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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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 그리고 읽고 쓰는 삶


C. S. 루이스 저, '책 읽는 삶'을 읽고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아담한 사이즈의 이 책은 루이스의 여러 저작으로부터 독서에 관련된 문장들을 선별하여 엮은 것이다. 루이스의 작품을 두루 섭렵한 독자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제목이나 프롤로그 격의 '엮은이의 글'을 읽으면 곧장 이 책이 읽고 싶어질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루이스를 꽤 읽은 나로선 사실 정독할 만한 책은 아니었다. 조금은 낚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낚여보는 것도 괜찮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꽤 유쾌한 일이었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길에서 며칠간 십여 분 정도씩 읽어나가기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책이었다. 


루이스가 책, 특히 문학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여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가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꼭 알고 넘어가면 좋은 것은 이 책의 제목 '책 읽는 삶'은 루이스가 실제로 살았던 삶이라는 사실이다. 조금 더 자세히 묘사하자면 '책 읽고 쓰는 삶'이라 할 수 있을 테고, 이를 좀 더 일반화시키면 '읽고 쓰는 삶'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정말 24시간 활자의 바다에서 산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그의 범상치 않은 저작들의 출처를 그가 타고난 작가라는 이유에서만 찾는 것은 무례한 처사다. 그가 읽기와 쓰기에 들였던 시간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루이스가 문학에 대해, 독서에 대해, 독서모임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가졌던 생각들이 내겐 낯설지 않고 반가웠다. 나는 루이스의 변증서보다 소설을 좋아한다. 아마 루이스 역시 그러지 않았을까, 혹은 독자가 그러길 원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그에게 있어 책과 글이란 상상력이 전제된 열매였다. 상상력은 곧 책과 글의 생명력과도 같았다. 루이스는 어린아이에게 신화를 읽히고 동화를 읽혀서 거인과 용과 난쟁이와 괴물로 인해 무서움을 느끼도록 허락하는 편이 강도나 도둑이나 강간범이나 살인자로 인해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식으로 말한다. 또한 허구가 현실을 능가하고, 허구가 현실보다 우월할 수 있으며, 허구 덕분에 현실을 등지는 게 아니라 허구 덕분에 오히려 현실을 더욱 견뎌내고 극복하며 살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루이스가 현실주의자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다. 루이스가 말했듯 나도 인간은 오히려 허구가 전제된 문학을 통해 현실을 더욱 잘 분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문학의 힘을 믿는다. 문학만이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지식 전달 위주로 쓰인 비문학보다 흥미를 전제로 하고 상상력과 허구로 옷을 입고 그 안에서 깊은 통찰을 깨닫게 해 주는 문학을 내가 더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루이스 발톱의 때도 되지 못하겠지만, 루이스와 이런 부분에서 같은 방향이라서, 이 또한 다행이라 생각한다. 


* 루이스 읽기

1. 예기치 않은 기쁨: https://rtmodel.tistory.com/682

2. 고통의 문제: https://rtmodel.tistory.com/695

3. 헤아려 본 슬픔: https://rtmodel.tistory.com/699

4.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https://rtmodel.tistory.com/822

5. 천국과 지옥의 이혼: https://rtmodel.tistory.com/852

6. 순전한 기독교: https://rtmodel.tistory.com/911

7. 시편 사색: https://rtmodel.tistory.com/942

8. 순례자의 귀향: https://rtmodel.tistory.com/1164

9. 순전한 그리스도인 (by 김진혁): https://rtmodel.tistory.com/1176

10. 세상의 마지막 밤: https://rtmodel.tistory.com/1629

11. 침묵의 행성 밖에서: https://rtmodel.tistory.com/1633      

12. 루이스가 메리에게: https://rtmodel.tistory.com/1635

13. 페렐란드라: https://rtmodel.tistory.com/1637   

14. 개인기도: https://rtmodel.tistory.com/1653

15.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https://rtmodel.tistory.com/1658

16. 인간 폐지: https://rtmodel.tistory.com/1662

17. 책 읽는 삶: https://rtmodel.tistory.com/1742


#두란노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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