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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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할까? 그리고 얼마나 빨리 그렇게 할까? p.330


기록적인 폭우, 폭염, 홍수, 펜데믹, 산불, 가뭄, 녹아내리는 빙하, 사라져가는 도시… 영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아니 내가 사는 곳에서도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호주나 중국에서 시간당 물폭탄이 쏟아져서 한 도시가 물에 잠기는 뉴스를 기사를 보고 얼마 되지 않아 서울과 경기, 포항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재난영화여야만 했다. 영화에서만 볼 법한 상황이어야 했다. 그런데 현실이다. 이것은 인재인가 자연재해인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언젠가, 우리가 살던 지구와 달리 더 뜨겁고 위험하며 생물학적으로 단순해진 지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신과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 애초에 생각이란 걸 하고는 살았는지 궁금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
“물론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건 우리 자신이엇다. 우리는 늘 지적으로 나태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수록 대답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우리 모두는 돈을 위해 살았고 결국 돈을 위해 죽었다.” p.91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생활을 바꿔놓고 있다. 듣도보도 못한 전염병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경작지는 줄어들고 있으며, 잦은 태풍, 잦은 폭염에 인간은 노출되었다.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이 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기온이 5도 상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 책은 지구의 온도가 올라갈 때마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흥미로 치부하기엔 너무 무섭다. 먼 훗날의 언젠가, 내가 아닌 누군가, 여기가 아닌 저기라는 생각을 날려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에서, 내가 겪게 될, 그리고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 따라 나타날 양상
🔹1도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만 경제성장률 1퍼센트 감소
🔹2도 적도 지방의 주요 도시가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화
🔹3도 남부 유럽이 영구적 가뭄에 돌입
🔹4도 아프리카, 호주, 미국 등이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화
🔹5도 전 지구가 거주불능 지역으로 변화


우리가 개발과 발전이란 이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결과로 만들어진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살인적인 폭염, 기아, 빙하 폭탄, 치솟는 산불, 날씨가 되어버릴 재난, 가뭄, 바다 시스템 붕괴, 대기 오염, 질병, 무너진 경제, 기후 분쟁, 시스템의 붕괴.
12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너무도 서늘했다. 첫 문장인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주장은 판타지 동화 수준의 착각이다. p.15”라는 의미가 너무도 와 닿았다.


이런 심각한 문제가 국가 차원의 문제로 논의 되어지지 않고 환경운동 차원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체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재난은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닌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동시다발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선진국, 중진국, 빈국을 가리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물론 빈국이 가장 가난하고 약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하는 그의 대안에도 귀를 기울여볼 필요도 있다.
더 이상 ‘나 하나쯤이야’는 통하지 않는다. 대가는 결국 인간이 치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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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곳이 되어주고 싶어
김화숙 지음, 이도담 그림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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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곳이되어주고싶어 #김화숙_글 #이도담_그림 #도서출판이곳


살다가 눈을 뜨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이 와도
우리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다.

혼자인 것 같아도 내가 고통에서
평안으로 오기를 두 팔 벌려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 책 속에서 -


시인이자 목사, 전문 의료인인 김화숙 작가.
여섯 살에 보육원에서 처음 믿은 하나님, 그 하나님을 서른 둘에 다시 만나게 됐다. 어둔 터널을 헤매던 그에게 빛으로 다가와 손내밀어주신 그분을 통해,
어떠한 형편에도 감사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은 누군가 돌아올 곳이 되어 주었고, 부족함에도 받아들여 주었고, 반겨 맞아 주었고, 사랑해주었기 때문이다” (p.7)라고 고백하는 김화숙 작가. 그 사랑을 전하고 싶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몰라 방황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글이 희망이 되길 소망한다.


우리의 삶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빛을 덮는 어둠이 찾아오기도, 어둠을 뚫고 빛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의 삶 뿐 아니라 자연에도 그대로 녹아져 있다. 아침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그러하다. 그 시간을 나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평안함에 이를 수 있다. 어둠은 내 것이 아닌양 놀라거나 빛만이 응당 나의 삶이라 여겨버린다면 빛과 어둠이 주는 유익을 다 누리지 못할 터이다.


▫️기쁨도 슬픔도 내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평안이 찾아온다. 새겨진 상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도 우리는 얼마든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자라기 시작한다. p.61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노느라 저녁 먹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 “혜진아~ 밥 먹어!!”라며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놀이를 멈추고 날 부르는 엄마가 있는 집으로 뛰어간다. 두 팔 벌려 날 맞이하는 엄마가 있는 나의 집으로. 날 기다리는 이가 있음을 알 때 발걸음조차 가볍다. 그 존재만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넉넉히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는 존재다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는 돌아갈 곳이 필요하다. 살다가 고통스럽고 내 곁에 아무도 없을 것만 같은 순간에도 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 그것이 신이란 존재일 수도, 가족, 친구, 반려동물, 책일 수도 있다. 내가 나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도와주는 존재..


슬픔과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절망을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슬픔과 절망이 있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이의 아픔을 보는 눈, 다른 이의 절망을 느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사용되어지는 것이겠지. 나의 슬픔은 나의 아픔은 나로 끝나기만 하는 삶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사랑으로 승화될 때, 나를 사랑하는 절대자의 존재를 느끼고 그 절대자에게 자신을 맡길 때 누리는 깊은 평안과 사랑으로 다른 이를 돌보는 마음도 생기는 것일테다. 그래서 갖게 되는 바람, 누군가에게 “돌아올 곳”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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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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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전국 방방곡곡 전쟁이 없는 땅은 없어 수많은 집들이 생겨나고 또한 사라져갔다. 기아와 질병, 전쟁은 서로 나쁜 인과를 초래하는 악인과 악과가 되어 현세를 고통으로 채웠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힘차게 전진하라, 싸우다 죽으면 극락왕생이 보장된다.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함성은 끝도 없이 되풀이되었다. p.13


덴쇼 6년. 1578년 일본의 전국시대는 그런 시대였다. “모두가 죽고, 죽인다. 남김없이 베고 태워 죽이는 일도 흔한 세상 p.497”. 오늘의 아군이 내일은 적군이 되고, 언제든 모반이 일어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던 혼란의 시대. 오닌의 난이 일어난지 백 년이 지난 1578년 겨울. 쇼군보다 땅이 많고 힘 센 사람이사람이 최고가 되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심지어 부자 사이에서도 권력 싸움은 상당했다.


결단력이 빠르고 과감했던 오다 노부나가는 천하를 통일하고자 하는 열망이 굉장히 강했다. 전국시대 패권을 눈앞에 둔 오다 노부나가의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가 갑자기 모반을 일으키고, 아리오카성에서 저항을 시작한다. 그런 무라시게를 설득하기 위해 오다의 군사 ‘구로다 간베에’가 찾아오지만, 무라시게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그를 지하 감옥에 가둔다. 죽이거나, 살려 보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무사의 도이거늘, 무라시게는 살리지만 보내지 않는 편을 택하고 만다. 그 후 겨울, 봄, 여름, 가을이란 10개월의 시간동안 아리오카성 안에서 기괴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인질로 잡혀 있는 소년의 죽음, 누가 적장의 머리를 베었는가에 대한 다툼, 밀사인 수도승의 죽음.. 그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라시게는 속내를 보이고 의논할 상대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럴 때마다 조용히 지하감옥에 가둔 간베에를 찾아가 지혜를 구한다.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며, 간베에는 무라시게에게 어떤 힌트를 줄 것인지…


“어찌하여 그런 짓을. 사자는 돌려보내는 것이 규칙, 돌려보낼 수 없다면 베어 버리는 것도 무사의 규칙이거늘.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는 짓을 하시면…”
“…. 인과가 돌아올 겁니다.” p.27


성 안에 있으면서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 오다의 군을 방어하고, 자신을 도우러 와줄 아군을 기다리는 무라시게. 전쟁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전쟁의 이유는 희미해지고, 그럴 때일수록 리더를 믿지 못하는 무사들은 늘어나고 흉흉한 소문은 금세 퍼지기 마련. 그럴 때 우리가 리더에게 요구하는 리더쉽은 어떤 것일까? 개인의 윤리와 공동체 윤리가 다를 때 참 리더는 무엇을 따르는 사람인지, 내가 리더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뒤로 갈수록 물어오는 질문이 참으로 묵직했다.


시대의 배경을 익혀야 하는 초반에 헤매는 시간만 감수한다면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일본 이름이 워낙에 갸가 갸 같고, 야가 야 같아서 헤맸지만 픽션과 논픽션의 조합은, 거기에 미스터리라는 요소는 독자로 하여금 몰입해서 읽게 만들었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집대성!! 제 166회 나오키상 수상작을 비롯해 전무후무한 9관왕을 달성한 흑뢰성. 역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주저없이 권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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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피시 - 커다랗고 아름다운 어느 여자아이에 관한 커다랗고 아름다운 책
리사 핍스 지음, 강나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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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받는 게 그렇게 싫으면 네가 살을 빼면 되잖아.” p.10

“넌 정말 예쁠 거야…. 살만 빼면.” p.49

“남들이 뭐라 하건, 너를 너답게 하는 것들을 사랑하도록 해, 엘리.” p.66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이 왜 문제냐면, 네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뿐 아니라 자기가 누구인지까지도 그 규칙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이야.” p.206


열세 살의 엘리. 여섯 살에 언니가 놀리듯이 했던 “첨벙이”란 말을 들은 후, 자신의 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게다가 몸무게, 음식, 옷까지 통제하는 엄마, 심지어 부모로서 해 줘야 하는 것에도 “살을 빼면”이란 조건을 붙이고, “이 뚱뚱한 것”이란 혐오적인 말까지 내뱉는다. 뚱뚱한 동생이 사라졌으면 싶은 오빠와의 갈등은 끝이 없다. 엘리의 상황은 학교에서는 더욱 좋지 않다. 상어처럼 이를 박고 물어뜯는 아이들 탓에 학교 생활조차 쉽지 않다.


엘리의 엄마는 엘리의 비만만 고칠 수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엄마에게 엘리는 “고쳐야”하는 대상이다. 엘리의 몸을 고치기 위해 강제로 비만 수술을 시키려 한다. 자신을 놀리고 괴롭히고 조롱하는 이들에게 저항하기 보다는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부당하지만 당연하다고.. 난 그런 대우를 받을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니까.
그럴 수록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은 늘어만 간다. 살이 출렁거리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이기, 음식 허겁지겁 먹지 않기, 수영장에서 물보라 일으키지 않기, 어두운 색 옷 입기.. 남들 눈에 띄면 안 된다.

#2022프린츠아너상 #청소년문학계노벨상


나의 몸에 백퍼센트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저 얼굴로 하루만 살았으면 싶은 배우들도 얼굴과 몸에 컴플렉스가 있다고 하니 말이다. 우린 너무도 쉽게 타인의 외모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어떤 저항도 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내면에 그 말을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리고는 나를 통제하기 시작하고, 내가 당했던 방식으로 타인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우월감을, 나보다 나은 이들에겐 열등감을 느낀다. 이 괴로움을 멈추고 싶지만 방법을 알 수 없고, 이 괴로움도 내가 못나서, 못생겨서, 뚱뚱해서라고 자책하기에 이른다.


열세 살 엘리가 받았던 몸에 대한 억압과, 놀림과 서러움은 얼마나 클까? 자신의 정체성이 한창 만들어져야 할 나이에 스스로가 창피한 아이. 늘 웅크렸던 엘리에게 이제 편히 몸을 펴라고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된다고 해 줘야 하지 않을까?
늘 부끄럽던 몸, 지적 받아야 했던 자신의 몸을 긍정하기 시작한 엘리의 모습은 그래서 뭉클하다. 아프다고 버겁다고 슬프다고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때는 눈물이 난다.


어떤 몸이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존재는 어떤 조건이 아닌 존재만으로 아름답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몸이라는 허상이 아닌 자신의 몸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아상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운문 형식으로 풀어낸 글을 읽는 동안 청소년 시절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느라 힘들었던 나의 모습도 떠올랐다. 자신의 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든 “엘리”들에게 권한다. 엘리가 그랬 듯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안아주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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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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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이란 책으로 이유리 작가님을 처음 만났었다. 이 책은 남성 화가 중심의 작품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던 작품이었고, 작품과 화가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유리 작가님은 그림을 매개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글을 쓰기로 유명한데, 이번에 나온 책인 “기울어진 미술관” 역시 그러하다. 진부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금물! 작가님이 소개하는 작품과 작품에 숨겨진 이야기, 역사에 대해 알면 알수록 놀라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권력관계가 존재한다. 현대사회도 그럴진데 마네, 드가, 루벤스, 미켈란젤로 같은 화가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어떠했을까? 그 사회에는 더 많은 억압과 더 많은 권력관계가 만연했던 사회였고, 예술에도 그 권력은 존재했다. 예술이 돈과 권력을 떠나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는 힘들었기에 권력을 쥔 이들의 입맛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대가 변했고, 과거의 그림, 화가와 후원자의 관계를 현시대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이 과하다 할 수도 있겠으나, 이유리 작가님의 말처럼 그것이 비단 과거에만 존재하는 일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하게 된다.


책은 총 4부고 구성되어 있다.
1부 기울어진 그림을 부수는 존재들
-그림 속 흑인, 장애인, 병든 사람, 성소수자에 대해
2부 그림 속 소품이길 거부한 여성들
-성노동자, 그림자노동, 가부장 사회의 밑돌로 착취당하며 여전히 혐오의 대상인 여성의 차별에 대해
3부 뒤틀린 권력에 균열을 내는 그림들
-사회에 만연해 있는 어린이, 노인, 가난, 전염병 혐오에 대해
4부 선전 도구에 저항하는 예술가들
-동물관, 환경오염, 선전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예술에 대해.


가장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던 것은, 선천적 다모증을 앓고 있는 7세 소녀인 ‘안토니에타 곤살부스’ 에 관한 그림이었다. 얼굴 전체가 털로 뒤덮여 있는 소녀는 호화로운 드레스를 입고 있다. 귀족인가? 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16세기 유럽 궁정에서는 짐승처럼 털이 난 사람을 ‘애완’하는 게 유행이었고,이 궁전 저 궁전에서 ‘눈요기용 선물’로 거래가 된 소녀였다고 한다. 자신처럼 선천성 다모증을 앓고 있던 아버지에게 받은 외모로 인해 이 소녀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결정되어졌다고 한다.


미술 작품에 관련된 책을 좋아한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그렇기에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는 상당하다. 하지만 그림 안에 감춰진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면 때론 너무 섬뜩하기까지 하다.
기울어진 미술관이란 책을 읽는 동안에도 수많은 마이너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울부짖는 것만 같았다. 늘 타자화 되고 대상화 되어버린 이들이 드디어 주체가 되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피부색, 성소수자, 장애, 가난, 어린이, 노인, 여자, 동물이란 이유만으로 억압되고 터부시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우리가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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