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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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는 다작을 하는 작가로, 소설, 단편, 에세이, 동화등 많은 쟝르에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필력을 뽐내고 있다.

이 작품은 14년전에 발행된 책으로 초록의 버드나무 아래에서 빨간 맨드라미가 피어 있는 들판에서 남녀가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는 산뜻한 표지로 리커버된 작품이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읽을때면 가끔 주인공에 동화되어

나 자신이 조금 세련된 여자라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녀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세상사에 아둥바둥 하는 느낌 없이 무심한듯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담백하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의 한조각을 함께 하다보면 왠지 모르게 세상과는 조금 초월한 세련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다.

1989년부터 십여년간 써왔던 단편들 중에서 수작을 모아 발행된 책이다.

늙고 치매 증상이 있는 아내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광팬인 것을 알고,

그녀의 위해 엘비스 프레슬리인척 늦은 밤 공중전화로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엘비스의 음악을 들려주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러브 미 텐더.

어디선가 엘비스의 달콤한 목소리로 부르는 그 노래가 들려오는 듯 하다.


남편이 있는 유부남을 사랑하는 여자는 푸르스름한 저녁 푸르키네 현상이 일어나면 과거의 일로 묘한 기분에 젖는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불륜이라는 키워드를 다룬 작품. 선잠



어딘가 매우 위태위태하고 불안하다. 조심스럽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곤 하지만

불륜의 대상자들조차 연민을 갖게 되고 마는건 에쿠니 가오리의 특유의 필력때문일려나.

내내 심각하지 않고 내내 무심하지 않는 경계를 교묘하게 지켜나가는 주인공은

오히려 안쓰럽다.

온동네가 퍼랬다.

그 공기, 그 냄새. 깜짝 놀라 조심조심 손을 내밀어 보았다. 공기에 닿으면 손가락 끝까지 퍼렇게 물이 들것 같았다. 불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언제까지고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신문에 난 낯선이의 부고에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부부의 이야기도 특이하다 못해 기괴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죽음에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려고 하는걸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에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어쩌면 이들과 비교하면 평범하기 짝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짤막짤막한 문장들을 꼬거나 미사어구로 치장을 하지 않아서 가독성이 좋다는 것도

작가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담백해서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잔상이 많이 남게 되는 것 또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의 특징이다.


사회의 일반적인 잣대로 들이대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누군가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가까이 하기 꺼려지는 상식적이지 않은 이들일지라도

소설을 읽다보면 범상치 않은 그들의 삶에 설득당해 납득과 수긍, 그리고 동조까지 하고픈

마음이 들게 된다.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는 에쿠니 가오리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그녀다운 작품을

버드나무도 없고, 맨드라미도 없었지만 푸릇한 담쟁이 덩쿨과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가득한 여름날, 한껏 빠져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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