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울보 나무 내 친구는 그림책
카토 요코 지음,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12년 9월
장바구니담기


.
6살 우리 꼬맹군.

또래보다 의젓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 여린 꼬맹이입니다.

길가다 넘어져도 으앙~ 울음이 터지고, 엄마한테 혼나서 섭섭하다고 눈물 뚝뚝,

심지어 등원하는 유치원 차량에서 경쟁하는 형아에게 창가쪽 자리를 빼앗겼다고 눈물 가득 담고 실룩..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직 나이가 어려 그렇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자아이인데 저렇게 여러서 어쩌나.. 라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예요.



그리고 아이가 눈물을 뚝뚝 떨굴 때면,

저 역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또 어떨 땐 '뭐 그런 걸로 울어~'라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하구요. ㅎㅎ

아직 세상에 나온지 몇년 안된 어린아이건만, 꼬맹군이 좀 더 강해졌으면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제 마음조차 이랬다 저랬다이니, 아이의 눈물을 어떤 방법으로 달래줄 수 있을 지 헷갈리고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무작정 혼내키는 것도, 뚝 그치라고 다그치는 것도,

또 그렇다고 무작정 달래고 얼러주는 것만도 모두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여기 같이 울어주면서 친구의 슬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카토요코/미야니시 타츠야의 <울보나무>라는 책인데요.

가제로 '울보돼지를 사랑한 나무' 정도 되지 않을까. 혼잣생각을 해봅니다. ㅎㅎ
.
.

.
어느 마을의 울보 아기 돼지.

아기 돼지는 싸워서 울고, 혼나서 울고, 넘어져서 울었어요.



첫 장면부터 꼬맹군과 엄마의 공감을 얻어내었던 장면입니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우리 꼬맹군 역시 싸워서 울고, 혼나서 울고, 넘어져서 울거든요.

우리 꼬맹군도 알고 있어요. 꼬마돼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듯 멋적게 웃습니다.

"아기 돼지가 꼬맹군처럼 걸핏하면 우네?"

"아니야~ 나는 울긴 우는데 조금만 운다고~"

아기 돼지보다는 조금만 운다고 변명하는 꼬맹군. ㅎㅎ
.
.

.
그날도 울고 있는데, 갑자기 툭툭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알고보니 나무가 울고 있었던 거예요.

나무는 날마다 우는 아기 돼지를 보고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울었다고 합니다.

비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무를 보고 오히려 자신의 슬픔은 잊은 채 우는 나무를 달래는 울보 돼지.

아기돼지는 눈물을 흘리는 나무를 달래며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고 눈물을 흘리고픈 마음도 이겨내게 된답니다.

"괜찮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그만 울어"라고 나무를 달래는 말은,

아기 돼지 스스로에게도 치유의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
.

.
"엄마, 나무는 아기 돼지보다 더 울보네~ 걸핏하면 울어~ 하하-"

아기 돼지도, 나무도 심각하고 슬프기 짝이 없건만,

그들을 지켜보는 꼬맹군은 책 속 울보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나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 돼지가 눈물이라도 흘릴라 치면

먼저 선수를 쳐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나무의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졌구요.

아기 돼지가 울려고 하는 순간, 나무가 또 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꼬맹군에게 갖게 했거든요.

그리고 그 기대감이 맞아들어갔을 때, 아이는 즐거워하더라구요.

눈물많고 정많은 울보나무는 아기돼지뿐 아니라 우리 꼬맹이들까지도

눈물과 슬픔을 잊고 웃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
.

.
겨울이 다가온 어느날, 나무밑에서 재잘재잘 이야기하다 잠들어버린 아기 돼지가 걱정된 나무는

자신의 나뭇잎을 떨어뜨려 아기돼지를 추위에서 보호해 주어요.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아기 돼지는 불러도 대답없는 나무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답니다.



액자식 구성으로 된 일러스트 두 장.

비슷해 보이지만 오른 쪽 그림에서는 나뭇잎을 떨어뜨려 아기 돼지를 덮어주고,

눈을 감고 있는 나무의 모습이 왼쪽그림과 대비됩니다.

여기서부턴 어른인 저까지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어요.

아기 돼지를 사랑하는 나무의 사랑이 지극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기 돼지가 울 때면 같이 울어주고,

아기 돼지가 추울 때면 나뭇잎을 떨어뜨려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나무의 사랑이 숭고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를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마음이 여린 우리 꼬맹군에게도 이런 나무가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요?

그럼 우리 꼬맹군도 아기 돼지처럼 더이상 울지 않고 씩씩해질 수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아기 돼지를 극진히 사랑하고,

아기 돼지의 슬픔에 자신의 슬픔처럼 마음아파하는 모습이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을 내어주면서까지 사랑하는 아기 돼지를 지켜준 나무의 모습을

꼬맹군의 엄마인 제가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이런 나무의 희생과 사랑이 아기 돼지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처럼

엄마의 사랑이 우리 꼬맹군을 강하고 단단한 아이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
.

.
이 책을 읽으면서 아기 돼지의 모습에서 동질감도 느끼고,

두 친구의 표정 등 그림에서 유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어요.

책을 보는 내내 싱글거리던 꼬맹군도 마지막 부분에선

"나무가 불쌍해" 라며 말하며 안되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어요.

친구를 잃은 아기 돼지를 생각하면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 나무는 행복할거라고, 꼬맹군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꼬맹군도 이별을 받아들이고

더 성숙해진 아기 돼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되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이야기.

나무의 사랑과 희생으로 울보 아기 돼지를 성장시키는 성장동화이면서

마지막엔 이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별에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하는

어른까지 감동시키는 훌륭한 동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토리 마을의 빵집 웅진 세계그림책 142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내에서도 유명한 나카야 미와의 새책. <도토리 마을의 빵집>이 출간되었네요.

나카야 미와는 국내에서도 인기작가라 할만큼 유명한데요.

그가 내는 책을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간단명료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이유때문입니다.

어른인 저도 그의 책들을 보면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요.

아직은 아이들이 스스로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는 감정들에 대해 다루고,

협동심이나, 배려심, 가족간의 사랑 등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점들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 같더라구요.

무엇보다 그림이 동글동글 오밀조밀 귀엽고,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점~

아이들을 빠져들게 하는 탄탄한 스토리가 꾸준한 인기의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은 도토리 마을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코페와 쿠페 가족의 이야기예요.

매번 새로운 빵을 만들어내며 빵집일에 열심인 코페와 쿠페의 부모님,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던 약속까지 미뤄야할 정도로 일이 바쁜 부모님을 위해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위해 직접 빵을 만들어 부모님을 도우려고 해요.

그 과정에서 탄생한 멋진 빵이 만들어 진답니다.

 

 

 

빵집을 하는 도토리 가족. 맞벌이 엄마의 바쁜 아침풍경은

도토리 가족이나 우리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엄마가 바쁘게 아이들 챙겨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일 때문에 매번 늦는 아빠가 오후에 데리러 가고요.

빵집에서 새로운 빵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고민하는 모습도 나와요.

 

 

 

아빠가 집에서 빵와 쿠키를 구워줄 때, 보조로 베이킹 맛보기를 몇 번 해보았던 꼬맹군,

쿠페와 코페의 아빠와 엄마가 빵을 만드는 모습에 관심을 보입니다.

"반죽을 해서~ 잼을 섞고~ 가루를 뿌리고~"

빵 만드는 순서를 꼬맹군 나름대로 설명하기도 하구요.

빵을 많이 구웠지만 새로운 빵을 만들지 못해서 시무룩한 엄마와 아빠의 표정에도

수북히 쌓인 빵이 웃기기만 한 꼬맹군입니다.

 

 

 

새로운 빵을 만들지 못해 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약속을 미루자는 아빠의 말에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려요. 아기 도토리들의 우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ㅎㅎ

꼬맹군도 눈물을 뚝뚝 떨구며 우는 코페와 쿠페가 귀엽다고 하면서도

놀이공원에 가고 싶었을텐데 못가게 되니 속상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새로운 빵의 개발을 위해 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약속이 미뤄질 위기에 처하자,

아이들은 밤중에 일어나 아빠를 돕기 위해 직접 빵을 만든답니다

 

 

 

 

빙글빙글 섞고 또 섞고! 조물조물 섞고 또 섞고!

섞고 둥글리고 주물럭주물럭!

펴고 늘이고 주물럭주물럭!

등의 재미있는 반복어가 글을 더 맛깔나게 만들어줍니다.

작은 그림이 작업의 순서대로 연결되며 그려지는 그림을 따라가며

우리 꼬맹군도 도토리들과 함께 빵 만드는 법을 다시 얘기해봅니다.

꼬맹군에게 베이킹은 언제봐도 즐겁죠~ ㅎㅎ

빵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꼬마 도토리들의 모습이 귀엽게 그려져 있어요.

 

 

 

이스트를 너무 많이 넣은 큰 반죽이 부풀어 올라

오븐 밖으로 튀어나온 모습을 보면서 꼬맹군도 괴물같다고 했는데요.

아이들이 만든 빵은 아빠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게 되어요.

온 가족이 함께 만드는 도토리빵. 꼬맹군 실제로 도토리빵을 먹어보고 싶다고 합니다.

새로운 빵이기도 하지만 가족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빵이기에 더욱 인기가 있는 건 아닐까요?

 

 

 

 

특히 책의 앞부분에는 도토리마을의 이웃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는데요.

책 뒷부분의 <작가의 말>과 시리즈로 출간하는 작가의 전작을 보았을 때,

앞으로 여기 있는 다양한 직업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다른 도토리들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 도토리들의 제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

그리고 그의 외양들은 그 성격과 직업을 말해주는 듯 참 잘 어울리더라구요.

꼬맹군도 도토리 마을의 이웃들을 보고는 도토리 종류와 모양새가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어요.

더듬더듬 겨우 읽는 글씨로 도토리 이름을 하나씩 읽어보기도 했답니다. ^^

 

 

 

이번 도토리마을의 빵집 책은 내용자체로도 우리 꼬맹군의 사랑을 받았지만요.

이 책의 좋은 점 한가지는 바로 <도토리 빵집 만들기 놀이북>이 있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북으로 역할놀이가 가능하답니다. ^^

 

 

 

놀이북은 책을 다 읽고 나서 꺼내줬어요.

책에서 보았던 도토리들과 빵집 주방을 만들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칼집?이 나있어서 손으로 뜯기도 편하고 꽤 두껍운 코팅지라

잘 찢어지지도 않아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책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것이

눈앞에서 실제 만져보며 놀 수 있다는 점이 우리 꼬맹군을 더 행복하게 했지요. ^^

 

 

 

우리 꼬맹군이 특히 좋아했던 오븐. ㅎㅎ

다 만들고 나선 오븐 뚜껑이 열리는 걸 보고 진짜 빵이 들어가겠다며 좋아했어요. ^^

오븐 안에 빵을 넣어 굽는 시늉만 하더라도 좀 더 실감나는 놀이가 될 수 있겠지요?

풀을 붙이는 면이 한 두 군데 있는데요. 꼬맹군은 양면 테이프로 고정시켰어요.


 

빵집 앞에 세워진 도토리빵 나무와 빵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도토리들~

꼬맹군은 도토리마을 이웃소개에서 보았던 도토리 종류를 떠올리며

졸가시나무 도토리, 갈참나무 도토리, 붉가시나무 도토리.. 이름을 불러봅니다.

도토리들의 줄 위치도, 배열 순서도 꼬맹군의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서 있는 거랍니다. ㅎㅎㅎ



 

조리대를 배치하고 거기 빵만들 재료를 올려놓고 보니

만들어진 빵을 진열할 테이블이 부족하다는 꼬맹군.

그냥 바닥에 놓자니까 절대 안된답니다.

"파리***에 가도 테이블 위에 빵이 있잖아~"라며

집에 있던 자석블럭으로 빵진열대를 만들어줬어요. ㅋ



 

짜잔~ 책속에서 튀어나온 듯, 꼬맹군의 눈앞에 펼쳐진 도토리 빵집.

꼬맹군은 특히 오븐에서 빵 굽는 걸 좋아했는데요.

반죽 재료를 섞어서 빵을 만들고 오븐에 구워 내는 게 재미있어서,

역할놀이를 하면서 엄마에겐 계속 손님 역할만 시켰답니다. ㅎㅎ

아빠가 퇴근한 후로, 우리 부부는 꼬맹군 빵집의 줄서는 도토리가 되었어요.ㅜㅜ

 

 

 

엄마가 빵을 선택하면 그 빵에 데코로 재료를 살짝 뿌려준다음, 오븐에 구워요.

꼬맹군이 입으로 내는 "땡~" 소리에 맞춰 오븐이 멈추면 긴나무주걱으로 빵을 꺼내준답니다.

꼬맹군의 손보다 작은 나무주걱을 잡고 조그만 오븐에서 빵을 조심조심 꺼내는 모습~ ^^

꺼내다가 빵이 떨어지는 날에는 기분이닷, 공짜로 주기도 해요. ㅎㅎ

 

이 놀이북이 자신의 "보물"이라며, 외갓집 가는 날에도 박스에 담아 가져갔답니다.

가져갔다가 작은 종이빵들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냐는 엄마의 말에도

자기가 잘 챙기겠다며 기어이 들고 가더라구요.

 

이 놀이북이 어른들의 눈에는 단지 그림이 그려진 조그마한 종이일 뿐일지라도,

아이들의 눈에는 재미있었던 책의 내용을 되짚어 상상하고,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책속 주인공들과 교감하는 또다른 방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인 저에게도 <도토리 마을의 빵집>은 바쁘고 힘들지만 열심히 일하는 부모의 모습,

부모님을 위해 새로울 빵을 만들려는 아이들의 모습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책이예요.

 

한편으론 요즘같이 맞벌이가 많은 시대에 아이들의 마음 한 켠에 바빠서 서운했던 엄마였을지라도,

바쁜 엄마의 모습을 책을 통해 객관적으로 보며

열심히 사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조그마한 여지를 마련해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예전에도 나카야 미와의 그림책을 좋아했던 꼬맹군이지만,

이번책에선 함께 포함된 놀이북으로 더욱 오랫동안 꼬맹군의 사랑을 받을 듯 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산이 잠을 깼어요! 그림책은 내 친구 32
리자 웨스트버그 피터스 글, 스티브 젠킨스 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12년 6월
장바구니담기


.
언제부턴가 우리 꼬맹군이 화산폭발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화산이 폭발하는 게 보고 싶다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화산폭발 동영상을 찾아달라고 하는가 하면,
화산폭발에 대한 책을 보여달라고 하기도 하구요.

저도 아이 책에 대해서는 어지간히 구비를 해주려고 하고
책에 대해서는 요청이 있기 전에 엄마가 먼저 제시를 해주는 편이었는데,
아이가 먼저 어떤 책이 보고 싶다고 사달라고 조른 건 화산에 대한 책이 처음이었답니다.
그만큼, 집에 있는 전집이나 단행본 중에도 잘 없는 주제이기도 했어요.
서점에 가서 화산에 관한 책을 뒤져봐도, 예전에 만들어져 지면이 올드하거나 내용이 너무 간단한 책들 몇 권뿐,
꼬맹군에게 딱 알맞은 화산 관련 책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러던 중 논장에서 출판된 <화산이 잠을 깼어요!>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요. 이 책은 꼬맹군에게 완전 대박, 히트를 친 책이랍니다.
처음에 책의 색감이 약간 어두운 듯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책을 보는데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구요. 오히려 화산 활동에 대한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면서
밝은 색감과 귀여운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엄마도 <화산이 잠을 깼어요!>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팬이 되어버렸지요.
.
.

.
화산을 비롯하여 고사리, 용암귀뚜라미, 검정오솔길, 해, 달 등
화산 주위 친구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화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의 입담이 어찌나 재치있는지, 이야기를 듣는 꼬맹군이 깔깔거리고 웃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니까요.
.
.

.
화산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자 화산 주위의 생물들은 불안해합니다.
용암귀뚜라미 1의 얘기를 들어보세요.
아무래도 오늘 밤 ㅎㅅ이 흔들릴 것 같다며 소식을 전합니다.
귀뚜라미의 이모티콘 -_-; 표시와 화산을 "ㅎㅅ"이라고 암호처럼 표시하고 있네요.
연락해! 라는 메세지는 마치 무전을 치는 듯한 느낌까지 줍니다.
.
.

.
드디어 화산활동이 시작되자 검정오솔길은 불평을 합니다.
"쳇, 이 활화산은 시도때도 없이 공사 중."이라며 투덜거리는 것이 꼬맹군에겐 재미있게 느껴졌나봐요.
눈코입도 없는 길이 투덜거린다는 상상만 해도 기발하지요.
꼬맹군은 이 부분을 읽을 때 오솔길이 투덜이 스머프처럼 불평을 하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엄마가 투덜이 스머프처럼 목소리를 깔고 투덜투덜하는 것처럼 읽어주었지요. ㅎㅎ
그러고 보면 고사리는 여린 여성의 느낌이 나고요, 귀뚜라미는 개구쟁이 형제, 아기화산은 장난꾸러기 꼬마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왠지 읽어줄 때에도 마치 여성인 듯, 장난꾸러기 꼬마인 듯 화자에 따라 목소리가 조금씩 변하더라구요. ㅎㅎ
목소리를 달리해서 읽어주니 아이는 그 이미지에 대한 상상이 더 잘 되는지
깔깔거리며 웃느라 엄마가 책을 읽기 힘들 정도였답니다.
.
.

.
고사리의 얘기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화산 근처에서 꿀먹이새와 잔치를 하고 있던 고사리는 화산이 활동을 시작하자 두려워하면서도
용암이 자신을 덮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해요.
돌돌말린 고사리 모양처럼 고사리의 글자체도 돌돌 말린 느낌입니다.
화산을 <불뿜는 거인>이라 표현한 점이 신선하지요?
고사리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러다 고사리 튀김이 되어 버리겠네!"라고 말한 부분을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
.

.
배꼽빠지게 웃으며 책을 보느라 본문이 끝나는 것조차 아쉬워했던 꼬맹군,
책을 처음 보자마자 이 책에 푹 빠져서 한번만 더 읽어달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잘 시간이 다되어서 이제 그만 읽자고 했더니 책 더 안 읽어준다고 엄마에게 토라지고
아빠에게 책을 들고가서 읽어달라고 할 정도으니까요.

선명하고 멋진 콜라주 기법의 세련된 일러스트도 책을 볼 맛?을 배가시키지만요.
화산을 비롯해 고사리, 용암귀뚜라미, 검은오솔길, 해님, 달님 등의 속엣말을 들으며
웃고 즐기는 사이 자연스럽게 화산활동에 대한 지식이 쌓인답니다.

용암귀뚜라미의 말에서는 화산활동이 시작되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용암 통구이 개미에 지지고 볶은 벌레를 좋아하는 용암귀뚜라미,
화산활동이 일어나면 용암과 자갈외투를 덮혀져 몸집이 켜진다는 것 등
화산활동과 그 주변 현상에 대해 과학적 근거로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
.

.
화산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시적인 표현도 많아요.
화산을 불뿜는 거인이라 하고, 화산활동을 빵을 굽는 것에 비유하며,
용암이 흐르는 것을 붉은 리본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은유적인 표현으로 아이들에게 감성을 전달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특히 고사리의 이야기에서 단어의 반복과 의성어, 의태어를 많이 쓴 표현이 글을 더 아름답게 만들더라구요.
.
.

.
화산지형 주위의 친구들 얘기를 깔깔거리며 듣다보니,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더라구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관련 용어와 화산에 관한 참고자료를 싣고 있어요.
이 책은 하와이 어느 화산의 하루를 보여준다는 설명.
꼬맹군도 하와이에 킬라우에아 화산이 있다는 걸 다른 책에서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데요.
화산이 폭발한 뒤 생긴 용암황무지에서 고사리가 자란다는 것,
고사리 주위에 꿀먹이새가 많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지요.
투덜이 검정오솔길은 표지판 모양으로 화산에 대해 얘기했었는데요.
실제로 하와이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에는 "땅이 갈라진 곳을 조심하시오. 화산 연기는 건강에 해로움, 도로가 끊어진 곳을 주의하시오"라는 표지판으로 방문객들에게 알려준다네요.
그리고 화산이 자연재해로 피해만 주는 줄 알았는데,
온천도 생기고 지열발전소도 만들 수 있는 도움도 줄 수 있다는 걸 알려주어요.
.
.

.
이 책을 보고 나더니 우리 꼬맹군, 하와이에 꼭 가보고 싶답니다.
보나마나 하와이에 화산이 많다니 그걸 구경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지요.
하와이는 멀어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니까, 비행기 값을 모아야 한다고
꼬맹군의 저금통에 돈을 얼마나 모았는지 세어보기도 하구요.

오늘 아침에 유치원 간다고 집을 나서는 꼬맹군,
선생님과 친구들과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면서 책을 들고갔답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하는 말,
"엄마, 오늘은 화산책 열 번 읽어줘야돼. 꼭!"이라며
엄마한테 단단히 다짐을 받고 갔답니다.

그동안 꼬맹군의 요청에 의해 제가 접해본 화산책들이 많지는 않지만요.
기존의 화산이라는 주제를 다룬 책들이 화산용어나 화산이 만들어지는 원리,
화산의 종류 등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서술했다면, 이번에 만난 <화산이 잠을 깼어요>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그 주변생물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도 시선을 돌렸다는 점이 신선하고요.
위험하고 때로는 두려울 수도 있는 화산활동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내었다는 점도 이 책의 아주 큰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꼬맹군에게 도움이 되고 아이가 정말 좋아할만한 화산책을 찾아준 것 같아요.
저 역시 책을 읽어줄 때마다 깔깔거리는 꼬맹군의 웃음소리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답니다.
화산에 대해 잘 몰랐던 아이들이라도 이 책을 한 번 만나본다면
화산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키울 것 같아요.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아서 잘하는 아이는 없다
조수경 지음 / 행복에너지 / 2012년 8월
장바구니담기


.
영어유치원, 시간이 짧을만큼 빡빡한 영어수학등의 학원뺑뺑이, 첼로 바이올린 등의 비싼 음악레슨..
아이가 어릴 때부터 말그대로 '빡시게' 영어, 수학, 논술, 예체능 등을 배워주지 않으면 다른 아이보다 뒤쳐질 것이라는 두려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많은 사교육과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교육프로그램들은
나같은 미취학 아동을 둔 초보엄마의 눈과 귀를 어질어질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공들인 것들에 대해,
문제점과 폐해에 대한 지적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현실은
도대체 비싸더라도 저걸 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건지 혼란만 가중시킨다.

아이의 방문학습 상담을 하러 온 선생님은,
요즘은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의 교육을 좌우한다고 했다.
내게도 가만히 듣기만 하지 말고 이 책을, 이 교재를 구입하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좋은 엄마가 되는 것 같은,
그 책을 사주지 않으면 아이게 대한 죄책감까지 들게 만드는 요즘 현실이다.

요즘 '좋은 부모'의 조건은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올바른 인성을 심어줄 수 있는가 보다는
아이의 교육비로 얼마를 내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척도가 되어버린 듯 하다.

그런데 여기, 실패하지 않는 자식교육의 비결로 '엄마의 사랑'을 들고 나온 사람이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뛰면 이겨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직업군인의 아내로 여기저기 이사를 하면서,
빠듯한 살림과 잦은 환경변화에도 아이 둘을 훌륭히 키워낸 엄마,
아내로, 엄마로 집안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바쁘게 살아온 엄마.

경제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부모도 물론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이가 자라는 데 있어서 부모의 경제력보다 더 중요한 것,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 아이 편이 되어주는 것,
가정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 아이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마음가짐 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해준다.
육아전문가도 아니고, 교육자도 아닌 평범한 아줌마의 자녀교육에 대한 단상.
아이는 마음을 듬뿍 담아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담으로 들려준다.


책을 훑어보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구절은
"자기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부모다"라는 구절이다.
.
.

.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녀석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엄마는 한눈에 알아본다.
그러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지, 어떤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 엄마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어느 과목을 잘하는지, 어느 과목에 약한지,
그래서 자기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자식교육을 남에게 맡겨버린다. 그것도 아주 어려서부터.
유아원, 놀이방, 유치원은 기본이고 학교에 가서도 바로 미술, 음악, 태권도, 바둑 등등
엄마 이외에 내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은 너무도 많다.
....
뱃속에서 커지는 아기의 작은 움직임도 온몸으로 느끼던 그때처럼 온 신경을 써서 아이를 관찰하고, 소통하고, 그리고 마침내 그 아이의 특성에 맞는 나만의 교육방법, 엄마만의 교육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 p.65 <장님 코끼리 만지기 中>


엄마들 모임에 가면 방학동안 어떤 걸 했고, 요즘은 어떤 걸 배우는지,
앞으로 어떤 학원에 등록할 것인지가 이야기의 주요 화두다.
주위 엄마들의 조언은 정보도 되고 도움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직 공부보다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저 스케쥴을 다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또 한편으로은 저렇게 다 따라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봐 겁도 난다.
다른 아이는 다 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왜 못해, 이런 오기도 살짝 생긴다.
"영어랑 수학은 얼른 해줘. 아이가 하나인데 왜 아직 그런 것도 안해줘."라는 지인의 말에
내가 너무 무심한 부모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학원을 여러군데 다니지 않으면 무능력하고 관심없는 부모가 되어버리는 현실.
나는 아이 학원을 더 추가해야하나 고민도 잠시 했었다.

올초에, 원어민 영어강사가 수업하는 학원에 테스트를 받으러 가자는 친구엄마의 권유에 별생각없이 따라 나섰다가, 낯선 외국인을 보고 겁을 먹은 아이가 10분만에 울며 뛰쳐나왔던 적이 있었다.
그 뒤로 몇개월동안 원에서 새로 시작하는 영어프로그램을 싫어했다.
단지 테스트였을 뿐이라도, 우리 아이가 낯선 환경을 싫어한다는 걸 아는 내가 중간에서 끊을 수도 있었건만, 다른 사람도 간다는데... 라는 가벼운 생각이 내 아이를 영어거부감에 빠져들게 했다는 자책감은 한동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했다.
다른 사람을 기준삼아 쫓아가다가는 내 아이의 마음과 상태를 살피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내 아이에게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는 엄마의 확고함을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내 아이의 교육에 나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야할 것이다.
.
.

.
사실 교육에 실패하는 원인에는 엄마의 지나친 욕심과 리드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는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데 엄마의 욕심과 강요에 끌려가다가 결국 성적도 오르지 않고 부모와 지식간 사이마저 망치게 된다. ... 엄마의 역할이란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게끔 자연스럽게 뒤에서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삶이란 목표를 향해 곧바로 날아가는 화살이 아니다. 종이배처럼 물결 따라 바람에 흔들리며 여기저기 부딪혀 가며 흘러가는 것이다. .. 우리 아이들의 무대는 항상 처음부터 화려할 수는 없다. 아이가 성장이 늦는다고 성적이 부진하다고 초조해하거나 조급해져서 온갖 단방 처방을 내려서는 안된다. - p.55 <추운 지방의 나무가 더 단단하다 中>


<삶이란 종이배처럼 여기저기 부딪혀 가며 흘러가는 것.. 처음부터 화려할 수는 없다..>
11월생이라 또래보다 가위질도, 그림도 서툰 아이는 친구들과 비교가 되었다.
'크면 다 똑같아질거야. 어쩜 우리 아이가 더 잘할 수도 있을걸? 그러니 서두르지 말자..'
어쩌면 다른 것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는 성장발달의 차이는,
준비되지 않은 아이에게 안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럴 때는 나 스스로에게 위안하는 수 밖에 없다.
아이를 기다려주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저자의 확신과 결과를 보니 힘이 생긴다.
간혹 아이가 늦되어서 속상해지려고 할 때, "삶이란 종이배와 같다"는 저자의 말을 떠올려야겠다.
.
.

.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그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늘 잊고 산다. 실력이 없는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대학에 갈 실력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다른 아이와 부모들에게는 큰 상처와 불이익을 주는 일임에도 우리는 늘 제욕심만 챙기려 한다. 내 자식 잘되자고 남의 자식 못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하느님도 부처님도 그 어느 신도 들어주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기보다는 다만 아이가 무탈하게 시험을 준비하고 마치기를, 결과와 관계없이 즐겁에 시험을 준비하기를 기원했다. 지나친 시험부담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지 않기를 빌었다. 자기 실력에 맞는 대학, 자기 적성에 맞는 학과에 진학해서 즐겁고 보람있는 학창시절을 보내게 해달라고 빌었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수험생이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자연스럽게 나 자신도 평화로워지고 여유로워졌다. - p.279 <욕심과 정성은 다른 것이다 中>


우리 아이가 대학입시를 치를 때쯤, 나도 저런 기도를 할 수 있을까.
만약 이 책을 보지 못했다면, 나도 아이 마음의 안녕을 기원하기 보다
운이 좋기를, 떨어지지 말기를 애면글면 빌었을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우리 아이도 엄마의 그런 모습이 더 불안하고 부담스러웠겠지.
내가 그 입장에 닥치더라도 필시 그러했을 것이기에,
아이에 대한 정성과 욕심은 어떻게 달리 생각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지금도 고3, 대입의 부담감이 생생히 느껴지고 이 글에 마치 내가 고3이라도 된 냥 울컥하고 목이 메이는 걸 보면, 역시 한국사회에서 대입시험은 중요하고, 그만큼 부담스러운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대입. 인생의 첫 고비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기에 더 초조할 것이다.
나 역시 대입하나로 인생이 갈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시험 잘쳐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가 아니라,
실수하지 말고 준비한만큼, 건강히 준비하라고 말할 줄 아는 엄마가 되자.
시험 점수에 연연하는 엄마보다 차분함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엄마가 아이를 빛나게 한다.
성적표를 받아올 때 몇 등을 했느냐 보다, 지난 번 보다 얼마나 잘했는지 아이의 노력에 더 중점을 두고 칭찬해주는 저자의 태도는 미취학아동의 부모인 내게도 가슴에 새겨놓을만하다.



공감하고 감탄하는 가운데 책은 대체로 쉽게쉽게 읽혀진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먹이기 위해 밥과 반찬을 쟁반에 담아 엘리베이터에서도 먹여주었다는 것이나, 통금시간을 지키느라 과회식과 직장의 워크샵까지 따라가는 것을 불사하며 집에서 재웠다는 것 등의 몇몇 에피소드는 나에겐 극성스럽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이면 '항상' 집에서 간식을 만들어 기다리고,
도시락마다 메모를 써서 도시락 편지를 나누는 정성도
감탄스럽긴 했지만 정작 내가 따라한다면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지키면서
엄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그 마음만은 정말 본받고 싶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 노력하다보면
아이들도 어느샌가 반듯하게 잘 커주리라 믿게된다.

자녀와 함께 했던 엄마표 맞춤 서포트에 푹 빠져 읽었던 책이다.
성공했던, 그리고 자랑할만한 에피소드 외에도
자녀를 키우며 고민했던 것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느꼈던 점들을 가감없이 내보이는 모습은 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오류를 수정하며 살아내는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 사실성이 느껴져서 더 와닿았다.
아직 느껴보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 미리 생각해볼 수 있고,
육아와 교육의 방법에 대해 촉박하고 급하게만 생각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가히 부모 지침서가 될 만하다.

나도 저자처럼, 결과보다 과정에 더 치중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의 사랑'이라는 중심을 잘 잡아야겠지.
눈높이를 맞춘 긍정적인 소통과 기다림으로
내 아이에게도 변치 않는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따라 하고픈 런던 인테리어
조민정 지음 / 중앙M&B / 2012년 7월
절판



영국의 수도라는 점 이외에도 런던하면 떠오르는 것은 엄격, 절제, 위엄, 역사, 전통 등이다.
런던은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지만 내게 그런 이미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아직도 왕족제도가 있다는 것도 영국와 런던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킨다.

인테리어 에디터가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현지에서 담아온 인테리어 사진이라니
평소 동경하고 궁금했던 런던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평소 무미건조한 취향으로 인테리어라는 것에 그닥 신경을 쓰지 못했던 나에게
그 곳의 꾸밈과 색의 조화는 어떨 지 호기심도 일었다.


- 한 달이라는 시간은 참 애매한 기간이다.
한 도시를 여행하기에는 꽤 길고,
생활인으로 살며 익숙해지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랄까. -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하기를 이 한 달이 여행자에게 '문화 인지 지수'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한달이라는 시간이야말로 런던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 생경함을 감상하기 좋을 때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문화 인지 지수가 최고조에 달한 전문가의 눈에 들어온 런던의 모습은 어떠할까..
동경하면서도 낯설었던 도시 런던에 대한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친다.
.


- 일반 집보다 과감하고 다채로운 인테리어를 보며 '난 이런 스타일이 좋아' '이런 색감이 좋아'라고 머릿속의 막연한 가구나 색감 매치를 구체화시킬 수 있고, 유행하는 것 중에서 자신의 호불호를 가려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 혹은 이런 모든 것을 떠나서 다른 나라의 다양한 숍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즐겁지 않은가 -

지금 당장 인테리어 사진을 본다고 해서 내 집의 분위기를 확 바꾸는 것은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다양한 스타일과 색감을 보며 나에게 맞는 인테리어를 꾸밀 때 어느 한 부분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즐기다보면, 어느덧 내 마음에 드는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찾아 나만의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호불호를 가려내고 다양한 숍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거라는 저자의 말은
부족한 미적감각 탓에 이런 책은 웬지 선뜻 집어들기가 어려웠던 나조차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페이지를 펼쳐보며 런던의 인테리어를 감상하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페이지는 <액자 배치의 기술>

액자 정도는 집에서도 쉽게 걸어두는 것이고 액자로 남겨두고 싶은 것도 몇몇이 있었지만,
집에서조차 액자 하나를 거는 것이 내 솜씨로는 어떻게 걸어도 미적 감각과는 거리가 멀어보여 버겁고 애매했던 것이다.

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꼭 사진만을 액자안에 넣지 않아도
액자 만으로 훌륭한 인테리어가 될 수 있다는 것 보여준다.

이 정도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도 큰 돈을 들이거나 대대적인 공사를 필요로 하지 않고도 따라해볼 만 하다.

액자 안에 일상적인 우리집 메뉴나 주방 룰 등을 액자에 넣어 보라는 저자의 <우리집에 적용하기> 팁은 '꼭 한 번 따라해봐야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책을 보니 우리집의 어느 곳에 적용하면 좋을까도 생각해보게 되고
현재 있는 가구나 소품 중, 어떤 것과 매치를 시키면 좋을까도 고민해보게 된다.
.



디자인 가구와 소품을 취급하는 영국 콘란숍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문외한인 나는 몰랐지만 콘란숍의 수장은 20세기 모던 디자인의 시대를 연 선구자라고 불릴만큼 유명하다던데, 여기에서는 정갈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만나볼 수 있다.

꼭 콘란숍의 가구나 소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모던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나도 콘란숍의 서재나 침실의 조명등 인테리어를 보면서는 '우리집도 이렇게 한 번 해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


예전에 TV에서 얼핏 보고는 무작정 같은 사이즈의 액자를 여러개 샀던 적이 있다.
그런데 대체 이걸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다음부터 앞이 깜깜했었던 기억이 난다.
윗쪽으로 일자 연결을 해서 장식하자니 오히려 천장이 낮아보이고
띄엄띄엄 걸어놓자니 벽이 지저분해 보여서 결국 나머지는 창고에 두고 하나만 걸어두었더랬다.

창틀의 프레임 아래로 연결해 L자 형으로 액자를 배치해 놓은 것을 보니
천장이 낮아 보이지도 않고 마치 갤러리에 걸어놓은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꼭 한 번 따라해볼 만한 아이템인 것 같다.
.



액자 말고도 접시 걸기나 메모판을 벽에 걸어서 사용하는 것,
혹은 십자수 틀을 이용해 액자 대신 걸어두는 것도 새롭고 신선하다.
여러 숍을 둘러보며 건축물의 색감이나 찻잔과 트레이의 문양,
유리문의 장식, 갤러리의 설치미술 등 런던의 곳곳을 누빈 저자의 사진을 보며
막연히 중후하고 절제되었을 것만 같았던 런던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말하는 런던의 "엄격함과 재기발랄함의 매치"는
나같은 인테리어 문외한의 눈으로 런던을 여행했을 때는 그냥 지나쳤을 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알고보면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는 공감할만한 발견이다.

런던의 일상 속 컬러매치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했던 것에 놀라움을 느끼며
런던의 <미(美)>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흐리고 어둡다고 생각했던 런던의 이미지가 얼마나 다채롭고 강렬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건축물을 꾸미고 있는 지
내게 박혀 있던 영국과 런던의 딱딱한 느낌이 인테리어쪽을 집중 조명한 이 책으로 인해 조금은 변화된 것 같다.
그리고 동경하던 런던의 이미지를 응용해 우리집에도 적용해 볼만한 것을 찾게 된다.

런던 올림픽으로 런던의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
올림픽과 함께 TV에서 얼핏얼핏 보이는 런던의 모습과 인테리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런던의 유쾌한 인테리어 사진들과 저자의 설명이 들어간 멋진 코멘트, 그리고 <우리집에 적용하기>팁이 아주 유용했던 책이다.
이 책과 함께하는 동안 우리집에 적용해서 예쁘게 꾸며볼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올 가을에는 나도 런던 느낌이 나는 우리집 인테리어를 위해 발품을 한 번 팔아볼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