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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한국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6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6년 5월
평점 :
문지방 실전 행복론
문지혁 저, '실전 한국어'를 읽고
'중급 한국어'에 이어 읽으려고 했던 '나이트 트레인'보다 조금 더 늦게 출간된 '실전 한국어'에 손이 먼저 간 이유가 뭘까 궁금해하며 첫 페이지를 열었다. 나도 모르게 빠져서 계속 읽게 되었다. 문지혁 작가의 문체와 '초급 한국어'부터 이어온 한국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실력은 갖추고 있지만 어떤 환경이 잘 맞지 않아 제대로 가르치는 자리에도 서지 못하고 등단도 하지 못한 채 여전히 경계(문지방)에서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일에 진심으로 살아가는 작품 속 문지혁 작가 (현실 속 문지혁 작가는 다름)의 이야기는 뭐랄까 어딘가 측은지심을 유발하면서도 맥락이 다르지만 내 삶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연이어 읽게 되는 데에는 어떤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나는 여러 평행우주 속에서 이 작품 속 문지혁 작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결코 실패한 지식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준비 중인, 어쩌면 그 준비가 일생일지도 모르는 한 사람의 인생 드라마다,라고 나는 읽는다. 그리고 깊은 정서적 공감을 느끼며 초급, 중급, 실전에 이르는 이 트릴로지를 읽어낸 것도 아마 나 역시 그 인생의 여러 주인공 중 하나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미적대고 정체된 듯한 기분, 오랜 견딤의 순간들, 원하는 것들은 오지 않고 원치 않는 것들만 연이어 발생하는 일상들, 그러나 그 가운데 보석 같이 찬란하게 빛나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리고 이 메시지를 위해 꼭 필요했던 부분이 나는 가족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초급 한국어'에서 화자는 싱글이었다. '중급 한국어'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였다. 이번 '실전 한국어'에서는 두 아이의 아빠로 등장한다. 이 시리즈를 단순한 오토 픽션이라고 치부하는 독자들은 이러한 화자의 가족 이야기가 흔해 빠진 것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정상'적인, 혹은 '평범한', 혹은 '평균'적인 인간, 즉 보편성을 띠어 그 어떤 독자라도 자신만의 편향된 안경만 벗어놓는다면 작품 속 화자의 생각과 감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자, 한국어 시리즈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중심소재로 보였다. 한국어 시리즈가 말하고자 하는 건 한국어 수업이 아니다. 어쩌면 행복론이다. 이 시리즈가 향하는 건 행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메시지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에 다가가는 방법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소시민적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게는 실전 한국어라기보다는 실전 행복론이다. 경계(문지방)에서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소중한 것들을 포착하는 작품이다.
놀라운 건 초급, 중급에서도 드문드문 나타났지만 자조적인 뉘앙스가 상대적으로 강해서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이번 실전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된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바로 유머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열 번 가까이 빵 터져서 혼자 낄낄 대며 웃었다. 사람은 자상한 것 같으나 결코 어린 자녀들에게는 그 모습을 항상 유지할 수 없는 사십 대 아빠의 전형적인 모습도 공감 백배였지만, 딸과 나누는 대화에서, 딸의 행동에 반응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나는 뭉클한 감동을 느끼기도 하면서, 동시에 웃겨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이건 다소 내가 문지혁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에 익숙해졌고 그것을 좋아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 작품을 천천히 맨눈으로 읽는 사십 대 아빠 독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실전에서 유머는 대성공이다. 나는 역시 실전 스타일인가 보다. ㅋㅋㅋ 초급, 중급, 실전, 그중에 제일은 실전이라.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으나 스포가 될까 봐 자제하기로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꼭 문지혁 작가의 한국어 시리즈를 섭렵하면 좋겠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조건이 있다. 반드시 차례대로 읽을 것. 초급, 중급, 실전 순으로.
#민음사
#김영웅의책과일상
* 문지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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