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 견생전반전 하나와 인생후반전 도도 씨의 괜찮은 일상
도도 시즈코 지음, 김수현 옮김 / 빌리버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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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젊었을 때, 일본에서 공부를 하느라 몇년을 도쿄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일본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넘어갈려고 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사는지 안사는지 조용하기만 한 동네에도

햇살 좋은 날이면 자그마하고 왜소한 일본의 할머니들이 챙모자를 쓰고

반려견 한마리를 끌고(끌리고 인가..? 암튼) 산책을 하는 모습을 종종..아니 자주

보게 된다.


깔끔하게 차려 입거나 혹시 아주 멋을 부린 할머니들이 저마다의

크고 작은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급할것 하나 없이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햇살을 즐기며 산책하는 모습은

그 당시 나에겐 참 신선해 보였다.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좀 우~~아하고,

느긋하게 노후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로 수십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소설가이자 에세이 작가인 도도 시즈코의 "저 독신 아니에요, 지금은 강아지랑 살고 있어요"

라는 에세이 집의 표지를 보는 순간..

' 아.. 이거 전에 도쿄의 공원에서 본 모습이잖아' 하며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도도 시즈코 작가는 예순 한살이다. 부모님도 세상을 떠나고 남편도 아이도 없이 혼자 지내고 있다.

그녀 곁에는 '하나'라는 강아지 한마리 뿐..

얼핏 상황만 들으면 참 왠지 사정없이 안쓰러워 지는 일이지만

작가는 오히려 혈혈단신 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생활을 담백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예순 한 살의 나이에 강아지 한 마리와 사는 나를 안쓰럽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와 함께 산책을 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녀의 소확행을 듣고 있자니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남들의 시선이나 입방아가 뭔 대수랴..내가 행복하면 그만이지..

작가는 그녀 나름대로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누리고 있는 것이다.


겨울이면 지붕까지 눈이 덮이는 겨울 왕국인 삿뽀로에서 태어나

쭈~~욱 삿뽀로에서 살고 있는 작가가 길고 지루한 겨울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쓰고 그리고 단 하나뿐인 가족이며

식구인 강아지 한마리와 오손다손 살고 있는 이야기는

특출나게 화려하지도 스펜타클 하지도 않지만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서 구수한 믹스커피 한잔을 놓고

우리 이웃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재미지게 듣는 듯 하다.


솔직히 얘기하면 가족 없이 혼자.. 라는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잔뜩 쌓아놓고 과자 몇 봉지와

향기좋은 커피를 내려놓고 찬바람 부는 겨울에 따뜻한 거실 쇼파에서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며 강아지의 복실복실한 등을 쓰다듬고 있으면

딱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 라는 인간은 교묘하게도 이중성을 적절히 뿜뿜 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몇일 지내는 건 좋겠지만 매일 이렇게 지내야 한다면

아마 외롭다고 눈물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들에게 치일때는 제발 혼자 조용히 살고 싶다고 소리치지만

정작 혼자 덩그러니 몇일 내버려져 있음 이렇게는 못살아 하면서

진저리를 치는 성격이다.. 참 애매하고 난해한 성격이다.


내가 살아 있을 동안 가족 같은 '하나'는 내가 보살필 것이다.

하나가 세상을 떠나고 내가 세상을 떠날 때는  아마 고독사가 되겠지..

고 쓴 부분을 읽을 때는 내 가슴 한 군데가 슬픔으로 찌릿찌릿해져 온다.


누구든 나이를 먹게 된다. 명석했던 두뇌도 둔해지게 되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진다.

빠릿 빠릿했던 몸도 구석구석 삐걱 거리기 시작하고

둔해진건지 귀찮아 진건지 몸 움직이는 것이 예전 같지 않게 된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뜨게 되고 마음을 열고 얘기를 나눌

사람들도 줄어든다. 젊은이들은 늙은 사람을 예전 같이 존경하지 않을 것이며

상대도 안해주겠지..

가족이 있어도 어쩜 노년의 쓸쓸함을 채워주진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내 곁에서 함께 늙어가고 함께 쇠퇴해져 갈 반려동물이 있다는 건

어찌보면 참 든든한 보험 같은 건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작가의 생활을 그렇게 쓸쓸하게만 보지않아도 될듯 하다.

일면식도 없지만 삿뽀로에 강아지 한마리와 살고 있는 그녀가

이 겨울.. 따뜻하고 포근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추신 : 나도 예순 한살때쯤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고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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