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미셸 투르니에 지음, 에두아르 부바 사진,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뒷모습을 끌어안을 때까지


미셸 투르니에 저, '뒷모습'을 읽고


아주 가끔 뒷모습까지 보게 되는 사람이 있다. 뒷모습에는 미처 숨기지 못한, 혹은 미처 드러내지 못한 그 사람의 정직하고 순수한 모습, 그 사람의 여백, 그래서 더욱 은밀한 진실이 담겨 있다고 나는 믿는다. 헤어진 이후 그 사람의 뒷모습을 좇는 건 바로 그 진실을 알고 싶어서다. 그 진실의 깊이와 풍성함을 간직하고 싶어서다. 


아래는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의 일부다. 뒷모습에 관한 글이다. 


| 뒷모습까지 도도한 사람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가 먼저 다시 만나자고 하진 않을 사람이다. 앞모습은 도도했지만 뒷모습은 외로워 보이는 사람도 있다.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혼자 보내기가 괜히 미안해지는 사람이다. 마음에 남아 기도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앞모습은 약해 보여도 뒷모습은 씩씩해 보이는 사람도 있다. 만나서 얘기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헤어질 때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은근히 놓이는 사람이 그렇다. 앞모습도 뒷모습도 모두 측은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다. 무너져가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꾸는 앞모습까지도 손을 놓아버린 사람이다.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고,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조급함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만날 때면 말은 줄고 마음은 바빠진다. 그럼에도 상대의 애써 태연한 척하는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다. 결국엔 내 마음도 무너진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나도 모르게 끌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볼 때면 나는 그 뒷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뒷모습을, 그의 모든 모습을 내 눈에, 내 마음에 정갈하게 담아두고 싶어 마음이 급해진다. |


내가 느끼는 나의 뒷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부끄러운 내 과거의 모습들이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그 흔적들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뒷모습은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른 그 사람의 역사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청산은 없고 누적만 존재하는 공간이 뒷모습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현재와 미래의 내 모습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리라. 


에두아르 부바가 찍은 사진에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붙인 글들의 모음집. 흑백사진이어도 좋다. 아니, 흑백사진이어서 더 좋다. 미셸 투르니에가 말하듯, 뒷모습은 참다운 비밀을 드러내고 있기에.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주체이기에. 생략, 은연중의 말, 빗대어하는 말, 암시의 세계이기에.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좀 더 많이 봐둬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더 넉넉한 마음과 더 깊은 눈을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들의 뒷모습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현대문학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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