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기록이라기에는 다소 불성실한 기록이다. 서너 장 분량의 해도 있고, 많은 분량의 해도 있다. 전철역의 낙서, 열차 안의 사람들, 슈퍼마켓, 문화 센터, 철물점, 미용실의 풍경을 묘사하거나 그곳의 인물을 묘사하는 짤막한 글이 이어진다. "우리가 세계에 대해 갖는 경험에 위계란 없다."(p.9)의 말을 떠올리며, "장소나 사물이 자아내는 느낌과 사유는 그것들의 문화적 가치와 무관하며, 대형 슈퍼마켓 역시 콘서트홀만큼 의미와 인간적 진실을 제공한다."(p.9)는 의미를 조금씩 깨달으며 읽어나갔다.
조금 산만하기도 한데,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배경이 신도시라는 데 있는 것 같다. 파리에서 40킬로미터 떨어진, 세르지퐁투아즈는 역사와 흔적이 새겨지니 도시가 아닌, 몇 년 만에 무에서 솟아난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굳어진 풍습이나 문화보다는 다양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아니 에르노가 담백한 풍경을 그려서 그런 점이 부각되는 것이겠지만, 만일 배경이 역사와 배경이 강한 도시였다면, 그 영향력을 파악하는데 소모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