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도 믿음의 글들 245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홍종락 옮김 / 홍성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기도에 관한 루이스의 생각

C. S. 루이스 저, ‘개인 기도’를 읽고

공동 기도가 아닌 개인 기도에 관한,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의 입장에서 바라본 여러 의문점들과 그에 대한 루이스의 견해 혹은 믿음이 잘 담겨 있는 책이다. 자칫 가르치려 드는 자의 강압적인 뉘앙스를 피하기 위해 루이스는 말콤이라는 가상 인물을 설정하고 그에게 편지로 답을 하는 방식을 취한 듯하다. ‘루이스가 메리에게’에서도 비슷한 형식을 볼 수 있지만, 말콤은 메리보다는 신학 혹은 신앙적인 지식과 경험이 많은 친구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루이스의 답장은 기독교의 교리나 문화 혹은 세계관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보다는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이라 할 수 있는 깊이까지 나아간다. 이 책의 장점은 평신도 입장에서 개인 기도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는 점이지만, 이것은 또한 이 책의 한계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 적힌 루이스의 대답이나 설명이 기독교의 공통된 입장이라기보다는 신학과 철학과 문학에 능통한 한 평신도의 입장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속한 기독교는 영국 성공회라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죽은 자를 위한 기도, 연옥의 존재에 대한 믿음, 천국의 모습이나 기도의 능력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루이스가 편하게 쓴 개인적인 의견 정도로 보는 관점이 필요할 것 같다. 이것이 루이스가 의도적으로 말콤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서간체 형식을 빌려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루이스의 신학에 문제가 있다는 둥, 루이스의 책을 읽으면 혼란이 온다는 둥의 의견을 여러 사람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정통 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평신도가 마음껏 상상하고 의견을 내놓는 모습이 나에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고 묻지 않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 익명성의 비겁한 무리보다는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나는 언제나 그랬듯 루이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루이스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당대와 후대 기독교인에게 남긴 건 실보다는 득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다는 게 내 지론이다.

이 책에선 개인 기도 중에서도 청원 기도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을 이룬다. 전지하신 하나님에게 우리는 왜 청원 기도를 드려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성만찬이나 몸의 부활 등의 성경적 지식과 교리에 이르기까지 루이스의 해박하고 일리 있는 친절한 설명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밑줄 그으며 묵상할 만한 문장들도 많았다. 네 문장만 여기에 옮겨본다.

“균형 잡힌 마음상태는 기도로 구해야 할 축복 중 하나이지 기도할 때 입어야 하는 멋진 의상이 아니라네.”
루이스가 무심히 던진 이 문장을 읽고 나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아마도 자주 기도를 미루거나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는 나의 모습이 드러난 것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작은 일들로 기도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의 위엄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체면 때문일 듯싶네.”
이 문장 역시 읽고 나는 부끄러웠다. 기도를 어떤 어렵고 구별된 의식만으로 배웠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와 기도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도 재고해 볼 수 있었다.

“신비주의를 향한 나의 욕구는 물욕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사도 바울의 판단으로 보자면 ‘영’이 아니라 ‘육체’에 해당하네. 영적인 것에 대해서도 충동적이고 고집스럽고 탐욕스러운 욕구가 있을 수 있는 거야.”
기독교는 신비하다. 그러나 신비주의는 위험하다. 나는 루이스처럼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면이 기독교의 중요한 부분이라 믿는다. 

“청원기도에 대해 너무 많이 쓴 것 같기도 해. 하지만 후회하지 않네. 그것이 올바른 출발점이거든. 모든 문제의 근원이기도 하고. 나는 청원기도의 문을 지나지 않고서 더 높은 형태의 기도를 하거나 그런 기도를 논하려 드는 사람은 믿을 수 없네. 청원기도를 하지 않거나 경멸하는 것은 탁월한 거룩함의 표시가 아니라 믿음이 부족하여 낮은 수준에서 만족한다는 표시일 수 있다고 보네.”
나는 이 문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 솔직하게 나를 열고 어린아이처럼 간구하는 데에 게으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균형은 반드시 이런 과정을 거쳐야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모든 신앙인에게 권하고 싶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 루이스 읽기
1. 예기치 않은 기쁨: https://rtmodel.tistory.com/682
2. 고통의 문제: https://rtmodel.tistory.com/695
3. 헤아려 본 슬픔: https://rtmodel.tistory.com/699
4.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https://rtmodel.tistory.com/822
5. 천국과 지옥의 이혼: https://rtmodel.tistory.com/852
6. 순전한 기독교: https://rtmodel.tistory.com/911
7. 시편 사색: https://rtmodel.tistory.com/942
8. 순례자의 귀향: https://rtmodel.tistory.com/1164
9. 순전한 그리스도인 (by 김진혁): https://rtmodel.tistory.com/1176
10. 세상의 마지막 밤: https://rtmodel.tistory.com/1629
11. 침묵의 행성 밖에서: https://rtmodel.tistory.com/1633      
12. 루이스가 메리에게: https://rtmodel.tistory.com/1635
13. 페렐란드라: https://rtmodel.tistory.com/1637   
14. 개인기도: https://rtmodel.tistory.com/1653

#홍성사 
#김영웅의책과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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