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나무 내 친구는 그림책
카토 요코 지음,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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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우리 꼬맹군.

또래보다 의젓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 여린 꼬맹이입니다.

길가다 넘어져도 으앙~ 울음이 터지고, 엄마한테 혼나서 섭섭하다고 눈물 뚝뚝,

심지어 등원하는 유치원 차량에서 경쟁하는 형아에게 창가쪽 자리를 빼앗겼다고 눈물 가득 담고 실룩..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직 나이가 어려 그렇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자아이인데 저렇게 여러서 어쩌나.. 라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예요.



그리고 아이가 눈물을 뚝뚝 떨굴 때면,

저 역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또 어떨 땐 '뭐 그런 걸로 울어~'라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하구요. ㅎㅎ

아직 세상에 나온지 몇년 안된 어린아이건만, 꼬맹군이 좀 더 강해졌으면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제 마음조차 이랬다 저랬다이니, 아이의 눈물을 어떤 방법으로 달래줄 수 있을 지 헷갈리고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무작정 혼내키는 것도, 뚝 그치라고 다그치는 것도,

또 그렇다고 무작정 달래고 얼러주는 것만도 모두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여기 같이 울어주면서 친구의 슬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카토요코/미야니시 타츠야의 <울보나무>라는 책인데요.

가제로 '울보돼지를 사랑한 나무' 정도 되지 않을까. 혼잣생각을 해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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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의 울보 아기 돼지.

아기 돼지는 싸워서 울고, 혼나서 울고, 넘어져서 울었어요.



첫 장면부터 꼬맹군과 엄마의 공감을 얻어내었던 장면입니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우리 꼬맹군 역시 싸워서 울고, 혼나서 울고, 넘어져서 울거든요.

우리 꼬맹군도 알고 있어요. 꼬마돼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듯 멋적게 웃습니다.

"아기 돼지가 꼬맹군처럼 걸핏하면 우네?"

"아니야~ 나는 울긴 우는데 조금만 운다고~"

아기 돼지보다는 조금만 운다고 변명하는 꼬맹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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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울고 있는데, 갑자기 툭툭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알고보니 나무가 울고 있었던 거예요.

나무는 날마다 우는 아기 돼지를 보고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울었다고 합니다.

비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무를 보고 오히려 자신의 슬픔은 잊은 채 우는 나무를 달래는 울보 돼지.

아기돼지는 눈물을 흘리는 나무를 달래며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고 눈물을 흘리고픈 마음도 이겨내게 된답니다.

"괜찮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그만 울어"라고 나무를 달래는 말은,

아기 돼지 스스로에게도 치유의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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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무는 아기 돼지보다 더 울보네~ 걸핏하면 울어~ 하하-"

아기 돼지도, 나무도 심각하고 슬프기 짝이 없건만,

그들을 지켜보는 꼬맹군은 책 속 울보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나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기 돼지가 눈물이라도 흘릴라 치면

먼저 선수를 쳐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나무의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졌구요.

아기 돼지가 울려고 하는 순간, 나무가 또 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꼬맹군에게 갖게 했거든요.

그리고 그 기대감이 맞아들어갔을 때, 아이는 즐거워하더라구요.

눈물많고 정많은 울보나무는 아기돼지뿐 아니라 우리 꼬맹이들까지도

눈물과 슬픔을 잊고 웃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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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온 어느날, 나무밑에서 재잘재잘 이야기하다 잠들어버린 아기 돼지가 걱정된 나무는

자신의 나뭇잎을 떨어뜨려 아기돼지를 추위에서 보호해 주어요.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아기 돼지는 불러도 대답없는 나무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답니다.



액자식 구성으로 된 일러스트 두 장.

비슷해 보이지만 오른 쪽 그림에서는 나뭇잎을 떨어뜨려 아기 돼지를 덮어주고,

눈을 감고 있는 나무의 모습이 왼쪽그림과 대비됩니다.

여기서부턴 어른인 저까지 울컥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어요.

아기 돼지를 사랑하는 나무의 사랑이 지극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기 돼지가 울 때면 같이 울어주고,

아기 돼지가 추울 때면 나뭇잎을 떨어뜨려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 나무의 사랑이 숭고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를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마음이 여린 우리 꼬맹군에게도 이런 나무가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요?

그럼 우리 꼬맹군도 아기 돼지처럼 더이상 울지 않고 씩씩해질 수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아기 돼지를 극진히 사랑하고,

아기 돼지의 슬픔에 자신의 슬픔처럼 마음아파하는 모습이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신을 내어주면서까지 사랑하는 아기 돼지를 지켜준 나무의 모습을

꼬맹군의 엄마인 제가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이런 나무의 희생과 사랑이 아기 돼지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처럼

엄마의 사랑이 우리 꼬맹군을 강하고 단단한 아이로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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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아기 돼지의 모습에서 동질감도 느끼고,

두 친구의 표정 등 그림에서 유머와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어요.

책을 보는 내내 싱글거리던 꼬맹군도 마지막 부분에선

"나무가 불쌍해" 라며 말하며 안되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어요.

친구를 잃은 아기 돼지를 생각하면 안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 나무는 행복할거라고, 꼬맹군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꼬맹군도 이별을 받아들이고

더 성숙해진 아기 돼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되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이야기.

나무의 사랑과 희생으로 울보 아기 돼지를 성장시키는 성장동화이면서

마지막엔 이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별에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하는

어른까지 감동시키는 훌륭한 동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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