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이야기 더봄 중국문학 전집 1
쑤퉁 지음, 양성희 옮김 / 더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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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접하게 된 중국 문학..참새


제법 두툼한 책을 손을 들었을때..장편 소설이 주는 무게감에 마음이 설렜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가까운 일본의 소설들이 한국 서점가를 점령하다시피 하는 요즘

중국 문학작품을 접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다시 말해 그 만큼 중국의 문학 작품은 나에게 조금 낯설고 그래서 가끔 낯가림을 하곤 한다.

가장 감명 깊은 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서스럼 없이 "대지"라고 말을 한다.

격변하는 중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민초들의 삶을 제대로 그렸던 그 작품을

나는 단연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꼽는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지..는 중국인 작가가 아닌 펄벅 여사의 작품이지 않은가.

이방인의 눈에 비친 중국의 역사를 서술했으니 정확히는 중국문학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쑤퉁의 참새는.. 순수한 중국 작가가 집필한 것이기에 더욱 세심하고 디테일하게

중국의 문화를 엿볼 수 있을거라 기대하였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의 개혁 개방 격변기의 시기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때의 중국 역사를 대충 간추려 보면 오랫동안 내려오던 민족 정신이

붕괴되고 돈이 인생 최고의 가치라는 자본주의가 팽배해지던 시기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뒤틀리고 가치관이 혼란을 겪는.. 격변의 시기였다.


바오룬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치매에 걸리게 되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참죽나무 거리의 나무 밑을 파헤치고 다니는 할아버지의 기이한 행동으로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정신병원에 입원 시키고, 손자인 바이룬에게 할아버지를 감사하는

일이 맡겨진다. 병원 정원 곳곳을 파헤치는 할아버지 때문에 바이룬은 할아버지를 밧줄로 꽁꽁 

포박하게 되고 상처없이 포박하는 바이룬의 기술을 사람들이 칭송한다는 구절까지 읽고

솔직히 아연실색 했다. 대표적인 한국적 정서를 가진 나로써는 확하고 올라오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읽는 속도가 좀 더디어졌다.


이 이야기의 핵심 인물은 바오룬과 류성, 그리고 선녀 세명의 청춘 남녀의 얽히고 섥힌

그리고..결국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강간사건에 휘말린 바오룬은 진범이 아닌데도 억울하고 형을 살게 되고

진범인 류성은 차후에 신혼 첫날밤 바오룬의 칼에 죽음을 당하고

솔직히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구분이 모호한 강간을 당한 선녀는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신세가 된다.


읽다보면 코에서 뜨거운 김이 나올 정도로 무거운 내용에 내 속이 상한다.

효가 사라지고 인간의 가치가 돈과 권력이라는 물질과 힘 앞에서

가진건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작고 비참한 존재인지..

얼마나 맥없이 쓰러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이야기가 20세기 중반 중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21세기인 지금도 어쩜 한국의 어느 한 구퉁이에서 일어나고도 남을

일들인 것이다.


얼마전 불이나서 많은 사상자를 내었던 우리 나라의 어느 요양병원에서는

치매 걸린 환자들의 한쪽 손을 결박한 채 치료를 하고 있었고

권력 앞에 비굴했던 대기업들이 비선 실세라는 그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며

돈을 상납하기 바빴고

밤이 되면 어슥한 골목길을 여자 혼자 걷기 어려운 시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사실 별반 다르지도 않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어쩌면 수긍하기 싫고,  불편한 것에는 눈을 감아 버리고 싶은

우리들의 얄팍한 심리때문에 쑤퉁의 작품이 조금은 불편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던건

아닐까..

등장하는 인물들의 왜 이렇게 비참하게 끝을 맺는지.. 안타까운 탄식이 나오는 것은

어딘가 많이 닮은 우리들의 부끄러운 속내를 들킨 것 같은

참담함 때문은 아닌지..


쉽게 휘리릭 읽지 못하고 생각하게 하고 음미하게 하는 쑤퉁의 작품 스타일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묵직한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될것 같다.

마냥 가벼운 일본 소설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중국 문학의 무게와 깊이를 조금이나

느껴볼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또 다른 중국 작가들이 작품을 기웃거리게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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