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하고픈 런던 인테리어
조민정 지음 / 중앙M&B / 2012년 7월
절판



영국의 수도라는 점 이외에도 런던하면 떠오르는 것은 엄격, 절제, 위엄, 역사, 전통 등이다.
런던은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지만 내게 그런 이미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아직도 왕족제도가 있다는 것도 영국와 런던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킨다.

인테리어 에디터가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현지에서 담아온 인테리어 사진이라니
평소 동경하고 궁금했던 런던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평소 무미건조한 취향으로 인테리어라는 것에 그닥 신경을 쓰지 못했던 나에게
그 곳의 꾸밈과 색의 조화는 어떨 지 호기심도 일었다.


- 한 달이라는 시간은 참 애매한 기간이다.
한 도시를 여행하기에는 꽤 길고,
생활인으로 살며 익숙해지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랄까. -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하기를 이 한 달이 여행자에게 '문화 인지 지수'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한달이라는 시간이야말로 런던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 생경함을 감상하기 좋을 때라고 말하는 것 같다.

문화 인지 지수가 최고조에 달한 전문가의 눈에 들어온 런던의 모습은 어떠할까..
동경하면서도 낯설었던 도시 런던에 대한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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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집보다 과감하고 다채로운 인테리어를 보며 '난 이런 스타일이 좋아' '이런 색감이 좋아'라고 머릿속의 막연한 가구나 색감 매치를 구체화시킬 수 있고, 유행하는 것 중에서 자신의 호불호를 가려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 혹은 이런 모든 것을 떠나서 다른 나라의 다양한 숍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즐겁지 않은가 -

지금 당장 인테리어 사진을 본다고 해서 내 집의 분위기를 확 바꾸는 것은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다양한 스타일과 색감을 보며 나에게 맞는 인테리어를 꾸밀 때 어느 한 부분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즐기다보면, 어느덧 내 마음에 드는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찾아 나만의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호불호를 가려내고 다양한 숍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거라는 저자의 말은
부족한 미적감각 탓에 이런 책은 웬지 선뜻 집어들기가 어려웠던 나조차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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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부터 차례대로 페이지를 펼쳐보며 런던의 인테리어를 감상하던 중
내 눈을 사로잡은 페이지는 <액자 배치의 기술>

액자 정도는 집에서도 쉽게 걸어두는 것이고 액자로 남겨두고 싶은 것도 몇몇이 있었지만,
집에서조차 액자 하나를 거는 것이 내 솜씨로는 어떻게 걸어도 미적 감각과는 거리가 멀어보여 버겁고 애매했던 것이다.

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꼭 사진만을 액자안에 넣지 않아도
액자 만으로 훌륭한 인테리어가 될 수 있다는 것 보여준다.

이 정도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도 큰 돈을 들이거나 대대적인 공사를 필요로 하지 않고도 따라해볼 만 하다.

액자 안에 일상적인 우리집 메뉴나 주방 룰 등을 액자에 넣어 보라는 저자의 <우리집에 적용하기> 팁은 '꼭 한 번 따라해봐야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책을 보니 우리집의 어느 곳에 적용하면 좋을까도 생각해보게 되고
현재 있는 가구나 소품 중, 어떤 것과 매치를 시키면 좋을까도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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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가구와 소품을 취급하는 영국 콘란숍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문외한인 나는 몰랐지만 콘란숍의 수장은 20세기 모던 디자인의 시대를 연 선구자라고 불릴만큼 유명하다던데, 여기에서는 정갈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만나볼 수 있다.

꼭 콘란숍의 가구나 소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모던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하다.

나도 콘란숍의 서재나 침실의 조명등 인테리어를 보면서는 '우리집도 이렇게 한 번 해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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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TV에서 얼핏 보고는 무작정 같은 사이즈의 액자를 여러개 샀던 적이 있다.
그런데 대체 이걸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다음부터 앞이 깜깜했었던 기억이 난다.
윗쪽으로 일자 연결을 해서 장식하자니 오히려 천장이 낮아보이고
띄엄띄엄 걸어놓자니 벽이 지저분해 보여서 결국 나머지는 창고에 두고 하나만 걸어두었더랬다.

창틀의 프레임 아래로 연결해 L자 형으로 액자를 배치해 놓은 것을 보니
천장이 낮아 보이지도 않고 마치 갤러리에 걸어놓은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꼭 한 번 따라해볼 만한 아이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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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말고도 접시 걸기나 메모판을 벽에 걸어서 사용하는 것,
혹은 십자수 틀을 이용해 액자 대신 걸어두는 것도 새롭고 신선하다.
여러 숍을 둘러보며 건축물의 색감이나 찻잔과 트레이의 문양,
유리문의 장식, 갤러리의 설치미술 등 런던의 곳곳을 누빈 저자의 사진을 보며
막연히 중후하고 절제되었을 것만 같았던 런던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저자가 말하는 런던의 "엄격함과 재기발랄함의 매치"는
나같은 인테리어 문외한의 눈으로 런던을 여행했을 때는 그냥 지나쳤을 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알고보면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는 공감할만한 발견이다.

런던의 일상 속 컬러매치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했던 것에 놀라움을 느끼며
런던의 <미(美)>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책이다.

흐리고 어둡다고 생각했던 런던의 이미지가 얼마나 다채롭고 강렬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건축물을 꾸미고 있는 지
내게 박혀 있던 영국과 런던의 딱딱한 느낌이 인테리어쪽을 집중 조명한 이 책으로 인해 조금은 변화된 것 같다.
그리고 동경하던 런던의 이미지를 응용해 우리집에도 적용해 볼만한 것을 찾게 된다.

런던 올림픽으로 런던의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
올림픽과 함께 TV에서 얼핏얼핏 보이는 런던의 모습과 인테리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런던의 유쾌한 인테리어 사진들과 저자의 설명이 들어간 멋진 코멘트, 그리고 <우리집에 적용하기>팁이 아주 유용했던 책이다.
이 책과 함께하는 동안 우리집에 적용해서 예쁘게 꾸며볼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올 가을에는 나도 런던 느낌이 나는 우리집 인테리어를 위해 발품을 한 번 팔아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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