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바깥 일기 + 밖의 삶 - 전2권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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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로 사회의 단면을 폭넓게 보여주는 글을 쓰는 아니 에르노

<바깥 일기>와 <밖의 삶>은 근 15년의 기록이기에, 글쓰기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수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차이점은 <바깥 일기>에서는 상황을 묘사하고 아주 조금씩의 생각을 포함한다고 하면, <밖의 삶>에서는 감정을 드러낸다는 정도였다.

예를 들어, <바깥 일기>에서는 괄호 안에 아래와 같이 썼다면,

(내가 현실에서 늘

문학의 징표들을 찾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p.48

<밖의 삶>에서는 어떤 날의 기록 끝에 격한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나는 증오심이 들끓었다

(그래서 지금 이런 글을 쓴다).

p.78

하지만 시종일관 건조하고 간명한 문체는 읽을수록 담백했고, 아니 에르노의 색깔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내면에서 자신을 찾는 방법이 아닌 바깥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도 궁금했는데 -

<바깥 일기>와 <밖의 삶>을 읽고 나니, 바깥을 보는 시선을 연마하고, 밖의 삶으로 자신의 삶을 비추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나 싶다.

기록을 반복하며 자신의 문체와 표현법을 갈고닦고, 자기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도 새로웠다.

앞으로도 일상을 기록하면서 종종 다시 펼쳐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생각이다.

똑같은 문체를 배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나에게 딱 맞는 내면과 바깥, 안과 밖의 거리감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 일기장이 몇 권 있지만, 다시 읽어보면 낯 뜨거울 뿐인데, 조금은 다른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기록을 계속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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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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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에 이어 익숙하게, 빠르게 읽은 <밖의 삶>

다 읽고 역자 해설을 보면서 아차 했다. 느리게 읽어야 하는 책이었는데. 앞으로 돌아가 조금씩 다시 읽으면서 쓰는 서평-

이어지는 7년의 기록

<바깥 일기>와는 달리 기록한 날짜가 있고, RER 고속전철 타고 다니는 일상 풍경을 습관적으로 기록한 것 같다. 전철 안의 대화, 사람들의 모습들, 여기저기에서 구걸하고 있는 노숙인이 나온다. 아니 에르노의 시선이 머무는 곳,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들을 따라가다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들의 묘사와 생각이 건조하고도 날카롭게 겹쳐진다.

정치적인 내용, 전쟁, 테러, 사건 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런 시사적인 내용을 쓸 때는 일상의 내용에서보다 좀 더 감정이 드러난다. 이런 내용에서조차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면, 단순한 사건 기록, 또는 가식에 불과했을 것 같다. 건조한 문체에 언뜻 언뜻 비치는 감정이 보다 강렬하게 느껴졌다.




포착 - 기록 - 느낌

읽으면서 기록 방법을 뜯어보기도 했다. 먼저 포착한 상황을 간단히 기술, 그리고 '나라면'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 상황이 가진 사회적 함의를 되새겨 보기도 한다. 그리고 약간의 상상, 또는 실제적인 의미로 여겨지는 것들을 쓴다.

<바깥 일기>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또 새로운 마음으로 나의 일상을 묘사해 보지만, 금방 또 좌절한다. 읽기는 쉬워도 잘 안 써지는구나. 아니 에르노는 한 번에 쓰고 딱 덮은 기록들일까? 문장의 수정 없이? 7년 정도 쓰면, 그리고 또 7년을 쓰면 좀 더 나을까? 하지만 <바깥 일기>와 <밖의 삶>은 습작이 아니고, <바깥 일기>를 처음 쓸 당시에도 아니 에르노는 이미 문학 교수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내공으로 가득 찬 문장들이다.


문체와 정체성

아니 에르노의 문체는 작가의 정체성과 뗄 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무엇을 어떻게 쓸지를 주체적으로 선택한 작가로서, 여러 가지 상황의 묘사를 보는 일이 더 의미가 있었다. 자신의 언어로 다양한 일상을 쓰기, 여러 생각들을 포착하고 표현하기, 그 대상에 제한이 없고, 표현 방법엔 현란한 기교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바깥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서, 각자의 언어를 개발하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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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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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글쓰기, 1985년부터 7년간의 기록을 모은 <바깥 일기>

사회적 자아를 찾는 예리한 시선이 만들어지는 과정 - 띠지의 문구인 '사회적 현실의 단면을 저며 내는 칼'을 볼 수 있었다.



내면이 아닌 바깥을 향하는 시선

나를 알고, 나를 찾고, 내면을 바라보는 방향성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안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그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과연 쓸만한 게 있는지 종종 회의적이다. <바깥 일기는> 아니 에르노의 글이 궁금해서 선택하기도 했지만, 바깥에서 무언가를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

유사한 책으로 제목을 보는 순간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 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막상 두 책을 비교해서 보니 <외면 일기>는 외부에서 촉발된 상념을 적고 있다면, <바깥 일기>는 훨씬 풍경 스케치에 가까운 단백한 서술이었다. 아니 에르노는 결코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는데, 무엇을 무슨 단어로 쓰는 지가 이미 관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1996년에 쓴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 텍스트 안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나 자신을 투영했다. 텍스트에 새겨 넣을 말과 장면의 선택을 무의식에서 결정하는 강박과 기억에 의해.

p.10



7년의 기록

7년의 기록이라기에는 다소 불성실한 기록이다. 서너 장 분량의 해도 있고, 많은 분량의 해도 있다. 전철역의 낙서, 열차 안의 사람들, 슈퍼마켓, 문화 센터, 철물점, 미용실의 풍경을 묘사하거나 그곳의 인물을 묘사하는 짤막한 글이 이어진다. "우리가 세계에 대해 갖는 경험에 위계란 없다."(p.9)의 말을 떠올리며, "장소나 사물이 자아내는 느낌과 사유는 그것들의 문화적 가치와 무관하며, 대형 슈퍼마켓 역시 콘서트홀만큼 의미와 인간적 진실을 제공한다."(p.9)는 의미를 조금씩 깨달으며 읽어나갔다.

조금 산만하기도 한데,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배경이 신도시라는 데 있는 것 같다. 파리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세르지퐁투아즈는 역사와 흔적이 새겨지니 도시가 아닌, 몇 년 만에 무에서 솟아난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굳어진 풍습이나 문화보다는 다양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아니 에르노가 담백한 풍경을 그려서 그런 점이 부각되는 것이겠지만, 만일 배경이 역사와 배경이 강한 도시였다면, 그 영향력을 파악하는데 소모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주변을 기록하기

문득 나도 내 주변의 풍경을 <바깥 일기>처럼 그려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막상 글을 써보면 쉽지 않은 작업이다. 오히려 평소에 별생각 없이, 순간순간의 기분과 흘러가는 상념 속에서 살아왔던 걸 알 수 있었다. 신랄해지는 평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적다가 정작 스쳤던 진실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 포착할 수 있는 진실의 단면을 <바깥 일기>를 읽으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모든 관찰이 모여서 사회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정의하고 나의 자아와 뗄 수 없는 사회적 자아를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니 에르노만의 시선을 이리저리 보는 재미도 있는 책이었다.



<바깥 일기> 그 후 7년의 기록인 <밖의 삶>은 또 어떻게 다를지 기대하며 읽어 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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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는 내려놓음의 기술
고미야 노보루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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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라는 단어를 잘근잘근 씹으며, 꿋꿋이 읽은 책.

쥐띠라서 그래

여담이지만, 외할머니-엄마-나 모두 쥐띠인데, 내가 뭘 그렇게 사 모은다고 고백했을 때 누군가 '쥐띠들이 그래, 그건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는 바람에 큰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다. 그래서 외할머니 짐이 그 작은 집에 그렇게 많이 있었던 걸까, 엄마의 그릇장이 그래서 항상 터져나가는 걸까, 내 책장은 공간이 하나도 없는 이유가 바로 그거였던가, 의문들이 순간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흔에 뭘 버려야 하나보다. 설마 내 책을? 내 문구를? 내 옷을? 나는 버리는 거라면 뭐든 힘들던데? -

걱정하며 읽었지만, 이 책은 정말 인생에 있어서 버릴 것들을 잘 배치하도록 도와줬다.



그 쉬운 우선순위가 아니라

우선순위는 참 쉬운데, 매일의 일상은 늘 복잡하고, 생활에 변화를 주는 건 누구든 큰맘을 먹어야 한다. 중요한 순서대로 1위부터 주욱 써 내려가면서 약간씩 순서를 조정하고 밑에서부터 잘라내면 되는 일이 그렇게나 어렵다.

<마흔에 버렸더라면 좋았을 것들>에서는 우선순위가 아니라 내려놓음과 버리는 것에 집중한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니 가벼워지는 일이다. 죽을 운명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하는데, 의외로 강렬하다. 그리고 저자 자신의 내려놓음의 과정과 여러 내담자들이 버리고 가벼워진 일화들을 통해서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을 내려놓을 때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게 된다. '아. 이 무거운 짐을 이렇게도 내려놓는 방법이 있구나'를 깨달을 수 있다.




 

인생 재배치

그렇다고 뭐든지 다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 <마흔에 버렸더라면 좋았을 것들>에서는 여러 챕터에서 밝히는 인사이트와 함께 '디마티니 밸류 팩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디마티니 밸류 팩터'는 처음 들어보는데, 열세 개의 질문에 세 개씩 답하면서 체크해 볼 수 있는 질문지였다. 정말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는 생활에서 드러난다는 점에 기반해 일상 밀착형 질문지였다.

첫 번째 질문 '당신의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물건은 무엇인가'부터 의외로 까다롭다고 느꼈는데, 당연히 1위는 책, 그리고 옷은 부피가 커서 그런가, 문구류는 꼭꼭 잘 숨기고 모아놔서 공간 자체는 크지 않은데, 화장품이 더 많은가?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주방의 물건들은? 세 개씩 써야 하다 보니, 의외로 샅샅이 생각하게 했다. 그렇게 열세 개의 질문에 답하고, 자세한 해설을 통해 나의 가치를 판단했을 때 의외로 정말 간절히 버리고 싶은 것들이 뭉텅뭉텅 나왔다.



사실 이런 실용적인 부분 보다, 이 책은 여러 생각을 깊게 해볼 수 있는 정적인 책이기도 했다.

내려놓음과 내게 중요한 가치들, 그리고 정말 인생에 중요한 가치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읽으며 인생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굳이 마흔이 아니더라도, 생활의 전환이 필요할 때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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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바꾸는 몸, 몸을 바꾸는 마음
차경수 외 지음 / 라온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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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밸런스는 몸과 마음의 통합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여러 전문가님의 공저로 다양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육아 관련 내용도 있어서 그 또한 유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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