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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하나님 -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
존 레녹스.케이티 모건 지음, 홍병룡 옮김 / 아바서원 / 2026년 7월
평점 :
과학과 신앙, 하나만 선택할 필요 없다
존 레녹스, 케이티 모건 공저, '과학과 하나님'을 읽고
손에 딱 잡히는 판형에 걸맞게 한 시간 채 걸리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독자의 시선은 달라지는 법이기에 나는 책을 읽은 후에는 읽기 전에 놓친 게 없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그 오랜 습관을 좇아 책을 덮고 앞표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왼쪽 위에는 이중나선 구조의 DNA가 보이고, 오른쪽 위에는 토성 같아 보이는 띠를 두른 행성 하나가 그려져 있다. 각각 생물학과 천체물리학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는 기원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생명의 기원과 우주의 기원 말이다. 오래전부터 이 문제는 과학만이 아니라 종교도 깊이 관여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질문으로 남았다. 과학은 무에서 유로의 생성을 설명할 수 없고, 종교는 이성을 초월하는 신앙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한 이해가 깊은 얕든, 종교를 가지든 가지지 않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기원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과 신앙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다. 과학은 일반계시 영역인 자연의 원리와 법칙을 설명한다. 신앙은 특별계시 영역인 성경을 읽고 믿는 자들의 반응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연과 성경을 하나님이 주신 두 개의 책으로 고백한다. 저자가 한 분이시기에 두 책 사이에는 모순이 있을 수 없다. 과학을 통해 자연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하고 경이를 느끼며 찬양할 수 있다. 신앙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삶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과학과 신앙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지만 양립 가능하며 서로가 상호보완하는 방식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과학이 아닌 '과학주의'의 등장과 순수한 신앙이 아닌 하나의 폭력적이고 전제군주적인 주류 세계관으로의 변질로 인해 (이를 편의상 '신앙주의'라고 하자) 과학과 신앙 사이에는 마치 거대한 틈이 생겨난 것처럼 오인되었다. 과학주의는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우기는 세계관이라고 해석할 수 있기에 과학과 신앙은 과학주의와 신앙주의라는 두 세계관의 대립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과학주의의 오류는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또한 과학을 통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신앙은 틈새의 신 논리로 인해 과학이 더욱 발전하면 언젠가는 모두 사라지고 말 거라고 보는 시선, 그리고 종교는 인간이 스스로의 불안과 공허를 달래기 위해 창조해 낸 정신승리의 도구 같은 것으로 보는 시선에서도 비롯된다. 반면 신앙주의의 오류는 과학주의가 아닌 과학을 적으로 삼는 데에서 비롯된다. 이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읽고 이해하려고 하는 문자주의와 근본주의적인 신앙관과 직결되며, 믿음과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비합리적이고 반지성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데에서도 비롯된다.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학과 신앙의 대립은 알고 보면 과학주의와 신앙주의의 대립인 것이다. 과학과 신앙은 대립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이것은 존 레녹스의 일관된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 유명한 '주전자 비유'를 떠올려보라).
사족이 길었다. 앞표지로 돌아가자. 행성 바로 아래에는 피사의 사탑이 보이고, 그 아래 중간쯤에는 한 사람이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모두 갈릴레오를 상징하는 듯하다. 피사의 사탑은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무게가 다른 두 공을 동시에 떨어뜨려 자유낙하 실험을 했다고 알려진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이 실험이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는 여기에선 중요하지 않다. 실험이 아닌 실험자 갈릴레오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존 레녹스는 갈릴레오의 이단 재판 사례를 언급하며 과학과 종교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갈릴레오와 의견을 달리 한 사람들은 교회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먼저는 대다수 다른 과학자들이었다는 진실을 공개한다. 즉, 과학과 종교 간의 갈등처럼 보이는 갈릴레오 사건은 과학자들 사이의 정치적 갈등으로 빚어진 사례였다는 것이다. 참고로 갈릴레오는 이단 재판 전후 상관없이 평생 하나님과 성경을 믿었다.
앞표지 왼쪽 중간에는 성경으로 보이는 책이 펼쳐져있다. 종교, 신앙, 하나님 등을 상징하는 것일 테다. 그리고 맨 아래쪽엔 저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에서 따온 하나님과 인간의 접촉을 상징하는 두 손이 그려져 있다. 내게 이 그림은 마치 존 레녹스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지성을 주셔서 과학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탐구하여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을 발견하고 찬양하길 원하신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과학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는 근원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짚는 역할도 한다.
이 책에는 존 레녹스 특유의 쉬운 설명으로 과학, 신앙, 믿음, 기적, 증거 등의 개념들을 짚어가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불필요한 오해를 풀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부제는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인데, 그에 대한 결론으로 저자는 과학과 신앙은 양립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가 여러 책에서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특히 아기자기한 사이즈와 어울리게 독자들이 좀 더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호기심이나 의문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부터 손에 들어도 손색이 없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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