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란 뭘까? - 쓰기에서 죽기까지 막간 1
유진목 지음 / 난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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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재능보단 글쓰기의 힘을


유진목 저, '재능이란 뭘까?'를 읽고


'재능이란 뭘까?'로 시작해서 '나는 나와 오래도록 함께하는 불행을 사랑하기로 결정했다.'로 끝나는 산문집. 저자는 스스로를 불행하다 말한다. 그것도 기꺼이. 그리고 첫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동안 자신이 불행한 재능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행복을 마음 다해 바란 적도 없고, 행복 또한 찰나에 지나버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 그녀가 불행을 사랑하기로 결정해서 다행인 걸까?


툭툭 내던지듯 써놓은 조각난 산문들 가운데 로버트 맥키의 말을 빌려 저자는 재능을 정의한다. 무엇을 쓰고 무엇을 쓰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이 재능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은 삶에 대한 재능일 수 있겠다고 말한다. 삶에 대한 재능은 없지만 글쓰기에 대한 재능만은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진단하는 그녀. 그녀는 빠듯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생의 모든 것들을 글쓰기와 바꾼 듯한 삶을 살아간다. 절박함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더 이상 표현이 불가능한, 어떤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선 듯한 삶을 살아간다. 페이지마다 우울과 냉소, 처절하고 지독한 현실, 그리고 자기 비하와 학대까지 이어지는 문장들로 수놓고 있다. 돈, 글, 삶, 그리고 또 돈, 글 삶… 저자의 무한반복되는 일상은 비참하다는 표현을 사용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게 한다. 그러나 나는 그 표현은 사용하지 않을 작정이다. 아직 글쓰기가 그녀에게 남아 있어서다. 나는 글쓰기의 힘을 믿는다.


이제 마흔 중반에 이른 저자는 다른 것들을 다 잃거나 버린 것 같은 초탈함에 접어든 것 같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은 '가정 불화, 결혼 실패, 그리고 두 번의 자살 실패를 한 몸에 겪어내면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싶은 정도에 불과하다. 인지적 공감은 가능하나 정서적 공감은 불가한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할 말을 잃는다. speechless.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 '가정 불화, 결혼 실패, 자살 실패'가 어쨌거나 살아있는 저자 스스로를 정의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 과거의 깊은 우물에서 길어낸 글은 무겁고 어둡고 외롭다. 전염력이 강하다. 경쾌한 단문의 연쇄조차도 냉소를 머금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짧아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연작이 출간된다면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불행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문장들이 줄어들어, 아니 사라져서, 다시 삶을 노래하게 되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글쓰기의 마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쓰기 재능이 마력을 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자의 문장력과 문체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아서다.


#난다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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