짐하곤 한다. 글로벌협력의사는 현지 의사가 아니다. 언젠가 파견지를 떠난다. 늘 마음에 새겨두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 버리면, 또 다시 피지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거나 또 다른 외국인 의사가 와서 진료하는...구멍 난 독에 물 붓기를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글로벌협력의사로서 의료와 수술보다 더 중요하게 진행하는 일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피지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양성하고, 다른 하나는 피지 의료진에게 이비인후과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다."

(오충현 / 이비인후과 의사)



이 책에 등장하는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바로 현지 의료진이 최대한 전문의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 소위 이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의존적인 구도만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정말 어렵다는 것을 경험한다. 먹는 방법, 싸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그냥 먹이고, 닦이고, 답을 말해주는 것이 훨씬 쉬운 법이다.

하지만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어느 날, 센터의 한 간호봉사단원은 절도행위 중 칼에 찔린 환자에게 수혈해 줄 혈액을 구하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택시를 타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끝내 혈액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원장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자신의 피를 헌혈해서 가져다 주었다.

범죄자라 손가락질하며 수술을 거부하려했던 현지 의료진은 그 혈액을 받은 뒤 수술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중식 / 응급의학과 의사)


이 책에서 가장 가슴 뭉클했던 대목이다.

자신과 친밀한 관계도 아니고 도덕적인 인품을 지닌 사람도 아닌 모르는 '범죄자'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서라도 살리려했던 이름없는 간호사.

생명에 그 어떤 잣대도 대지 않고, 생명 그 자체를 존귀하게 여겼던 따듯하다못해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

'코로나'라는 죽음의 그림자에 묻혀 모두가 자신의 몸만 사리려하는 이 시대에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세상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

"나는 ‘피지 의사가 아니다‘라고 자주 다짐하곤 한다. 글로벌협력의사는 현지 의사가 아니다. 언젠가 파견지를 떠난다. 늘 마음에 새겨두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나 버리면, 또 다시 피지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거나 또 다른 외국인 의사가 와서 진료하는...구멍 난 독에 물 붓기를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글로벌협력의사로서 의료와 수술보다 더 중요하게 진행하는 일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피지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양성하고, 다른 하나는 피지 의료진에게 이비인후과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다."

(오충현 / 이비인후과 의사) - P163

"어느 날, 센터의 한 간호봉사단원은 절도행위 중 칼에 찔린 환자에게 수혈해 줄 혈액을 구하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택시를 타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끝내 혈액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원장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자신의 피를 헌혈해서 가져다 주었다.

범죄자라 손가락질하며 수술을 거부하려했던 현지 의료진은 그 혈액을 받은 뒤 수술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중식 / 응급의학과 의사)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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