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피시 - 커다랗고 아름다운 어느 여자아이에 관한 커다랗고 아름다운 책
리사 핍스 지음, 강나은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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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림받는 게 그렇게 싫으면 네가 살을 빼면 되잖아.” p.10

“넌 정말 예쁠 거야…. 살만 빼면.” p.49

“남들이 뭐라 하건, 너를 너답게 하는 것들을 사랑하도록 해, 엘리.” p.66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이 왜 문제냐면, 네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뿐 아니라 자기가 누구인지까지도 그 규칙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이야.” p.206


열세 살의 엘리. 여섯 살에 언니가 놀리듯이 했던 “첨벙이”란 말을 들은 후, 자신의 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게다가 몸무게, 음식, 옷까지 통제하는 엄마, 심지어 부모로서 해 줘야 하는 것에도 “살을 빼면”이란 조건을 붙이고, “이 뚱뚱한 것”이란 혐오적인 말까지 내뱉는다. 뚱뚱한 동생이 사라졌으면 싶은 오빠와의 갈등은 끝이 없다. 엘리의 상황은 학교에서는 더욱 좋지 않다. 상어처럼 이를 박고 물어뜯는 아이들 탓에 학교 생활조차 쉽지 않다.


엘리의 엄마는 엘리의 비만만 고칠 수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엄마에게 엘리는 “고쳐야”하는 대상이다. 엘리의 몸을 고치기 위해 강제로 비만 수술을 시키려 한다. 자신을 놀리고 괴롭히고 조롱하는 이들에게 저항하기 보다는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부당하지만 당연하다고.. 난 그런 대우를 받을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니까.
그럴 수록 ‘뚱뚱한 여자아이의 규칙’은 늘어만 간다. 살이 출렁거리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이기, 음식 허겁지겁 먹지 않기, 수영장에서 물보라 일으키지 않기, 어두운 색 옷 입기.. 남들 눈에 띄면 안 된다.

#2022프린츠아너상 #청소년문학계노벨상


나의 몸에 백퍼센트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저 얼굴로 하루만 살았으면 싶은 배우들도 얼굴과 몸에 컴플렉스가 있다고 하니 말이다. 우린 너무도 쉽게 타인의 외모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어떤 저항도 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내면에 그 말을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리고는 나를 통제하기 시작하고, 내가 당했던 방식으로 타인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우월감을, 나보다 나은 이들에겐 열등감을 느낀다. 이 괴로움을 멈추고 싶지만 방법을 알 수 없고, 이 괴로움도 내가 못나서, 못생겨서, 뚱뚱해서라고 자책하기에 이른다.


열세 살 엘리가 받았던 몸에 대한 억압과, 놀림과 서러움은 얼마나 클까? 자신의 정체성이 한창 만들어져야 할 나이에 스스로가 창피한 아이. 늘 웅크렸던 엘리에게 이제 편히 몸을 펴라고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된다고 해 줘야 하지 않을까?
늘 부끄럽던 몸, 지적 받아야 했던 자신의 몸을 긍정하기 시작한 엘리의 모습은 그래서 뭉클하다. 아프다고 버겁다고 슬프다고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때는 눈물이 난다.


어떤 몸이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존재는 어떤 조건이 아닌 존재만으로 아름답다. 미디어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몸이라는 허상이 아닌 자신의 몸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아상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운문 형식으로 풀어낸 글을 읽는 동안 청소년 시절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느라 힘들었던 나의 모습도 떠올랐다. 자신의 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든 “엘리”들에게 권한다. 엘리가 그랬 듯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안아주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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