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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5
헤르만 헤세 지음, 장혜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 특집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황야의 이리가 196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히피문화와 이 책이 잘 맞았다는 뜻이겠지. 그때는 아직 읽기 전이라 왜 그랬지? 하는 물음표만 있었는데 읽어보니 왜인지 이유를 알겠더라. 기존 가치관의 거부, 여성 해방, 성 해방, LSD를 통한 의식 확장까지. 이 책에 다 담겨 있더군.
책을 읽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데미안 중장년 버전인가? 뭐가 이리 흡사해?”
❝하리는 두 존재가 아니라 수백, 수천의 존재다. 그의 삶은 (모든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 단순히 본능과 이성, 성자와 탕자의 양극단을 오가지 않는다. 그의 삶은 수천 가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극단을 오간다.❞ p.76
주인공 하리 할러는 스스로를 ‘황야의 이리’ (문명과 동떨어진 야생의 고독한 존재)라 자칭하며 사회로부터 소외된 채 살아간다. 문명화되어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다 수행하지만 거기에서 느끼는 부대낌은 그를 끊임없이 아웃사이더로 만들 뿐이다. 결혼은 했지만 관계는 파탄이 나고, 애인은 있지만 늘 싸우기만 한다. 한 교수의 식사 초대에 응하지만, 교수 부인의 속물근성에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야 만다.
이 남자 참 까칠하구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느 날 우연히 얻은 ❛황야의 이리에 관한 논문❜ 을 읽고 인간이 선과 악, 이성과 감성, 육체와 정신 등 이분법으로 나누려는 시도가 무한한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은 둘이 아니라 수천 개의 얼굴을 가진 존재라는 것!!!!
그 이후 만나게 된 신비로운 여인 ❛헤르미네❜ 를 통해 새로운 질서로 들어가게 된다. 그녀에게 배운 춤은 고통으로 가득찬 (관절염이 지긋지긋합니다) 자신의 육체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고, 마리아와의 육체적 쾌락은 황야의 이리의 본능을 자연적 욕망으로 끌어안게 된다.
헤르미네라는 인물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년의 얼굴도 있고, 하리와 형제처럼 느껴지는 존재. 하리는 매우 이성적이고 고립된 인물인데, 헤르미네는 그에게 감각적 쾌락과 예술, 자유로운 삶을 가르쳐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헤르미네는 융의 이론에서 말하는 ‘아니마(즉남성 안에 내재된 여성성의 상징)‘ 로 읽힌다. 데미안에서의 에바 부인처럼. 결국 헤르미네는 외부 인물이면서 동시에 하리 내면의 또 다른 자아로, 자기 인식과 자아 통합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자가 아닐까?
그녀와 함께 가게 되는 가면무도회와 마술 극장.
드디어 하리의 두 세계는 통합이 될 것인가!!!
이 책은 역자의 해설에도 있듯이 데미안의 확장 버전이다. 조금더 노골적이고 철학적, 실존적 고민이 깊다. 니체, 융의 철학이 진하게 담겨있어 그들을 좋아하는 이들이 읽으면 반가울 테다. 데미안 확장버전이 궁금하신 분들도 본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 데미안
#황야의이리 #헤르만헤세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