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 성경을 읽다
이상환 지음 / 도서출판 학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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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해석의 또 하나의 좋은 안내서


이상환 저, 'Re: 성경을 읽다'를 읽고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안내서로 나는 그동안 여러 번 더글라스 스튜어트와 고든 D. 피가 쓴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김근주 교수가 쓴 '나를 넘어서는 성경읽기'를 추천하곤 했다. 이제 한 권 더 늘었다. 바로 이 책, 이상환 목사가 쓴 'Re: 성경을 읽다'이다. 이 세 권을 읽고 본격적인 성경 읽기에 들어간다면 주문 외우듯 수십 번 성경만 통독한 어르신들이 닿지 못한 깊이까지 이해하고 건전하고 건강하게 하나님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족과 함께 최근 4년간 성경을 세 번 통독하고 나니 올해부터는 약간의 갈증이 생겼었다. 내년부터는 조금 더 깊고 넓게 성경을 읽고 싶어서 최근에 나는 그 해결책으로써 스터디 바이블 하나를 구매했다. 가족과 함께 읽어나가는 성경 읽기도 지속하겠지만, 내년엔 혼자서 매일 스터디 바이블을 통해 하나님을 더 알아가려고 애써볼 작정이다. 이런 상황에 때마침 이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역시 하나님은 나의 시간표를 잘 아신다. 


이 책은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안내서다. 쉽고 간결하여 신학서적이라는 분류가 무색할 만큼 읽어나가기가 수월하다 (나는 3시간 채 걸리지 않아 다 읽어버렸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해석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의 진입 장벽을 낮춰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프로 생물학자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전공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말은 결코 이 책이 가벼운 책이란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의 하나님 말씀에 대한 사랑과 열정과 오랜 연구가 만들어낸 열매일 것이다. 독자들은 그저 이 단 열매를 따먹으며 성경 해석에 대한 바르고 건전한 자세를 배우기만 하면 된다.


저자가 짚어 주듯이 성경은 양면성, 즉 역사성과 초월성을 가진다. 특정한 시대에 만들어진 역사적 문서이면서 동시에 그 시대에만 귀속될 수 없는 의미를 지니는 초월적 문서다. 초월적인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였지만, 유한한 인간을 통해 쓰였기 때문에 역사성을 띨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성경 해석을 위해서는 이 양면성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접근하려고 애써야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의사소통 모형을 소개한다. 이 책의 목적은 의사소통 모형을 통해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을 쉽게 풀어내는 일이다. 


의사소통 모형은 전통적인 해석학의 세 가지 접근법인 (1) 저자 중심 (텍스트 뒤에서 해석), (2) 텍스트 중심 (텍스트 안에서 해석), (3) 청중 중심 (텍스트 앞에서 해석)을 절충한 모형이다. 저자 중심으로만 성경을 해석하면 텍스트와 청중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저자가 미상인 경우엔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텍스트 중심으로만 성경을 해석하면 저자의 의도를 놓치거나 그것과 무관한 해석을 하는 위험이 커진다. 무엇보다 텍스트 안에 갇혀 콘텍스트를 놓치기 쉽다. 청중 중심으로만 성경을 해석하면 고정된 의미는 사라지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얄팍한 상대주의로 흘러갈 위험이 커진다. 그러므로 건전하고 온전한 성경 해석을 위해서는 이러한 세 가지 접근법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절충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저자가 소개하는 의사소통 모형인 것이다. 


다행히도 내가 수년 전부터 읽어온 성경 해석에 관련된 신학 서적들은 이미 이러한 의사소통 모형을 이용하여 집필된 것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나 김근주 교수, 톰 라이트나 스캇 맥나이트의 책들을 떠올려보면 저자나 텍스트나 청중 중심으로만 치우쳐 쓰인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의사소통 모형은 이미 많은 신학자들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는 모형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특별하다기보다는 너무나 합리적이고 너무나 당연한 성경 해석 접근법인 것이다. 


자주 들었던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성경은 우리를 위해 쓰였지 우리에게 쓰이지 않았다."는 문장은 성경 해석학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일차 독자와 이차 독자 사이의 간격, 즉 수천 년 전의 원청중 (일차 독자)과 현재 우리 같은 이차 독자의 사이에는 수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저자와 일차 독자 사이에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통하는 단어들이 시공간이 다른 이차 독자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원청중 혹은 일차 독자에게 가서 저자가 쓴 단어의 의미와 맥락을 물어보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차 독자인 우리들에게 완전한 성경 해석은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는 이상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완전한 성경 해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성경 텍스트만 공부하는 바이블 스터디를 넘어 성경의 다층적 측면까지 살피는 비블리컬 스터디즈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그리고 절대적 확실성을 지양하고 합리적 확실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웨슬리안 사변형의 네 요소인 성경, 경험, 전통, 이성 중 으뜸이 성경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목회자나 신학자가 아닌 모두가 평신도 신학자가 되길 요구하는 저자의 바람에 나는 아멘으로 화답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성경 공부와 신학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믿기 때문이다. 


#학영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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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사자 2024-03-13 0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정말 좋네요. 리뷰 참 잘 쓰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