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마음 시인동네 시인선 205
이제야 지음 / 시인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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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에서 책 제목의 의미를 풀어주는 시집은 오랜만에 읽는다.

"다행이라는 마음들이 사실은 다정하지 않다는 인사 같아서 일종의 마음이라고 적었다."

제 이름이 있는 어떤 마음을 '일종의 마음'이라고 애둘러서 표현했던 적이 나에게도 분명 있지 않을까.

거칠고 부르튼 마음, 혹은 뾰족한 마음이 시집의 단 한군데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덕에 마지막 시까지 아주 잔잔히 흘러갈 수 있었던 시집이다. 일부로 평안한 시들을 고르고 골라서 엮으신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평안한 시를 추구하는 시인분이신 건지 궁금하다.

표제작 <일종의 마음>에서 '노란 달'이라는 시어가 등장한다. 표지가 노란색인 건 이 시어의 영향이 있는 걸까?

마지막 시 <다정한 여름>이 시집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여름, 다정, (무섭지 않은) 밤. 여름밤에 이 시집을 읽을 수 있다니, 난 참 운이 좋은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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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 나를 위한 삶의 질문들
최진주 지음, 인재현.인신영 그림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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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일러스트가 무척 예쁘다. 책을 읽으며 심리 상담 or 심리 테라피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어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말랑말랑하고 포근한 느낌의 책이다. 삽입된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기도 하다.

목차별로 각각의 메인 주제가 있는데, 그 메인 주제에 적절한 인용구가 전부 삽입되어 있었다. 헉, 이 많은 인용구들을 어떻게 다 찾으셨지... 어떻게 다 적절히 배치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놀랍기도 했다.

책의 앞부분에는 '책 사용설명서'가 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특정 페이지는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정말 귀여운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는 말이 있었는데, 좋은 말이라서 마음에 남는다.

책에는 여러 질문지들이 존재한다. 책을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고, 질문들에 대한 진정성있는 사유를 하는 것이 이 책을 가장 맛있게 음미하는 방법인 것 같다. 답변의 양식은 줄글일 때도 있고, 마인드맵일 때도 있고, 키워드형일 때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변주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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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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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전의 여성 영웅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표지에서 '여성 잔혹사에 맞선 여성'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잔혹사라는 표현이 특히나 마음을 울린다.

과거 유럽에서 능력있고 뛰어난 여성들이 마녀라고 불렸던 것처럼, 우리의 고전 속 여성들도 당돌하고 진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친 여자'라고 불렸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자조와 반어가 잘 보이는 제목이다. 책 내용 또한 제목을 닮아, 여성 잔혹사의 최전선을 뚫고 삶을 살아낸 '미친 여자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무척이나 잘 엿보인다.

'고전의 현대화'를 꿈꾸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씨남정기>를 웹소설 <재혼황후>에 비유하기도 하고, <금방울전> 서사를 웹소설의 회귀 서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참 독특하고 매력적인 발상이다. 정말 재미있어서 여러 번 읽은 꼭지!

원래부터 고전 여성 서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정말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내가 그랬다). 그리고 고전 여성 서사를 읽어보고자 하는 소위 '뉴-비'의 사람에게도 강력 추천하고픈 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책이 정말 정-말 친절하기 때문이다.

그간 읽었던 책들 중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친절하다. 고전 작품을 쉽게 요약도 해주고, 정말 아주 조금이라도 모를 것 같다 싶은 용어가 나오면 각주로 전부 다 해설도 달아주고(각주 개수가 어마어마하다), 최대한 현대적인 표현들을 사용하여 서술도 해준다. 독자의 '이해'를 위하여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게 티가 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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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번의 다이빙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8
이송현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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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 '무원'은 열일곱 살 다이빙 선수다. '무원'에게는 다이빙 동료(이자 친구인) '재훈'이 있다. 두 사람은 함께 다이빙 연습을 이어가지만, 어느 날부터 둘의 사이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이빙 대회에 2인 1팀으로 합을 맞추어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소설은 두 사람의 대회 준비와 화해 과정을 메인 스토리로 가져가고 있다.

소설에는 각자의 상황을 지고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이빙 선수로서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무원'과 '재훈', 그리고 '은강'. 지독한 가난을 안고 살아가는 '본희'.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헤쳐 나간다.

나로서는 무척 오랜만에 읽은 청소년 문학 도서였는데, 역시 청소년 문학 도서가 독자에게 건네는 어떤 '선명함'은 어른에게도 큰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선명한 메시지, 선명한 해피엔딩, 선함과 다정이 반드시 이기는 선명한 세계관. 오랜만에 이런 선명하고 청량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치열하게 사춘기를 건너고 있을 아이들이 으레 경험할 법한 방황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여름의 밤공기 냄새와 수영장 소독약 냄새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흘러가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다정'을 안고 전개되는 여름 청춘 스포츠물……. 한창의 여름을 지나고 있는 이 계절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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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안전가옥 오리지널 27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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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 '화영'은 야무시(도시 이름)에서 벌어진 묻지 마 테러 사건 피해자의 딸이다. '화영'의 엄마는 테러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엄마의 복수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화영'은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며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말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는 이상한 곰인형을 만나게 되고, 그 곰인형 덕분에 목숨을 구하기도 하며 둘은 친구가 된다. '화영'과 곰인형은 서로의 목적을 도우며 서로가 서로의 구원 같은 존재가 된다.

여름밤의 서늘함이 담긴 깜찍 발랄한 복수극이다. 내용 상 분명 피비린내가 나는 소설이지만, 테디베어라는 깜찍한 요소가 있어서 그런 걸까? 나에게는 굉장히 발랄한 복수극으로 느껴졌다.

이 책의 홍보 문구로 "그 구원, 제가 살게요. 얼마예요?"라는 작 중 문장이 사용되고 있는데, 책을 읽기 전의 나는 문장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다. 대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문장인지도 궁금했고... 구원은 결국 얼마인지도 궁금했고... '그 구원'이 무엇인지도 궁금했고... 문장의 청자도 궁금했다. 책을 읽은 지금은 모든 궁금증이 해소된 상태다. 위 문장은 구원을 바라는 '화영'의 간절함이 꾹꾹 압축되어 있는 문장이었다. 결국에 '화영'은 (위 문장처럼) 돈으로 구원을 사는 것은 실패했지만,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되어줄 단 하나의 존재를 만났으니 그것만으로도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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