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이 등장하는 만큼,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예의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진실 여부를 떠나서 신박한 깨달음이 너무 많았다. 권력 그 자체의 이야기이면서도 사족을 원하는 만큼 붙일 수 있는 모놀로그의 전개이기에 모든 내용을 효과적으로 알 수 있는 게 이 소설의 특이점이자 필연적인 장점인 것 같다. 그러한 형식이 아니었으면 러시아의 이질적이면서 독특한 작동원리를 알기가 너무 어려웠을 것 같다.
러시아는 체제 갈등을 냉전으로 풀어내고, 그 이후의 국제사회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개방된 듯 보였으나, 러시아 권력의 속성은 내밀했다. 권력에 뒤따르는 수많은 공공연하면서 사적인 특혜, 완벽한 도청과 감찰, 언론 플레이와 여론의 장악은 결코 같을 수 없고, 더불어 완전히 다를 수도 없다. 광활한 영토와 다수의 민족이 얽힌 오랜 역사의 연합국인 러시아가 뭉치는 원동력은 좁은 영토와 단일함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원동력과 전혀 달랐고, 흔히 봐온 서구와도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