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품절
흥미로운 그러나 공감할 수 없는
스즈키 유이 저,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고
무명 혹은 신진 작가에게만 주어지는 아쿠타가와 상을 거머쥔 이 유명한 작품은 평론가를 포함하여 여러 매체와 지면에서 칭찬 일색이었다. 그것들을 보고 나는 의문이 들었고 직접 확인하고 싶어 수개월 전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건 단순히 이 책이 왜 유명한지가 아니었다. 언론을 도배한 글들은 작품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작가의 젊은 나이와 그의 독특한 이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작품에 대해서는 어디서 베꼈는지 대동소이한 몇 줄로 일축되어 있어 도저히 이 소설이 어떤 작품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량도 길지 않을뿐더러 마침 배송비 무료 혜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주어져 덥석 구매하고 말았다.
액자식 구성의 이 소설의 도입부는 흥미를 유발했다. 주인공 격이나 다름없는 도이치 교수가 식사 후 차를 마실 때 티백에 달려있는 글귀 (마치 포츈 쿠키 안에 있는 문구를 떠올리면 될 듯하다)를 읽게 되는 사건이 모든 이야기의 발단이다. 괴테의 명언이라고 쓰여있었지만, 정작 괴테 전문가인 도이치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 사소한 사건이 전체 이야기를 이끄는 주동력이 된다. 그리고 책의 결말 부분에 다다르도록 그 글귀의 출처를 찾아 나서는 도이치에게 저자는 초점을 맞춘다. 이 부분에서 나는 참신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도입부로 도대체 어떤 결말을 선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지성적으로는 흥미를 보였지만, 감성적으로는 벌써부터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 글귀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 기본적인 서사이지만, 다행히 이 소설은 단지 이 서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찾아가는 과정 중에 그 글귀, 그러니까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가 도이치의 삶에서 실현되어 가는 잔잔하고도 훈훈한 이야기가 주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소설 끝에서도 도이치는 끝내 그 글귀의 출처가 괴테인지에 대해서는 묘연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도이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아내와 딸, 사위와 직장동료, 장인과 옛 친구들과의 소통을 통해 도이치는 모든 게 다 연결되어 있다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 글귀의 기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가 그걸 말했든 그 글귀가 도이치 자신의 마음으로 고백되고 입으로 시인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었다.
여러 소설적 장치들이 치밀하게 짜여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런 기술적인 면에서 이 소설은 좋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는 데에 나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러 유명인들이 쓴 고전들과 명언들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기이한 장면들 앞에서 나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여러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이 소설이 지적인 유희를 제공한다고 쓰고 있는데 나로서는 오히려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이 책에 깊이 빠져들지 못했다. 물론 그것들을 다 미리 알고 있어야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몰라도 된다. 맥락만 파악하면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 세상이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다. 요컨대 내게 이 소설은 핍진성은 높은 편일 수 있겠지만, 개연성은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알고 있는 현실의 눈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 느낌은 수백 년 전에 쓰인 고전소설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낯섦이었다.
추천할 만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짧아서 다행이었다. 하긴 길었으면 중도포기했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추천한 신형철과 이동진의 코멘트도 내겐 변죽만 울리는 듯했다. 만약 이 책이 아쿠타가와 상을 받지 못했다면 과연 그런 추천사를 쓸 수 있었을까 싶은 의구심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리프
#김영웅의책과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