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단편 <사랑 - 사냥꾼 일기장 중 세 페이지>는 '신문에서 치정 사건을 다룬 기사를 읽었다.'로 시작하는 단편이다. 한심하거나 처절한, 당사자들에게는 한없이 절망적인 치정 사건과 사냥꾼의 사냥이 연결된다. 사냥꾼이 잔인해 보이는 건 기 드 모파상의 눈속임일 뿐이다, 사냥꾼은 진정한 사랑을 보았고, 그 사랑은 치정 사건과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첫 단편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을 읽고 있다는 게 어떤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에 대한 감이 확 살아났다.
두 번째 단편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은 살짝 길어서 기대감이 컸는데, 배꼽 잡는 인물들이 여러 명 나오는 바람에 정신없이 읽었다. 물론 푸하하 웃고선 곰곰 생각하게 하는 지점도 있었다. 정숙한 여인의 기준과 정숙한 청년의 기준은 같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망가질 일인가? 저런, 저런~
세 번째 단편 <테오듈 사보의 고해성사>는 너무 짧다. 테오듈 사보가 고해성사하는 내용이 전부인데, 고해성사를 하는 이유도, 고해성사의 내용도 충격적이다. 그런데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보통의 고해성사 같기도 한데-
네 번째 단편 <무슈 파랑>은 표제작이기도 하고, 전체 책 분량의 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당연히 길다는 느낌은 없다. <무슈 파랑 (Mousieur Parent)>의 파랑 이름이 부모 (Parent)와 같은 건 기 드 모파상의 잔인한 위트이다. 파랑은 얼마나 아빠의 역할에 감사했는지, 그것만을 바랐는지. 처절한 모습에서 인생에 소중한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