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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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의자


이 책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관계와 관계속에서 살아간다.

이 세상에 여자로 태어난 이상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한번에 몇개나 되는 명찰을 주렁주렁 달고 살아가게 된다.

친구와의 관계, 가족들간의 관계, 아이들 학교 엄마들의 관계,

나의 의도와 다르게 그러한 관계들이 버겁고 불편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처신을 잘못하는 자신을 탓하다가도,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하기도 하며

매끄럽지 못한 관계속에서 헐떡이는 일들을 누구든 겪어보지 않았을까.


이 책은 우리 삶 속에 한번쯤은 겪어봤을 일들을 비교적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다.

서너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34편의 단편집으로 되어 있다.

연결되지 않은 단편들도 있고 학교 자모회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는 여러편의 에피소드가

모여 있는 짧지 않은 단편 느낌으로 썼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에피소드 [기울어진 의자]는 읽는 동안

마치 내 얘기를 하는듯 하여 마음 끝이 조금 아렸다.


젊은 시절 계약직 비서로 1년동안 함께 일을 했지만 '나'와 '수정이'는 

가는 길이 달랐다. 비서직이 맞지 않았던 '나'는 결혼이라는 울타리로 들어갔고

'수정이'는 이직을 꿈꾸며 더 나은 회사로 취업에 성공했다.

아이들도 커가고 오랫만에 '수정이'를 만나러 가는 나는 아주 오랫만에

화장대에 앉아 공들여 화장을 하지만 입고나갈 변변한 옷도 없다.

수정이가 일하는 강남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하고 커피를 마셨다

수정이의 화장을 갈수록 짙어지고 네일도 화려하다.

거기에 비해 관리를 못한 나는 푸석하고 초라하다.

아이에게 전화가 오자 미안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더니

유아휴직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수정이'의 목소리는 부하직원에게

대하듯 지시를 내리고 상사에게 온 전화에는 쩔쩔매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사로 뛰어들어가는 그녀는 까페 출이북에서 한쪽 구두가 벗겨졌다.

수정이가 앉았던 의자는 다리가 빠져있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직장맘과 전업주부는 사회에서 보는 시선부터 다르고, 상대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들도 다르다. 줄곧 일을 해오고 있는 나를 친구들은 '수정이'를 보듯

나를 대했다는 것을 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며 가정에 안주한 친구들은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나를 내심 부러워했고 가끔 만나는 자리에서 숨김없이 부러워하곤 했다.

하지만 실상 나는 수정이처럼 내가 앉은 의자가 기울어져 있는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전투를 치루듯 살아왔다.

한번도 의자 깊숙히 엉덩이를 밀어넣고 앉질 못했다.

의자끝에 걸터 앉아 항상 긴장하며 살았다.

전업주부인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네들을 부러워했다.

​따져보면 우린 모두 아닌척 하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다른 것들을 동경하며

부러워하고 시기하며 살고 있진 않는지 [기울어진 의자]편은 짧은 분량의 단편이었지만

나에겐 참 긴 생각을 하게 만든 에피소드다.

그 외에도 이 시대의 엄마이지 아내이자 며느리인 여자로써 살아가는 이들에겐

깊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길지 않고 문장도 짤막짤막하여 막힘없이 읽기 좋고 읽은 후에도 쌉쌀한 맛이

입안에 감돌듯 여운이 짙은 내용들이 많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관계속에서 헤매고 있는건 아닌지.. 한번쯤 나의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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