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가?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작가라는 운명


폴 오스터 저, '왜 쓰는가?'를 읽고


어느 날 외야석에 드러누워 프로야구 개막전을 관람하다가 뜬금없이 어떤 계시 같은 것을 느끼며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가 천재라고 불렀던 미국 작가, 작년에 작고한 타고난 이야기꾼, 폴 오스터의 경우는 어떠할까? 그는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을까? 


글이 잘 풀리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대다가 땀이나 흘리자고 마음먹고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국수 말아먹듯 후루룩 다 읽어버린 이 책 속에 그 일화가 소개되어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화만큼 매혹적이었고, 또 그만큼 터무니없게 느껴졌던 이야기. 나는 두 천재 소설가가 소설가가 된 이유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음… 그럼 그렇지. 소설가가 되는 데 합리적인 이유 따위가 어디 있겠어?' 그리고 이 생각은 곧장 작가는 운명이라는 결론으로 이끌었다. 폴 오스터가 쓴 '빵 굽는 타자기'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이 문장은 내가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한국 작가 중 하나인 문지혁 작가를 소설가로 이끈 계기로도 작용했다. 작가가 되는 것은 운명이라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폴 오스터나 (그리고 문지혁이나) 모두 작가가 될 운명이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작가는 그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마침 연필이 없는 바람에 유명한 야구 선수의 사인을 받을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그 이후 항상 연필을 들고 다녔다는 폴 오스터. 그 연필이 결국 그를 작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진실은 개연성이 없을 때가 많은 법이다. 나는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보다 이런 진실을 담고 있는 투명한 이야기가 좋다. 


왜 쓰는가? 어쩌다가 작가가 되었는가? 이 바보 같은 질문에 이제 나와 당신이 대답할 차례다. 한 단어로 말이다. 그 단어는 다음과 같다. 셋 중 하나를 골라도 된다. 뜻은 같을 테니까. 


1번 그냥, 2번 몰라, 3번 운명


폴 오스터를 좋아한다면 심심풀이로 (똥 싸면서, ㅋㅋ 나는 실내자전거 타면서) 읽기에 적당한 책으로 추천한다. 


#열린책들 

#김영웅의책과일상 


* 폴 오스터 읽기

1. 뉴욕 3부작 중 유리의 도시: https://rtmodel.tistory.com/1788

2. 뉴욕 3부작 중 유령들: https://rtmodel.tistory.com/1791

3. 뉴욕 3부작 중 잠겨 있는 방: https://rtmodel.tistory.com/1794

4. 빵 굽는 타자기: https://rtmodel.tistory.com/2048

5. 바움가트너: https://rtmodel.tistory.com//2116

6. 쓰는가?: https://rtmodel.tistory.com//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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