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많은 거절의 벽을 넘어 끌어안기까지


정아은 저,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를 읽고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글쓰기를 일상으로 장착시키는 지난한 과정과 저자가 생각하는 글쓰기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를 소개한다. 다른 글쓰기 책과 중첩되는 내용도 있지만, 저자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오래 경험한 사람은 아마 누구나 공감할, 그러나 글쓰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도발적인) 주장인 "잘 쓰지 않겠다" 같은 내용도 있어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볼 만하다. 


2부는 여러 유형의 글쓰기에 대한 친절한 소개와 함께 각 유형의 글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잡아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연자의 목소리가 아닌 옆집 누나 같은 목소리로 사적인 경험을 동반해서 알려주는 방식이라 술술 읽힌다. 서평, 칼럼, 에세이, 논픽션, 그리고 소설의 차이를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유익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눈에 불이 켜진 시점은 3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빨라졌고 들리던 시계 초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쓰는 마음'이라는 제목의 3부는 저자의 사적인 경험담으로 이뤄진다. 저자는 2013년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그 이후 거절의 구렁텅이들을 숱하게 거친다. 누군가의 실패는 이미 실패에 몸을 담고 있는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는 법이다. 비록 본인에게는 모든 걸 손에서 놓고 싶은 순간들일지라도 말이다. 저자는 인생의 가장 낮은 지점들을 통과하며 비로소 본인이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 깊숙이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외통수와 같은 나날들 속에서 사활을 걸고 작가라는 운명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농담처럼 다시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내 눈에는 저자가 예전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한 듯 보였다. 3부 마지막 페이지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4부에서는 책 출간 시 관여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위치의 사람들을 소개한다. 저자의 개인 경험담이 진득하게 녹아있어 나는 4부를 3부의 연장선에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함께 일한 편집자 세 분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는 다시 시간을 잊고 말았는데, 편집자의 자질과 작가에게 미치는 위력, 긴장과 갈등이 얽힐 수밖에 없는 책 출간의 전반적인 과정, 작가의 눈에 비친 독자, 기자, 동료 작가의 위상이 실감 나는 문체로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저자가 직접 겪은 일이라지만, 저자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 읽고 다시 제목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을 보니 다르게 느껴졌다. 책 읽기 전에는 머리로 알던 것이 다 읽고 나니 가슴으로 느껴졌다고 할까. 작가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조금은 더 존경이 묻어나게 되는 의외의 열매도 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정아은 작가처럼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계속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추신> 저자가 사고를 당해서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 소식을 방금 알게 되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잠시 눈을 감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마름모

#김영웅의책과일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