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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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에 맞지 않은 새로운 음식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모두 찾아 일독 및 재독 하는 방법도 권장할 만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작가의 작품을 용기 내어 한두 권 읽어보는 것도 절대 게을리하지 말라고 나는 문학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전자는 깊이를, 후자는 풍성함을 배가시키는 훌륭한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깊이와 풍성함, 이 두 가지는 문학의 본질과 맞닿아 있으며, 문학이 추구하는 것뿐 아니라 문학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까지도 포괄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라는 칠레 작가를 처음 만났다.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이 작품을 들었고, 작품 제목에 나온 '네루다'라는 이름이 내 입에 착 감기기도 했으며, 내가 알고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칠레 시인이었던 '파블로 네루다'와 동인인물인지 궁금했던 차에 마침 중고책을 구할 기회가 주어졌었다. 부담 없는 분량은 물론 첫 몇 페이지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문체가 매력적이어서 두 시간 정도에 다 읽어버렸다. 


감명 깊었다는 평은 하지 못할 것 같다. 비록 실존 인물이었던 파블로 네루다와 실제 칠레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무게를 더하긴 하지만, 깊은 공감을 할 수는 없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네루다와 칠레를 이름으로만 듣고 교과서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나의 좁은 지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거꾸로 읽으면 이 작품을 좀 더 깊이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된다. 네루다와 칠레에 대한 정보를 미리 공부를 하고 이 책을 시작한다면 적어도 나보다는 공감의 한도가 높을 거라 생각한다. 네루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시를 썼는지, 20세기 중반 칠레의 정치, 문화, 사회적인 변화 등을 시간 내어 살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배경 지식을 차치하고 이 책을 문학작품만으로 한정하고 볼 때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작가 스카르메타의 문체였다. 어찌 보면 조금은 품위가 떨어지는 듯하고, 또 어찌 보면 서민들의 말투와 생각을 박제라고 한 듯 사실적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문장들이 내겐 낯설기도 했고 신선하기도 했다. 특히 성적인 부분에 관련된 묘사들 앞에서 나는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작가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고, 그저 내가 가진 이해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줄거리에 대해서는 딱히 나의 버튼을 누른 장면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엔 적지 않도록 한다. 이야기 진행이 특별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내겐 진부하기만 했다. 영화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두 시간 정도 새로운 음식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저 내 입맛에 맞지 않았을 뿐.


#민음사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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