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슈 파랑
기 드 모파상 지음,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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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의 단편선 네 편, 너무 가볍고 예쁜 책이다.

네 편의 이야기는 짧고, 길고, 더 짧고, 약간 길었다. 각기 다른 충격적인 이야기들.

산뜻한 단편선

이 책은 무척 가벼운 판본이라 단편선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 비 소식과 함께하는 국내 여행을 떠나는 날 딱 맞춰 배송받았기에, 휴가지에 가볍게 들고 가서 읽었다. 나는 책을 밑줄과 메모로 채우며 더럽게 읽는 게 목표지만, 실제로는 아주 깨끗하게 보는 편이라 하얀 책이 아직 그대로인 게 살짝 기쁘다.

아무 데서나 읽어도,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은 주의를 집중시킨다. 기 드 모파상은 자연주의 내지는 사실주의의 충격적인 이야기 전문이 아니던가? 그리고 유쾌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해학적인 신랄함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산뜻한 책 속의 날카롭고도 재미있는 이야기, 국내 초역의 새로운 네 편의 단편은 각각의 매력과 함께 기억에 남았다.



 

단편과 단편 사이의 내지 - 멋진 일러스트 중 일부

단편 별 짧은 감상

첫 번째 단편 <사랑 - 사냥꾼 일기장 중 세 페이지>는 '신문에서 치정 사건을 다룬 기사를 읽었다.'로 시작하는 단편이다. 한심하거나 처절한, 당사자들에게는 한없이 절망적인 치정 사건과 사냥꾼의 사냥이 연결된다. 사냥꾼이 잔인해 보이는 건 기 드 모파상의 눈속임일 뿐이다, 사냥꾼은 진정한 사랑을 보았고, 그 사랑은 치정 사건과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첫 단편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을 읽고 있다는 게 어떤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에 대한 감이 확 살아났다.

두 번째 단편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은 살짝 길어서 기대감이 컸는데, 배꼽 잡는 인물들이 여러 명 나오는 바람에 정신없이 읽었다. 물론 푸하하 웃고선 곰곰 생각하게 하는 지점도 있었다. 정숙한 여인의 기준과 정숙한 청년의 기준은 같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망가질 일인가? 저런, 저런~

세 번째 단편 <테오듈 사보의 고해성사>는 너무 짧다. 테오듈 사보가 고해성사하는 내용이 전부인데, 고해성사를 하는 이유도, 고해성사의 내용도 충격적이다. 그런데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보통의 고해성사 같기도 한데-

네 번째 단편 <무슈 파랑>은 표제작이기도 하고, 전체 책 분량의 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당연히 길다는 느낌은 없다. <무슈 파랑 (Mousieur Parent)>의 파랑 이름이 부모 (Parent)와 같은 건 기 드 모파상의 잔인한 위트이다. 파랑은 얼마나 아빠의 역할에 감사했는지, 그것만을 바랐는지. 처절한 모습에서 인생에 소중한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했다.

이는 단순한 집착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품에 안고, 앉히고, 만지작거리고, 두 손으로 놀아 주고 싶은 육감적인 욕구였다. 아이를 어루만지던 따스한 기억을 떠올리자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p. 113



단편은 사랑

표제작 <무슈 파랑>이 제일 궁금했는데, 기 드 모파상의 캐릭터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순진무구하고 무해해 보이는 인물, 그가 내린 선량한 행동들은 그를 배반한다. 단편이 배반에서 끝나 버렸다면 무척 아쉬웠을 텐데, <무슈 파랑>은 이야기를 좀 더 진전시킨다. 배반 그 후에 파랑은 깨달음을 얻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를 파멸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것마저 그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기 드 모파상의 거침없는 묘사, 반전 매력, 통쾌함과 깨달음이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단편선이었다. 이런 멋진 단편들을 읽다 보면, 단편을 사랑할 수밖에!~




이는 단순한 집착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품에 안고, 앉히고, 만지작거리고, 두 손으로 놀아 주고 싶은 육감적인 욕구였다. 아이를 어루만지던 따스한 기억을 떠올리자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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