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수집가
루스 호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 작가의 낯선 작품을 읽을때는 늘상 그렇지만 소개팅에

나가는 마음처럼 설렌다.

소개팅이라는게 어떤 상대가 나올려나.. 잔뜩 기대와 긴장을 하기 마련이거든.

몇마디 나눠보고 나와 얘기가 잘 통하는 듯 하면..

그때부터 이야기는 파도를 탄다.


반면 대화의 핀트가 안 맞는 사람도 있다.

몇마디 나누다보면 괜히 피곤하고 힘들다.

빨리 집에가서 샤워하고 침대에서 새우깡이나 씹어먹는게 낫게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도 있다.

책으로 치자면 몇 페이지 읽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탁자위로 집어 던져놓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은 나에게 처음엔 어색하고 낯설어서 분위기 서먹하다가

갈수록 진국이네 하면서 뒤늦게 발동 거리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알아갈수록 만나볼수록 매력적인 사람은 만난듯 하다.

다만 그 처음이 살짝 어렵다.

어렵다고 하는 표현은 쉽게 쉽게 책장이 안 넘어간다는 뜻이다.

영어권 문학작품들을 번역할때 특유의 번역체가 주는 약간의 어색함..

덕분에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한문장 한문장을 곱씹어야했다.

여차하면 흐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독자의 입장으로 봐서는 읽기가 껄끄럽지만..

(이런 문체에 나는 유난히 약하다)

한문장씩 정성스럽게 읽어가는 작업 또한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데.. 사람과 기계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독자와 작품이 만나 책속으로 들어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막상 이 책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어느 햇살 좋은 날..

장미꽃향기가 만발하고 창문에 드리워진 레이스 커튼으로 오후의 햇살이

들어오는 그 집의 마호가니 탁자위에 꽃무늬가 아름다운 찻잔에 차 한잔 마시며

책을 읽는 느낌에 폭 빠질 수 있다.

"낯선" 작가 루스 호건의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표현력을 느끼면서 말이다.


노신사 앤서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그의 약혼자가 선물했던

물건을 읽어버린 뒤로

40년 동안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가져와 집안 서재의 서랍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남들 눈에는 참 별거 아닌 그 분실물들을 가져와 소중히 보관해 온 초로의 신사..

그는 세상을 떠난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

자기가 반 평생 수집해온 분실들을 주인에게 되돌려 주려고 한다.

그 대업을 그녀의 비서이며 가정부인 로라에게 맡긴다.


로라가 사랑하는 엔서니의 집과 전 재산..그리고 분실물이라는

뜻밖의 큰 일을 맡게되는 로라..이웃집 소녀 선샤인, 정원사 프레디 세사람은

엔서니의 유언을 받든다.

분실물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들과 그 안에 담여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 미움, 증오등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작가인 루스호건은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수를 놓은

프랑스 자수처럼 이야기들을 펼쳐간다.

​차분히 읽어 내려 갈수록 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