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2 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2
송정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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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읽는 다는 것은 나에겐 의미 있는 행위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그 시대의 생활상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글읽기는 

한편으로는 짜릿한 즐거움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된 인내를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100년도 더 전의 서양의 사상을 이해하고, 글의 흐름을 흐트러지지 않게 

읽기도 어려운 수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수월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고전 읽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백컨대 나에게는 나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도구라고 할까..

신문의 사회면을 부지런히 들춰가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어딘가의 모임에서 소위 책 좀 읽었구나 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일지 모르겠다.


이 문제에 대한 송정림 작가의 답변은 이러하다.

'살아가면서 숱하게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많은 고비의 순간을 맞닥뜨린다.

고난 앞에 움츠러들 때, 깊은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명작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내 고민은 한낱 먼지처럼 작게 스러지곤 한다'


명작속의 인물들의 고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것 같다.

삶은 100년 전이나 2021년을 살아가는 지금이나 우리들에게 늘상 녹녹하지 않은것 같다.





이 책에는 총 39편의 고전과 명작들이 소개되어 있다.

책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편인 나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명작들이 제법 있다.

그리고 오래전에 읽긴 했지만 내용이 뭐더라..라고 가물거리는 작품들도 있다.

꽤나 두툼한 명작의 내용을 단 몇장에 요약해 놓았다.

마치 학창 시절 시험전날 요긴하게 보던 '동아 전과'같다.


읽다보면 아, 맞다. 주인공이 이때 이랬지..라며 잊고 있던 내용들이 스멀거리며 머리속에서

기어나오기도 하고 읽어보지 못한 명작들은 작가가 정성스럽게 요약해 놓은 내용의 폭 빠져서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가 소개도 실려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소개된 많은 작품들 중에는 금서가 된 도서들도 있다.

[분노의 포도], [개선문]이 대표적인 작품이며 그 시대의 아킬레스건을 너무 적나라하게

건드렸기 때문에 금서로 정해서 읽지 못하게 했던것 같다.

이주 소작농과 불법체류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실랄하게 표현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된 

두 소설은 [읽어보기 목록에 넣고] 찬찬히 읽어보고 싶어진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10여년 또는 60여년이 걸린 작품들도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25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0년이 넘도록 집필되어진 대작이며

[파우스트]는 괴테가 24세에 쓰기 시작하여 82세에 완성한 대작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의 괴테가 72세때 17세의 소녀와 사랑에 빠진 일은 

문학사적인 대 사건을 일으킨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한국판 '은교'였나보다.


자기 작품의 위대함에 눌려 더 이상 다른 작품을 발표하지 못했던 작가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평생 한 작품만 남긴 작가로는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한 하퍼 리,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집필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얼마나 유명하고 대단하면 이 책을 집필하고 다른 작품을 써내려가지 못했을까.

궁금해서라도 이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많은 작품들 중에 반갑게도 내가 읽었던 명작들이 소개되어지면 살며서 흥분 상태가 된다.

단테의 [신곡],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펄벅의 [대지], [여자의 일생],[눈먼자들의 도시] 등등


특히 펄벅의 [대지]는 나의 최애 작품이기도 하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앉아서 또는 선채로 읽다가 책에 빠져 내릴 역을 놓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완독을 하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오래전 주말의 명화에서 흑백 영화로 봤던 영화도 소환되어진다.

잉글리드 버그만의 보석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눈을 잊을 수 없었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스칼렛 오하라의 얄밉도록 당차고 똘망똘망했던 표정이 압권이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엔소니 퀸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파리의 노트르담] 등등

영화로 봐서 내용은 쉽게 기억하고 있다면 책으로 읽으면서 영화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평생에 한번쯤은 읽어봐야할 명작들을 한편 한편 정성스럽게 소개하는 이 책은

명작읽기의 길라잡이 라고 해야 할듯 하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 하는 이들이 있다면 우선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다가 나의 버킷 리스트에 한가지를 더 하게 되었다.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불법시술로 밥벌이를 하는 라비크.

그의 유일한 사치는 사과브랜디인 칼바도스를 마시는 것.

오래 전 도시의 이방인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갔을 그에게 

작은 사치였던 칼바도스를 파리에 가면 꼭 한잔 마셔보는 보고 싶다.

내 가방 속에는 [개선문]이 들어 있을 것이고 책 맨 뒤에 

'당신과 같은 사치를 부려봅니다'라고 적어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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