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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 -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
롤란트 슐츠 지음, 노선정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이렇게 죽는다
롤란트 슐츠 저, '죽음의 에티켓'을 읽고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지식공동체 '그믐'에서는 2026년 1월부터 '웰다잉 오디세이'가 진행 중이다. '웰다잉 오디세이'는 말 그대로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거대하고도 근원적인 질문에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들을 매달 한 권씩 읽어나가는 프로젝트이다. 나는 곁눈질을 하다가 7월부터 본격적으로 합류를 했다. 매번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 선정되었지만, 이번 10월에 함께 읽고 나눌 책이었던 롤란트 슐츠의 '죽음의 에티켓'은 내겐 아주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다. 아마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는, 비록 대리이지만, 죽어가는 과정과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는 마치 편지를 쓰듯, 마치 대화를 걸듯, 2인칭 시점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그래서 책을 펼치면 모든 독자는 죽어감과 죽음의 여정을 거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 단순한 진리를 우린 부인하지도 않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죽음은 언제나 너무 멀기만 하고, 죽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지는 탓이다. 하긴 현재의 삶에서 죽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삶 또한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럴 때 클리셰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망각은 신의 은총이라고. 하지만 우린 이성의 동물이기도 하고 기억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죽음에 천착하지만 않는다면 살아가면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건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다. 어떻게 잘 죽을 수 있는지 묻는 것은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묻는 것으로 자연스레 연결되기 때문이다. 웰다잉은 웰에이징, 웰리빙, 웰비잉과 모두 연결된다. 죽음이라는 명징한 결과가 없다면 늙는 것도, 사는 것도 존재하는 것도 모두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제목이 거슬렸다. '에티켓'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에티켓은 사회생활을 하거나 대인 관계를 유지할 때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와 규범을 뜻한다. 그러므로 '죽음의 에티켓'은 아마도 죽어가는 과정과 죽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와 규범을 말하고자 지은 제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예의나 규범에 천착하지 않는다. 그저 인간은 이렇게 죽는다는 것을 2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서술해내려 갈 뿐이다. 독일어 원제 역시 'So sterben wir'인데, 번역하면 '우리는 이렇게 죽는다'이다. 부제 역시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으로 되어 있다. 나는 원제를 그대로 살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유일한 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2인칭 시점을 택한 것이 내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2인칭은 3인칭보다 직접적이다. 그래서 독자는 조금은 더 죽음을 가깝게 느끼면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이 만약 3인칭으로 쓰였다면 저자의 의도와 문체가 가진 힘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을 것 같다. 내용 면에 있어서는 '웰다잉 오디세이'에서 읽은 다른 인문서보다 특별한 점은 없었다. 새로운 정보랄까 지식이랄까 하는 것은 오히려 얕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죽음을 가까이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입장에서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문체는 이러한 결핍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특히 저자의 담담한 어조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하면서도 동시에 관조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정보 전달보다는 여백이 더 많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깨닫기보다는 죽음이라는 실체를 이물질로 여기지 않고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 인간은 이성만이 아닌 감성이 자극되어야 움직이는 존재인 것 같다.
죽어가는 여정, 그리고 끝내 찾아오는 죽음을 담담한 기분으로 걸어가 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죽음이 한층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스노우폭스북스
#김영웅의책과일상
* '웰다잉 오디세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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