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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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과 에밀리, 앤 브론테의 시와 소설은 자매들이 목소리를 낼 때 ’수줍음을 덜어 준’ 가면으로 묘사되곤 한다. 세 사람의 작품에는 외부인들이 차마 엿보지 못한, 좁은 생활 반경 안에서 제한된 삶을 사는 브론테 자매가 획득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식견이 담겨 있었다. p.9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적인 작가, 영문학의 고전을 탄생시킨 브론테 자매 등 브론테 자매들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녀들 앞에 붙는 수식어처럼 브론테 자매들의 삶도 화려했을까?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언니들까지 병으로 잃은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가난과 거무스름한 자줏빛 황야와 광활한 들판이 전부였다. 사교성이 부족했던 그들은 고독을 즐겼으며 고독 속에서 피어나는 창작을 향한 열망은 가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이 함께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지어내고’ 등장인물과 사건을 창조해나갔다고 하니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p.141


당시 사회에 만연했던 ‘문학은 여성에게 필생의 사업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 ’가정 형편 탓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적, 경제적 대책이 자신의 욕구 및 능력과 일치하지 않음에서 오는 좌절감‘ (p.142)을 느꼈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삶 중심에 있던 문학을 향한 열망을 포기할 수 없었던 브론테 자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꿈을 향해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맞서며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삶을 구원했는지, 그 글쓰기가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대해 이 책은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은 글쓰기,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은 필명을 써서 1846년 5월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출간 첫 책은 천 부 중에서 단 두 부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작품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어려운 난관 속에서도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아그네스 그레이“를 탄생시킨 브론테 자매. 고립된 생활 속에서도 걸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브론테 자매의 상상력의 원천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샬럿이 경험했던 코완브리지 학교와 가정교사의 일은 훗날 ’제인 에어‘에 로우드 학교와 다양한 캐릭터로 작품에 숨을 불어넣었다.



국내 도서 중에서도 유일하게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 주는 빅토리아 시대 130여 점의 삽화를 실었다고 한다. 브론테 자매들의 일기와 편지,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그녀들의 삶이 입체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마치 다큐먼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너무 이른 나이에 요절한 그녀들이 안타까웠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그녀들이 더 오래 살았다면 세계 문학사는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딪치고 좌절했던 그럼에도 성장하며 나답게 살기를 멈추지 않았던 브론테 자매의 삶을 엿보며 지금의 나에게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어떤 헤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론테가 아이들이 스스로 엮어 낸 세상은 넓은 바깥세상에서 인물과 지명 등을 빌려 온 것이다. 책이나 정기 간행물, 정치 소식, 그리고 그들의 생활 범위인 목사관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건들을 끌어와 만들었으며, 그들에게는 일상생활 만큼이나 현실적인 세상이었다.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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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 하 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김일동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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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이자 소설가인 김일동 작가가 그려낸 성인을 위한 동화 에세이, 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모험이란 단어는 왠지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에 더 어울리지 않나 싶었던 작고도 작은 나의 마음. 이 책을 보는 순간 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일러스트가 상당히 귀엽지 않습니까 여러분!
악어인 키키와 악어새 (병아리 아님 주의) 순임이 함께 떠나는 모험 이야기!!


a very, very deep jungle….

깊은 밀림 속 강가에 사는 악어 키키는 어느 날 꿈에서 보물선을 발견한다. 그 보물선은 흰 고래의 뱃속에 있는 것이었고, 황금 칼로 고래의 배를 찔러 탈출을 시도하려는 순간 꿈에서 깨고 만다. 어라? 그런데 이게 꿈인 듯 현실인 듯 너무나 생생하다. 꿈을 꾸고 난 키키는 묘한 이끌림을 느끼고 보물선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여행을 함께 해 줄 악어새 순임. 그 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내가 이 모든 이유를 말해 주어도 순임 씨는 아마도 안 믿거나 나를 비웃을 거예요. 실망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야기 해 줄까요…?”

“그럴 리가요.. 왜냐하면 키키가 이렇게 오랫동안 낚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 분명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사실 나는 오랫동안 키키를 계속 관차라고 있었어요. 무언가 설명할 순 없지만 키키에게서는 행운이 느껴져요!” p.32~33


보물선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그들은 코끼리 코코, 튤립 튜튜, 반달곰 바바, 다람쥐 치치, 그들의 모험을 방해하는 원숭이 몽몽이, 스컹크 뿡뿡이, 몽몽이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 두더지 두두, 쌍둥이 올빼미 부부와 부부, 네 마리의 고양이…


보물선을 찾아 떠나는 모험에서는 다양한 동물들도 만나고, 어려움도 겪게 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 이것은 비단 모험 뿐 아니라 우리가 꿈을 좇아가는 과정 가운데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담아냈다.
꿈을 향한 이끌림은 있지만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일단 움직여보려는 키키와 그런 키키를 신뢰하고 함께 가 주는 순임. 키키와 순임을 보며 내게는 이렇게 나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해주는 친구가 있나, 흔들리지 않고 확신하는 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모험은 어떻게 끝이 날까?


정말 보물선을 찾아 부자가 됐을까?
아니면 모험을 방해하려는 몽몽이와 뿡뿡이의 뜻대로 모험은 실패로 돌아갔을까?


귀여운 일러스트와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각자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꿈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과도 함께 볼 수 있는 책.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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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 상 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김일동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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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이자 소설가인 김일동 작가가 그려낸 성인을 위한 동화 에세이, 키키와 순임의 대모험.
모험이란 단어는 왠지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에 더 어울리지 않나 싶었던 작고도 작은 나의 마음. 이 책을 보는 순간 뭔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일러스트가 상당히 귀엽지 않습니까 여러분!
악어인 키키와 악어새 (병아리 아님 주의) 순임이 함께 떠나는 모험 이야기!!


a very, very deep jungle….

깊은 밀림 속 강가에 사는 악어 키키는 어느 날 꿈에서 보물선을 발견한다. 그 보물선은 흰 고래의 뱃속에 있는 것이었고, 황금 칼로 고래의 배를 찔러 탈출을 시도하려는 순간 꿈에서 깨고 만다. 어라? 그런데 이게 꿈인 듯 현실인 듯 너무나 생생하다. 꿈을 꾸고 난 키키는 묘한 이끌림을 느끼고 보물선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여행을 함께 해 줄 악어새 순임. 그 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데 내가 이 모든 이유를 말해 주어도 순임 씨는 아마도 안 믿거나 나를 비웃을 거예요. 실망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야기 해 줄까요…?”

“그럴 리가요.. 왜냐하면 키키가 이렇게 오랫동안 낚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 분명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사실 나는 오랫동안 키키를 계속 관차라고 있었어요. 무언가 설명할 순 없지만 키키에게서는 행운이 느껴져요!” p.32~33


보물선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그들은 코끼리 코코, 튤립 튜튜, 반달곰 바바, 다람쥐 치치, 그들의 모험을 방해하는 원숭이 몽몽이, 스컹크 뿡뿡이, 몽몽이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 두더지 두두, 쌍둥이 올빼미 부부와 부부, 네 마리의 고양이…


보물선을 찾아 떠나는 모험에서는 다양한 동물들도 만나고, 어려움도 겪게 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 이것은 비단 모험 뿐 아니라 우리가 꿈을 좇아가는 과정 가운데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담아냈다.
꿈을 향한 이끌림은 있지만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일단 움직여보려는 키키와 그런 키키를 신뢰하고 함께 가 주는 순임. 키키와 순임을 보며 내게는 이렇게 나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해주는 친구가 있나, 흔들리지 않고 확신하는 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모험은 어떻게 끝이 날까?


정말 보물선을 찾아 부자가 됐을까?
아니면 모험을 방해하려는 몽몽이와 뿡뿡이의 뜻대로 모험은 실패로 돌아갔을까?


귀여운 일러스트와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각자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꿈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과도 함께 볼 수 있는 책.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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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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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해방일지 로 정지아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죽음, 사상이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굉장히 위트있게 해학적으로 그려낸 글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날들’. 이 책은 #숲의대화 가 출간된 지 만 십 년을 기념하여 나온 개정판이다.


“니는 프롤레타리아, 새로운 세계의 주인이다.”
사상이 신념이었던 동갑내기 도련님 혁재. 혁재를 향한 사랑이 신념이었던 순심. 자신의 아이를 밴 순심을 운학에게 보내고 혁재는 빨치산 행렬에 가담하다 죽고 만다. 혁재를 그리워하는 순심을 평생 사랑한 운학. 자신이 죽으면 혁재와 헤어진 잣나무숲에 자신을 뿌려달라고 한다. 그 잣나무 숲에서 젊은 도련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몽환적인 이야기.


“사랑이 워치케 신념이 된다냐.”
“사랑이 신념인 사람도 시상에는 있어라.” -숲의 대화


숲의 대화와 궤를 같이 하는 #혜화동로터리
헤어질 때의 인사가 “또 보자”가 아닌 “간다”로 변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세 노인의 이야기.
만석꾼의 아들로 빨치산이 된 ‘최’와 영어를 좀 한다는 이유로 미군 켈로(Korea Liaison Office)가 된 ‘박’, 프랑스 유학파 지식인 ‘김’의 대화를 통해 전쟁과 분단, 사상으로 얼룩졌던 한반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중증장애인 ‘그’가 자신이 가꿔놓은 헛개나무 과수원에 가정폭력으로 심신이 멍든 여인 ‘호아’를 숨겨주는 이야기다. 꽃처럼 살란 뜻으로 지어줬을 ‘호아’에게 헛개나무 꽃이 만발한 곳, 언제든 피할 곳이 필요하면 와도 된다는 의미로 내어주는 #천국의열쇠
나만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으로 초대하는 그의 초대가 뭉클하기 그지없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던 아들이 어느 날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병원에서조차 포기한 아들을 살리고자 23년간 변함없는 사랑으로 재활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노부부 이야기인 #브라보럭키라이프
사람구실 못하고 간신히 숨만 쉬는 아들이지만 그 아들이 보여줬던 기적들에 희망을 거는 노부부의 사랑은 눈물겹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에도 품어 보는 희망,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을 살아가게 하는 기적이 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성격은 달라도 친자매처럼 지내온 세 과부 이야기인 #봄날오후과부셋 , 성격이 다른 자매가 엄마와 함께 목욕탕을 가는 이야기가 실린 #목욕가는날 , 종손을 외국인 며느리와 결혼시킨 이야기인 #핏줄 , 끝없이 땅속 암반을 캐내는 사내 이야기인 #인생한줌 , 글을 쓰기 위해 시골로 내려간 전직 기자의 귀촌생활의 어려움을 그린 #즐거운나의집 , 전직 고위층 간부의 아내인 김여사의 삶을 풍자한 #나의아름다운날들 , 노숙자들의 삶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존엄과 연대하는 법을 이야기하는 #절정


시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읽었다. 가독성이 뛰어남에도 빠르게 읽을 수 없었던 것은 각 작품마다 품고 있는 삶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 그 안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이들의 괴로움, 그럼에도 끌어안고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들의 노력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잔인하다고까지 느껴지는 삶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이들이 품어내는 삶이란 여정이 눈부시다. 누가 그들의 삶에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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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1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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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이 조그맣고 미약한 사건에서 시작되어 돌이킬 수 없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버린 삶의 흐름과 죽음의 불꽃 앞에 너무나 무력한 자신에게 분노하며 그는 울었다. 나무, p.50


2022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저주토끼>를 쓴 정보라가 있기 전에 정도경이 있었다. 정도경이란 필명으로 20년 넘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쌓아온 폭 넓고 깊은 정보라의 환상 문학의 근원!!
정도경이 정보라 되기까지 그녀의 초기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장르를 혼합하고 실험하는 과정 가운데 탄생한 많은 작품 가운데 환상세계 속에 절묘하게 냉엄한 현실 인식을 드리운 작품 10편을 담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를 만나 보았다.


나무, 머리카락, 가면, 금, 물, 산, 비오는 날, 휘파람,
Nessun sapra, 완전한 행복


9편의 초기작과 1편의 미발표작으로 이루어진 단편들에는 인간의 소외, 차별, 외로움, 욕망, 복수, 쾌락, 살인 등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두려움이 담겨있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사건에서 시작된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삶의 허무함을 느꼈달까? 인간의 연약함을 느꼈달까?


특히나 단편집의 첫 문을 열어준 “나무”의 이야기는 굉장한 흡입력을 갖고 있었다. 작은 사건을 발단으로 시작된 복수의 끝. 그 복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잘 보여주는 듯 하다. 집의 얼룩에서 나온 여성과의 정사를 통해 극한의 쾌락을 맛본 사내가 서서히 죽어가는 ”가면“, 물과 비슷한 생명체를 무기화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물”, 어디서 날아온지 모르는 “머리카락” 씨앗이 온 세상을 덮어버리는 이야기.


소설을 다 읽어야 제목의 뜻을 알게 되는 “Nessun sapra”. 레닌그라드 포위전으로 도시가 봉쇄됐던 시절, 정신병동의 간호사가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천재적인 소설가가 죽자 그의 시체를 먹었다는 내용이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러시아 문학으로 박사를 받은 그녀의 힘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정보라 작가의 글은 처음이다. 언니로부터 저주토끼 내용은 살짝 들어 조금 알고 있는데 들으면서 생각한 것은 무섭다라기 보다는 쓸쓸하다, 허무하다였다.
이번 책도 역시 쓸쓸하고 애잔하고 안쓰럽다. 그런 느낌을 주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때론 굉장히 비정하고 냉철하고 추악한 모습을 그대로 쓴 느낌이 드는데 그 후에는 이상하게 쓸쓸함이 남는다. 판타지도 괴기스러운 이야기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마음에 든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차마 말하지 못하는 진실을 말하는 힘! 정보라 작가의 펜이 어디를 향할지 지켜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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