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의 마법사
줄리아노 다 엠폴리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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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 같은 소설이라는 코멘터리에 현혹되어, 러시아에 대한 궁금증을 마법같이 해소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읽은 장편 소설. 흑마법은 나와 잘 맞았다. 이런 게 흑마법이구나, 군침을 흘리며 읽은 책 -

다소 난해한가

러시아에 대해 무지한 만큼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다. 크렘린도 차르도, 굴라크도 KGB도 콤소몰도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단편적인 정보 밖에 아는 바가 없었기에 과연 익숙해질 수 있을까 싶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의 소설답게 아름답고 복잡한 수사는 알듯 말듯 나를 계속 끌고 들어갔다. 배경지식을 급한 대로 보강하고, 소설의 흐름을 타기까지는 100페이지가 채 넘어가지 않았을 때였고, 그때부터 이 효과적인 마법 같은 이야기는 흑마법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갑자기 러시아 권력의 중심부의 실존 인물들의 실명이 모두 등장하고, '픽션(fiction)을 뛰어넘는 잘 쓰인 팩션(faction)(p. 370, 역자 해설)이 생생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까? 러시아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더 재미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 지식이 거의 없어도 러시아에 대해 효과적으로 알아가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실명이 등장하는 만큼,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예의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진실 여부를 떠나서 신박한 깨달음이 너무 많았다. 권력 그 자체의 이야기이면서도 사족을 원하는 만큼 붙일 수 있는 모놀로그의 전개이기에 모든 내용을 효과적으로 알 수 있는 게 이 소설의 특이점이자 필연적인 장점인 것 같다. 그러한 형식이 아니었으면 러시아의 이질적이면서 독특한 작동원리를 알기가 너무 어려웠을 것 같다.

러시아는 체제 갈등을 냉전으로 풀어내고, 그 이후의 국제사회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개방된 듯 보였으나, 러시아 권력의 속성은 내밀했다. 권력에 뒤따르는 수많은 공공연하면서 사적인 특혜, 완벽한 도청과 감찰, 언론 플레이와 여론의 장악은 결코 같을 수 없고, 더불어 완전히 다를 수도 없다. 광활한 영토와 다수의 민족이 얽힌 오랜 역사의 연합국인 러시아가 뭉치는 원동력은 좁은 영토와 단일함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원동력과 전혀 달랐고, 흔히 봐온 서구와도 달랐다.

<우리들>이 묘사하는 세상은 다름 아닌 소비에트 연방. 무엇보다 모난 데 없이 매끈한 세상과 그 알고리듬, 건설 중인 총체적 매트릭스와 더불어 이를 마주하는 우리네 원시적인 두뇌의 치유 불가능한 궁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18p

그럼에도 제일 많은 득표수를 기록한 건 스탈린이었어요. 스탈린 말입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때 비로소 나는 러시아가 결코 평범한 정상 국가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진정 회의적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98p



사실에 근거한 수많은 이야기

바로 작년 2022년에 출간한 <크렘린의 마법사>는 정치 비평 저널리스트 출신의 유럽인(프랑스에서 태어난 스위스계 이탈리아인)의 책으로 예리한 분석이 빼곡히 들어가 있는 여러모로 독특한 소설이었다. 모든 뉘앙스는 적절한 비평을 포함하고 있기에 치우치지 않는 어조이며, 푸틴에 대해서 그가 정치에 입문하는 내용부터, 여러 행적들이 거침없이 묘사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소설적인 요소에 대한 재미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흐름 자체만으로도 몰입도가 높았던 것 같다.

빠르게 읽지는 못하고 나름대로 정독했지만, 또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그만 끝났으면 좋겠는데.



푹 빠져서 읽다 보면 수많은 차이 속에서 의외의 깨달음과 우리 사회의 폐단을 비추는 거울도 찾게 되는, 아무래도 이런 게 흑마법이 아닐까 하는 책이었다.






<우리들>이 묘사하는 세상은 다름 아닌 소비에트 연방. 무엇보다 모난 데 없이 매끈한 세상과 그 알고리듬, 건설 중인 총체적 매트릭스와 더불어 이를 마주하는 우리네 원시적인 두뇌의 치유 불가능한 궁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 P18

그럼에도 제일 많은 득표수를 기록한 건 스탈린이었어요. 스탈린 말입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그때 비로소 나는 러시아가 결코 평범한 정상 국가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진정 회의적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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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비 교차로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현숙 옮김 / B612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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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편집자적인 역량과, 재미있는 단편을 볼 수 있는 책. 게다가 철도라는 통일된 주제를 가진 이야기라니 무척 궁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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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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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다. 불친절하고 모호하고, 문득 불쾌한 것도 같다(사실 곰곰 생각해 보면 불쾌한 건 없었다).

미묘한 상황, 독특한 심리를 그려내는 오묘한 이야기들이었다.

최고의 단편인데 - 나에게만 고역일까?

읽기가 너무 힘들어서 띠지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나는 언제나 트레버를 읽고 또 읽는다."를 보며, 그녀도 모호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읽고 또 읽나 보다고 곡해하고 싶었다. 단편선의 모든 단편들이 다 나랑 안 맞는 건 아닐 거라고, 여러 날 여러 번 펼쳐서 꿋꿋이 다 읽었는데,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는 한편을 꼽을까 말까 한다. 그나마도 의문이 남는다. 혹시 말년에 쓴 <마지막 이야기들>의 단편만 이렇게 모호한 걸까 싶어서 다른 단편집을 읽어보기도 했는데, 비슷하게 오묘했다.

왜 이렇게 오묘할까, 고민하며 읽고 또 읽었다. 서술 시점은 장면을 묘사하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을 넘나들며 입체적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사건은 다소 예상치 못한 맥락으로 전개되고, 끝에는 반전이 있기도, 상황이 종료되고 사건이 해결되기도 하는데 대부분이 석연치 않게 마무리된다. 강렬한 이야기들이지만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본 듯 명확히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많았다.



이상한 여인들?

처음엔 남성 작가임에도 많은 여성들이 등장하는 게 의아하게 느껴졌다.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의 천재 제자로 인해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미스 나이팅게일, '다리아 카페에서' 우정과 사랑의 말로를 보여준 애니타와 클레어, '크레이프소스 부인', '모르는 여자',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의 올리비아와 비니콤 부인, '여자들'에서 나오는 묘령의 두 여자와 서실리아의 심리는 알듯 말듯 하다.

왜 이리 트레버의 소설 속 여성들은 이다지도 이상할까도 생각했지만, 모호한 역할이 꼭 여성에 국한되지는 않았고 명확히 이해할 수 없는 남성 인물들도 다수 등장한다. 심지어 다수의 단편에서 주인공들의 성별을 바꾸어도 윌리엄 트레버의 이야기는 생명력을 갖는다. 처음에 내가 여성에 주목했던 건 그동안 소설을 읽으면서 여성의 심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초월 또는 거리 두기

윌리엄 트레버는 일상적인 풍경 속에 숨겨진 개개인의 사연과 다층적인 심리를 그리기 위해서 인물과도,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관련해서도 거리 두기를 한 게 아닐까 싶다. 등장인물 다수의 사연을 드러내고, 과거의 맥락을 짚어내면서도 의미를 정리하거나 결과를 해명하지 않는다. 진실한 의도가 숨겨진 대화, 종종 끊겨있는 인과관계를 그대로 두기도 한다.

바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다시 읽게 하고, 아리송하고 이상하다가도 그가 보여주는 인상과 여운을 음미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초월 내지는 거리 두기를 통해서 시대, 성별, 나이, 신분 내지는 직업을 초월한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예상외로 힘들었지만 - 느린 호흡으로 읽을 때 새로운 묘미가 살아나는 단편을 읽을 수 있었던 <마지막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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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세계로 간 쌍둥이 문 너머 시리즈 2
섀넌 맥과이어 지음, 이수현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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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슬펐다. 왜 슬픈지 생각하기 전에, 그 잔인한 슬픔에 매료되었다.

<문 너머의 세계들>에 이은 '문 너머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뱀파이어 세계로 간 쌍둥이>는 드디어 이야기의 시작이자, 완전한 세계였다.

뱀파이어 세계?

'뱀파이어 세계'는 좀 유치해 보인달까, 뭐 난 기꺼이 뱀파이어 세계를 읽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러기엔 또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가 흡족하게 나오지도 않는다. 사실 드라큘라 원전도, 트와일라잇도, 심지어 뱀파이어 다이어리도 모두 읽고 봐도 뱀파이어 세계에 대한 갈망이 쉬이 해소되지 않는 건 내 과한 궁금증 탓일지도 모른다. <뱀파이어 세계로 간 쌍둥이>의 세계는 '뱀파이어'에 한정되는 세계가 아닌, 새로운 논리가 지배하는 완전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책을 다 읽고 원제를 보니, 다른 측면을 생각할 수 있었다. 1편 <문 너머 세계들>의 원제는 <Every Heart a Door way>, 2편 <뱀파이어 세계로 간 쌍둥이>의 원제는 <Down among the sticks and bones>이다. 모든 이들을 위한 보편의 이야기라는 것과, 하나의 세계의 구체적인 위치를 상상하게 된다. 쌍둥이는 뱀파이어 세계인지 모르고, 그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을 뿐이기도 하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가 나무뿌리가 뒤엉킨 흙벽을 지나쳤고, 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다가 동화만큼 오래전에 지구를 걸었던 짐승들의 거대한 하얀 뼈가 보이는 벽도 지나쳤다.

p. 70



쌍둥이라는 운명

1부는 문이 등장하기 전, 완벽한 부모와 완벽한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완벽해 보이는 그들에게 문이 필요한 이유, 문을 열었을 때 모험에 전념할 수 있었던 이유, 결코 돌아오고 싶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1부에 전부 있었다.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불합리한 시기 덕에 파괴되고 뒤틀린 많은 것들, 그리고 마침내 진정 자신의 것들을 되찾기 위한 세계는 부모의 세계와 같을 수 없다. 나무뿌리와 짐승들의 뼈 사이의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서 만난 황무지(moor)와 붉은 달, 뱀파이어와 괴물들, 마스터와 박사의 세계는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이들을 위해 열린 세계였다.

그들은 두 번 다시 나선 계단을 내려와서 문을 통과했던 그 순진하고 순수한 아이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변했다.

p. 168-169

하지만, 쌍둥이라는 운명은 문 이전과 문 너머 양쪽 세상에서 둘 다 가혹했다. 문이 생기기 전에는 각자에게 주어진 틀에 자신을 맞추었고, 문을 열고 내려온 후에는 같은 세계에서 전혀 다른 삶을 택했지만, 서로를 끊어낼 수는 없었다. 자의로도 타의로도 얼굴이 똑같은 쌍둥이는 한 쌍이었고, 서로를 주시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문 너머 시리즈 - 1, 2, 3 권 그 이후!

1권 <문 너머의 세계들>은 이야기의 서막이었고, 2권 <뱀파이어 세계로 간 쌍둥이>는 고작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쌍둥이의 이야기는 2권이 먼저이고, 1권이 나중이기 때문에, 다시 서막인 <문 너머의 세계들>로 돌아온 느낌이다. 출판사 책 소개에 의하면 3편과 이후의 홀수 편들은 다시 <문 너머의 세계들>에 이어지는 내용이, 4편과 이후의 짝수 편들은 또 다른 세계가 나오는 식이다. 원서(Wayward children series)도 같은 구성일지는 모르겠지만, 2016년부터 매해 1권씩 출간했고, 현재 9권까지(어째서 2024년 책이 벌써) 출간된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원서로 달음 쳐 내리 읽고 싶지만, 동시대의 평이한 어휘들로 된 가벼운 소설도 원서로 느릿느릿 읽는 속도에 내 속이 터지기에... 환상적인 어휘들이 가득한 판타지를 원서로 덥석 집어 들지는 못할 것 같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지,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떡밥과 잃어버린 세계를 자극하는 멋진 문장들을 음미해 봐야겠다.



어쨌든 너무 슬픈 이야기,

그리고 계속 기다릴 시리즈였다.

*문 너머 시리즈 1권은 서평단, 2권은 출판사 선물로 2권의 서평은 필수가 아니었지만 무척 내 취향으로 좋았기에 뒤늦게 2권 서평을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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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파랑
기 드 모파상 지음,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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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의 단편선 네 편, 너무 가볍고 예쁜 책이다.

네 편의 이야기는 짧고, 길고, 더 짧고, 약간 길었다. 각기 다른 충격적인 이야기들.

산뜻한 단편선

이 책은 무척 가벼운 판본이라 단편선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 비 소식과 함께하는 국내 여행을 떠나는 날 딱 맞춰 배송받았기에, 휴가지에 가볍게 들고 가서 읽었다. 나는 책을 밑줄과 메모로 채우며 더럽게 읽는 게 목표지만, 실제로는 아주 깨끗하게 보는 편이라 하얀 책이 아직 그대로인 게 살짝 기쁘다.

아무 데서나 읽어도,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은 주의를 집중시킨다. 기 드 모파상은 자연주의 내지는 사실주의의 충격적인 이야기 전문이 아니던가? 그리고 유쾌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해학적인 신랄함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산뜻한 책 속의 날카롭고도 재미있는 이야기, 국내 초역의 새로운 네 편의 단편은 각각의 매력과 함께 기억에 남았다.



 

단편과 단편 사이의 내지 - 멋진 일러스트 중 일부

단편 별 짧은 감상

첫 번째 단편 <사랑 - 사냥꾼 일기장 중 세 페이지>는 '신문에서 치정 사건을 다룬 기사를 읽었다.'로 시작하는 단편이다. 한심하거나 처절한, 당사자들에게는 한없이 절망적인 치정 사건과 사냥꾼의 사냥이 연결된다. 사냥꾼이 잔인해 보이는 건 기 드 모파상의 눈속임일 뿐이다, 사냥꾼은 진정한 사랑을 보았고, 그 사랑은 치정 사건과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첫 단편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을 읽고 있다는 게 어떤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에 대한 감이 확 살아났다.

두 번째 단편 <위송 부인의 장미 청년>은 살짝 길어서 기대감이 컸는데, 배꼽 잡는 인물들이 여러 명 나오는 바람에 정신없이 읽었다. 물론 푸하하 웃고선 곰곰 생각하게 하는 지점도 있었다. 정숙한 여인의 기준과 정숙한 청년의 기준은 같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망가질 일인가? 저런, 저런~

세 번째 단편 <테오듈 사보의 고해성사>는 너무 짧다. 테오듈 사보가 고해성사하는 내용이 전부인데, 고해성사를 하는 이유도, 고해성사의 내용도 충격적이다. 그런데 약간 과장되긴 했지만, 보통의 고해성사 같기도 한데-

네 번째 단편 <무슈 파랑>은 표제작이기도 하고, 전체 책 분량의 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당연히 길다는 느낌은 없다. <무슈 파랑 (Mousieur Parent)>의 파랑 이름이 부모 (Parent)와 같은 건 기 드 모파상의 잔인한 위트이다. 파랑은 얼마나 아빠의 역할에 감사했는지, 그것만을 바랐는지. 처절한 모습에서 인생에 소중한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게 했다.

이는 단순한 집착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품에 안고, 앉히고, 만지작거리고, 두 손으로 놀아 주고 싶은 육감적인 욕구였다. 아이를 어루만지던 따스한 기억을 떠올리자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p. 113



단편은 사랑

표제작 <무슈 파랑>이 제일 궁금했는데, 기 드 모파상의 캐릭터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순진무구하고 무해해 보이는 인물, 그가 내린 선량한 행동들은 그를 배반한다. 단편이 배반에서 끝나 버렸다면 무척 아쉬웠을 텐데, <무슈 파랑>은 이야기를 좀 더 진전시킨다. 배반 그 후에 파랑은 깨달음을 얻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를 파멸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것마저 그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기 드 모파상의 거침없는 묘사, 반전 매력, 통쾌함과 깨달음이 어우러지는 재미있는 단편선이었다. 이런 멋진 단편들을 읽다 보면, 단편을 사랑할 수밖에!~




이는 단순한 집착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품에 안고, 앉히고, 만지작거리고, 두 손으로 놀아 주고 싶은 육감적인 욕구였다. 아이를 어루만지던 따스한 기억을 떠올리자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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