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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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아버지로서 충분히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무슨 기회요?“
”인간이 되로 기회. 나는 너 때문에 고개를 들고 살 수가 없다. 정말, 정말 이렇게 살 거냐?“


언제부턴가 온 몸에 한기를 느끼기 시작한 인수는 자신이 사는 옥탑방 옥상에서 자해공갈을 상습적으로 일삼는 이호를 보게 된다. 나이 열일곱, 딱 봐도 가출청소년 티 폴폴 풍기는 이호를 거두는 인수. 12년 전 자신이 잊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하는 이호, 과부 마음 홀애비가 안다고 했던가, 가출 경험이 있던 인수는 그렇게 이호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12년 전 일을 회상한다.


강압적이며 몹시 엄격한 아버진는 “맨 정신”으로 엄마를 죽을 만큼 때린다. 아들에겐 안 그렇겠는가?
자신이 기대한만큼 따라주지 않는 인수가 못마땅하다. 신체, 언어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일관되지 않은 부모의 양육에 심한 멀미를 느낀다. 그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풀던 인수. 존재감 없이 학교만 왔다갔다 한 그를 부모는 기숙학교에 보내기로 한다. 두 달에 한 번 외출이 가능한 기숙학교로 가던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인수는 무작정 도망을 치면서 가출 인생을 시작한다.


길거리,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가출청소년들과 #가출팸 을 이루며 사는 아이들. 그곳에서 사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가출을 반복했다. 배달, 서빙, 사기, 조건만남, 절도, 소매치기, 공갈협박 등을 일삼으며 살아간다.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는 아이들.
누가 그런 아이들을 만들었을까?
가정에서 상습적으로 행해지는 여러 모양의 폭력들. 학교에서조차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투명하게 지워져간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 서로를 기만하고 기만당하는 어린 마음들 사이에서 인수는 온기를 몰고 그들을 품어주는 ‘경우‘를 만난다. 더 독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 할 때마다 따스한 봄바람처럼 자신을 감싸던 경우가 있었기에 인수는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었다. 조금 더 이해받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치던 아이들. 그들 속에 몸부림을 가라앉게 해 준 경우가 있었다. 나도 그런 경우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유원”, “페퍼민트”로 새로운 성장서사를 써온 백온유 작가. 이번엔 가출 청소년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살기 위해 지독해질 수 밖에 없었던 시절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이에 대한 이야기. 내 삶에 존재했던 빛을 당신은 기억하는가.. 나는 누구에게 그런 빛이 되어 준 적이 있는가 묻는다. 가출 청소년들의 생활을 통해 어른인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중 2 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는 그냥 읽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마음을 걷고 부모님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하나만 묻고 싶다. 우리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니..” 인수의 엄마가 인수에게 보낸 문자이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역으로 이렇게 묻고 싶지 않을까?

“하나만 물을 게요. 저희가 뭘 그렇게 잘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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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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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때부터 교회를 다녀온 내게 성경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때때로 아주 새롭게 다가오는 글이다.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인간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은 오랜 시간 동안 내려오면서 인간의 삶에,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탓에 서양 고전이나 미술, 음악, 철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면 신화와 더불어 성경을 알아야 한다. 주석을 보지 않아도 알아지는 은유! 그 쾌감을 알기에 성경은 신자, 비신자를 떠나 읽어보길 권하게 된다.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에 의해 쓰여진 “바이블”은성경의 주요 장면들을 모티프로 새롭게 구성한 책으로 희곡, 시, 우화, 노래, 아포리즘 등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사용한 문체 실험이 돋보인다. 거기에 예상과 다른 삽화는 기존에 갖고 있던 성화에 대한 생각을 무너뜨린다. 책 곳곳에 실려있는 그림을 통해 들려주는 세밀한 이야기를 보다보면, 글이 미처 말하지 못하는 바를 그림이 전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그림이 아름답고 굉장히 몽환적이다. 다양한 기법으로 그린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책 커버의 삽화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제목이 바이블이다. 성경.. 그런데 이 그림은 무엇인가? 한참을 읽다보니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나타나 수태고지를 (성령으로 인해 네가 임신을 할 것이다. 이름을 예수라하라) 한 가브리엘 천사를 그린 것이다. 천사 뿐 아니라 아담도 내가 상상한 아담이 아니었다. 여러가지 피부색이 층을 이루고 있다. 인종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듯한 그림. 한참을 보고 있는데 마음이 뭉클해진다.


성경이 경전이기 때문일까? 굉장히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성경을 읽다보면 구체적인 지명, 구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천지창조를 시작으로 에덴, 아담, 대홍수, 노아, 아브라함, 출애굽, 물고기에게 잡아먹힌 요나, 장자권을 뺏은 야곱, 지혜의 대명사 솔로몬 왕, 알 수 없는 고난으로 몸부림치는 욥…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면서도 인간이 겪는 보편적 문제와 실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이 세상을 구원할 예수의 탄생과 고난 죽음 부활의 여정까지…


종교적 색채가 강할까 겁이 날 수도 있다. 일단 성경이라는 제목 자체도 거부감을 주기 충분하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잠시 넣어두시라. 이 책은 인간과 신이 상호작용을 하며 만들어낸 이야기,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늘 놓여있는 갈등과 선택의 상황, 이 책도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의 심리와 모습을 부각시켰다. 텍스트 너머의 텍스트, 그림 너머의 그림을 보게 만들어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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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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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 것인가?
캐서린 맨스필드나 버지니아 울프 언니는 윌리엄 오빠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와.. 윌리엄 오빠.. 나 몇 번 읽어야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런 느낌 아는가?
무슨 말 하는지 알겠는데 당최 모르겠는.. 🙄


고함과 분노 (The Sound and the Fury) 는 몰락해 가는 미국 남부의 명문가 콤슨 가문에 벌어지는 비극을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1928년 4월 7일, 1910년 6월 2일, 1928년 4월6일, 1928년 4월 8일 날짜별로 화자가 바뀌면서 진행된다.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장녀 캐디, 캐디의 일탈과 그녀를 향한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장남 퀜틴, 중요한 것은 오직 돈!! 차남 제이슨,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막내 벤자민, 변호사이며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자기애가 강하며 건강 염려증을 갖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의식의 흐름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살다보면 한 사건이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기억은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데, 윌리엄 포크너는 그런 기법으로(의식의 흐름) 몇 개의 사건과 시간을 얽어내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한 가족을 들여다본다. 작은 사회안에서 각자 생존하기 위한 기술을 터득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행동이나 사고, 가치를 가족으로부터 용납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까. 아무 것도 모르지만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막내 벤자민. 혼란스러운 가정 안에서 온전한 가치를 갖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아픈 자, 방황하는 자들도 용납받는 곳이 가정이 아니라면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고함과 분노’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가정 안에서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초독을 마친 나의 머리는 일단 멈춤 상태이다. 확실히 내 머리를 뒤흔들기는 했다. 유난히 많은 주석은 방해와 도움을 동시에 주었다. 조금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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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유즈키 아사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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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잘 살펴보자!! 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뭔가 조금 어색하지 않은가?
우리에게 익숙한 ‘신사 숙녀’ 여러분에서 신사와 숙녀의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제목에서 어떤 스멜이 폴폴 풍기지 않는가?
그걸 느꼈다면 당신은 천 to the 재!! 😎
편견 따위 깨버렷! 고정관념! 그건 새로나온 양념이니? 🤷🏻‍♀️ 편견과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걷어차버리는 이야기로의 초대!! 당근 응해야겠지? 🥕
안 그러면 너만 손해~~ 😝


✔️쓰는 작품마다 족족 편집자에게 까이는 신인 작가. 어느 날 대문호의 동상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 come come kan!

✔️삼십 년 전 출간한 연애소설로 베셀을 터뜨린 작가 모리.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는 꼰대 작가가 추억이 깃든 호텔에 방문하였으나 많이 달라진 모습에 적응 못하고 모리둥절해 한다? - 둔치 호텔에서 만나요

✔️전철에서 여성전용칸은 역차별이라 믿는 다케루. 그녀들을 벌주기 위해 여성전용칸에 겁도 없이 침입한 다케루는… 여긴 어디? 난 누규? 😨🙄
- 용사 다케루와 마법 나라의 공주

✔️불륜 커플로 가득한 명품 초밥집에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 모유수유를 끝낸 아줌마가 아기띠를 매고 들어와 듣도보도 못한 초밥을 주문한다. 이 아줌마 포스 개멋짐🤩 - 아기 띠와 불륜 초밥🍣

✔️개차반인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안고 친정으로 돌아온 모모. 그녀 앞에 시아버지가 나타난다. 함께 살게만 해 달라고 싹싹 비는 시아버지와 모모의 기묘한 동거. - 서 있으면 시아버지라도 이용해라

✔️성형으로 인생을 바꿔보겠다며 성형외과를 찾아간 아코. 대기실에서 소녀들을 위한 명작소설을 읽고 어떤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래 결심했어! 나만의 키다리 아저씨를 찾아 나서겠어!! - 키 작은 아저씨

✔️낄낄빠빠도 모르고 자꾸 끼어드는 남자들에게 ’너나 잘 하세요!‘를 수백만 번 외치고 싶은 여자들. 여자들만을 위한 여성 전용 아파트 1층에 생긴 카페. 거기에서 무슨 일이? - 아파트 1층은 카페


소설 버터로 우리들의 식욕을 미친 듯이 자극했던 유즈키 아사코!! 그녀가 이번에는 단편집으로 돌아왔다. 버터에서 느꼈던 필력과 묘사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일곱 편의 단편 중 가장 재밌게 읽은 것은 “아기 띠와 불륜 초밥”이었다. 연봉 높고 나이 든 남자와 어린 여자들의 불륜 장소인 고급 초밥집에 아기띠를 하고 들어온 여자로 인해 분위기가 묘해진다. 숨을 크게 쉬면 단추가 툭 떨어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은 온데 간데 없어진다. 한 손에는 와인을 들고 듣도보도 못한 초밥을 주문하는 여인을 보며 그곳에 있는 나이 어린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혓물 켰던 남자들아 메에롱~~🤪


팝콘 튀듯 톡톡 터지는 매력을 발산하는 아사코의 글. 고구마 디립다 먹여놓고 사이다 안 주는 것만 같았던 일본소설과는 달리 한겨울 살얼음 동동 떠 있는 동치미를 벌컥벌컥 마신 것 같은 개운함과 시원함이 동시에 느껴져서 좋았다. 재미 또한 보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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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를 사랑해
이누이 사에코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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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작은 동물들이 사는 숲.
조그맣고 털이 보송보송한 동물들이 살지요.
흰넓적다리붉은쥐, 너구리, 담비, 오소리, 우는토끼, 여유, 다람쥐, 청설모, 하늘다람쥐, 애기붉은쥐.
🦝🐇🦫🦡🐿️


힘들고 지쳐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에게 다가가
슬며시 말을 건네는 동물들이 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여다볼까요?


속상한 일이 있구나!
네 생각이 가장 중요해.
노력한 네가 무척 자랑스러워.
쉼도 중요한 거야.
작은 걸음부터 찬찬히 떼 보자….


잘 자렴.
얘야,
많이 많이 사랑한다. ❤️


응애응애 울던 시기를 지나 목을 가누고 기고 앉고 서고 걷고 뛰고.. 매일 기적을 보여주던 아이가 자라고 또 자란다.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만 있어도 감사합니다를 외쳤던 엄마, 아빠. 지금도 그런가?


시험 성적으로 아이를 나무라고, 옆집 아이와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난하고, 야단치는 말로 아이를 다그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아이들은 부모에게 무슨 말이 가장 듣고 싶을까? 그리고 부모는 무슨 말을 아이에게 가장 해 주고 싶을까?


그 말을 지금 당장 해 주시라.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수고했다고, 잘 하고 있다고,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이다.
아이 얼굴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해처럼 빛나는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그 웃음 오늘 꼭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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