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 - 스토리의 힘을 키우는 작법 수업
이기원 지음 / 오늘산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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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이야기, 그리고 좋은 이야기


이기원 저,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를 읽고


책을 펼치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건 영업 비밀을 누설하는 책이구나! 비밀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언제나 그렇듯, 내 마음은 조심스럽게 흥분이 되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는 사람처럼 각성된 상태로 나는 이 책을 새벽까지 읽어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라는 화려한 제목에 낚인 건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도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책을 펼치고 단 몇 페이지만 읽어보면 그건 착각 혹은 괜한 의심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정말 제목처럼 나도 더 잘 쓸 수 있겠는걸'하는 생각이 곧 실현될 믿음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뭔가 아주 중요한 무기를 장착하여 업그레이드된 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부제 '스토리의 힘을 키우는 작법 수업'에 아주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작법서를 탐독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 나조차도 이 책에서 말하는 저자의 공식화된 메시지는 아주 적확하고 유용했으며 시원하기까지 했다. 물론 주요 타깃은 순수문학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향하지만, 이 모두가 스토리텔링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기에 소설을 쓰고자 애쓰는 모든 작가에게도 이 책의 내용은 지극히 유효하다. 특히 어떤 인사이트 한두 개에 의지하여 그동안 글을 써오거나 작중 인물이 하는 말에 이끌려 어느 정도 쓰다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아 한치도 진전이 없어 글 전체가 흐지부지해진 경험을 해본 작가들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 


로그라인, 주제, 하이 콘셉트로 서사의 나침반을 삼고, 주인공, 매력, 감정 이입, 딜레마, 적대자, 조력자, 멘토로 서사의 엔진을 삼으며, 영웅 서사와 패러다임 이론 등으로 서사의 구조를 잡고, 핫 버튼을 잘 찾아 눌러서 서사를 완성하여 성공시킨다는 저자의 가르침을 읽고 지지부진하던 내 소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빈틈이 보이는 것 같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었는지, 무엇이 빠져있었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빛이 되어 내게 드리워진 어둠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드러나게 해 준 것이다. 고마운 책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말하는 메시지들이 성공할 수 있는 스토리, 즉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될 수 있고, 책은커녕 긴 동영상도 집중해서 보지 못하는 요즘 시대 사람들(대중)의 구미에 맞는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서 뭔가 서운하고 아쉬운 감도 있다. 잘 팔리는 이야기, 요즘 사람들에게 잘 먹히는 이야기가 어떤 건지는 충분히 알겠고 그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써야 하는지도 알겠는데,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이렇게 쓰면 시대를 초월하여 남는 이야기일 수는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은 여전히 답이 없는 채로 내 안에 남아 있다. 결국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에서 말하는 '잘'은 '돈이 되고 요즘 사람들에게 잘 먹히는'이라는 뜻이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니, 나의 반가운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다. 


#오늘산책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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