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 민족과 인종의 경계를 초월한 공동체 믿음의 글들 353
최종원 지음 / 홍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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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공부로 더욱 풍성한 하나님나라를!


최종원 저,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를 읽고.


역사가 돌고 돈다고 하는 건 단순히 동일하거나 비슷한 일의 반복 재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은 인간의 거시적인 패턴이다 (이런 면에서 역사는 인간의 집단 심리를 연구하기에 아주 좋은 데이터베이스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주로 승자에 의해 기록되어지는 역사이고, 비록 각기 다른 사회 구조와 사상과 문화 배경을 가진 공동체에서 기록되어졌다 해도, 각 역사에는 고유의 흐름이 있고 스토리가 있으며, 또 거기엔 패턴이 존재한다. 


인간은 각자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모여 이룬 공동체나 국가적인 차원에선 그 다양한 개성이 소멸되거나 말살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만큼 다양성의 수와 편차는 개개인의 차원에서와는 달리 집단적인 차원에서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인간으로 이루어진 그 어떤 공동체에서도, 공동의 이익이라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집단 이기주의를 앞장서서 실현하려는 집권 세력이 있기 마련이며, 이들의 부조리를 직시하고 거부하여 반대하는 세력도 있기 마련이다. 집권 세력은 그들이 가진 힘과 정치를 동원하여 반대 세력을 약화시키거나 교화하거나 소멸하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한다. 때론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때론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반면, 이에 반하는 소수의 세력(들)은 때가 되었을 때 집권 세력의 불의와 만행을 고발하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싸우게 된다. 갑과 을의 관계가 자명해지고, 승자독식의 체계가 당연시되며, 선과 악의 기준은 카멜레온처럼 그때그때 바뀌어간다. 그리고 그 공동체의 운명은 언제간 끝을 맞이하게 된다.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영원히 지속되는 제국이나 국가는 없었다. 이들은 생명체와 같아서 태어남이 있고 죽음이 있는 것이다.


역사는 어느 한 순간도 결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 유일성을 가지지만, 그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건들을 모두 모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커다란 패턴이 보인다. 이는 지금도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고 있을 역사의 한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나온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갈 뿐이지만, 과거의 연장선에 있으며, 쉬지 않고 미래를 갉아먹는 현재의 톱니바퀴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꿰뚫는, 비록 가늘지라도, 여러 개의 패턴을 인식하는 것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오늘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에겐 분명 지혜자의 선물이 될 것이다.


언제 봐도 어지러운 한국 교회의 상황은 갈수록 그 수위를 더해가는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교회에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는 마지노선의 주장도 이젠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병폐가 그대로 교회 안으로 들어와 우상이 되었고, 이는 여러 대형교회의 목사들을 포함하여 허다하게 많은 점잖은 교인들을 맘몬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세습이 상습이 되었고,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소견대로 정한 선과 악의 기준에 어긋날 경우, 비교적 힘이 약한 상대를 파괴하기 위해서라면 그 상대를 이단으로 낙인 찍는 일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피 흘리기에 발 빠르고, 언제나 상석에 앉아 수근대기를 좋아하는 작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역사에서 언제나 존재해왔다. 


정통성을 지킨다는 명분 하에 저지르는 그들의 많은 만행들이 모두 역사에 기록되고 있음을 그들은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교회사에서 이미 오래된 패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그들의 영악함이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은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럴 일은 전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정작 역사를 공부해야 할 이들은 늘 공부하지 않는 선생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역시 역사가 보여주는 한 패턴일지도 모르겠다. 악은 진부한 법이다.


이런 판국에 최종원 교수를 통해 초대교회사를 들여다보게 된 것은 시의 적절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한국 교회를 고민하며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역사는 파멸의 패턴도 보여주고 생성과 회복의 패턴도 보여준다. 한국 교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멀찌감치 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나는 후자이길 소망해 마지 않는다. 회복 이전 응당 있어야 할 아픔이 크지 않길 바란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암으로 발전할 뿐이다. 


저자의 일관된 목소리 중 하나는, 교회 역사는 기독교 교리와 신학의 형성 과정의 기록이 아닌, 세상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교회와 세상 사이에 있었던 상호작용에 대한 기록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신학자 배경이 아닌 역사학자 배경의 저자가 교회사를 연구하고 정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다시 읽게 해주었다는 점은 이 책이 가진 큰 강점이다. 기존의 교회사를 바라보는 각도와 안경을 바꿔 다시 읽는 방법으로 쓰여진 이 책은 그야말로 교회의 역사를 교회 밖에서 보다 공정하게 바라본 중요한 기록이라 생각한다. 나처럼 교회사에 대해 책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좋은 교회사 입문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교회사에서는 정통이라 자처하는 주류 교회가 스스로 반성을 거치는 정화 작용을 통해 본질을 회복하고 변화를 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나 예언자적인 목소리들은 있어왔다. 그들은 수도원 운동의 모습으로도 존재했고, 어떤 기독교 학파의 모습으로도 존재했었다. 저자가 바라는 것처럼, 한국 교회도 역사적인 정통과 이단의 이분법을 넘어서 다양한 목소리들을 경청하고 공감하여 교회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 온전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원해본다. 그러기 위해 교회는 더욱 낮은 곳으로 움직여야 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만들지 않아야 하며 타자를 관용하는 모습으로 더욱 풍성한 하나님나라를 살아내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영웅의책과일상



출처: https://rtmodel.tistory.com/651?category=751509 [흩 어 진 행 복 의 조 각 을 찾 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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