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위로 - 흐린 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장일 지음, 남수현 그림 / 넥서스CROS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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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을 머금은 평범하고 충만한 삶

장일 저, ‘결핍의 위로’를 읽고

장일은 목사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다. 그리고 희귀 질환인 크론병 환자다. 그렇다면 이 책은 목사의 이야기일까, 남편이자 아빠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크론병 환자의 이야기일까. 버스를 오가면서 읽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답을 내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이 책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구나. 

직업이 목사일 뿐 이 책은 목회 관련 에피소드도 설교집도 아니다. 저자는 남편이자 아빠이지만 이 책은 부부관계나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리고 저자는 크론병 환자이지만 어떤 아픔을 가진 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두 가지 유형에 빠지지 않는다. 즉, 그 아픔에 구속되지도 않고 그것을 훈장처럼 여기지도 않는다. 장일 목사는 그저 묵묵히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한 그리스도인이다. 나는 목사도 아니고 크론병도 앓지 않지만, 이 책에 공감이 갔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평범함이다. 

희귀 질환인 크론병 환자의 책을 평범함이라는 단어로 압축해 버리는 게 무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저자의 삶을 크론병 환자의 삶으로 일축하고 동정이나 연민의 시선으로만 이 책을 대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오독하는 가장 쉬운 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3인칭 관찰자의 시선이 아닌 1인칭 관찰자 혹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이야말로 저자의 글과 삶에 대한 예우이자 바른 독법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굳이 평범함이란 단어를 택한 이유는 저자의 글과 글에 비친 삶 속에서 일상의 진부함이나 나태함이 아닌 인내와 소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인내와 소망은 우리네 일상을 이루는 거대한 두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비록 결핍이라 부를 수 있는 점을 안고 있지만 저자의 일상은 ‘평범하다’. 그래서 감사하다. 그리고 그가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라 더욱 감사하다. 결핍의 위로는 평범한 일상을 목사이자 남편이자 아빠이자 환자로서 꿋꿋하게 살아내는 그의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돌아보면 나도 당신도 비록 콘텍스트는 다르지만 모두 무언가에 결핍을 가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공감과 위로이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이 충만해지는 순간은 결핍이 부재한 삶이 아니라 결핍을 머금은 삶에서 온다. 

#넥서스CROSS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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