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https://www.youtube.com/watch?v=_rK4aLiD2fM
다산북스 유튜브 채널에서 발견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인터뷰 영상에 이러한 질문과 답변이 있었다.
Q. 좋은 소설은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A. 뭔가를 느끼게 해준다. 뭔가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느끼는 대상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인간 감정, 기쁨 슬픔 행복 등등. 독자가 뭔가를 느낄 수 있어야만 한다. 뭔가 달라야 한다.
<불안한 사람들>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했을까?
마음 약한 강도 꿈나무와 더럽게 말 안 듣는 인질들의 대환장 소동극!
세상의 바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가장 눈부신 이야기
큰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는 작은 도시의 제야 전날.
권총을 든 강도가 은행에 침입해 단돈 6천5백 크로나를 요구한다.
[5월 29일 아침에 환율을 검색해본 결과, 6천5백 크로나는 87만 2,170원 정도]
그곳은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이었고, 경찰이 출동하자 당황한 강도는 얼떨결에 옆 아파트 오픈하우스로 들어가는데...
겁 많은 은행 강도와 한마디도 지지 않는 인질들의 하루는 어떻게 끝날까?
263 "최악의 인질이야. 당신들은 역대 최악의 인질이야"
173 "어쩌면 강도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여러분은 피해자가 아니에요!"
=>위의 두 문장 모두 은행 강도의 발언이다. 이 세상에 어떤 강도가 인질에게 저런 말을 할까?
마음이 여린, 착하면서도 약간 어리숙한 강도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그리고 최악의 인질이라니? 어떤 인질이길래 이런 표현을 쓰는지, 저자가 캐릭터들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궁금해질 것이다.
추천사들 중,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 문장들이 있다.
매력 뿜뿜인 인물이 등장하고 유머와 감동이 한데 어우러지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작품이 딱이다.
배크만식 티키타카 대화와 인간 본성에 대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통찰이 빛나는 작품
<불안한 사람들>은 불안만큼이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른도 때로는 옷장에서 혼자 실컷 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인용한 추천사처럼,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선 우리의 주인공인 은행 강도. 강도는 처음이라 강도답지 않고 인질들에게 간섭을 당하기까지 한다.
의뢰를 받아 하루 동안 그 사람을 위한 연극을 해주는 '레나르트'
하우스트릭스 부동산의 중개업자
심리 상담사로, 자살한 사람의 유가족들을 위해 매년 봉사활동을 하는 '나디아'
경찰관 부자(父子)인 '짐'과 '야크'
오픈하우스 손님으로는
은행 고위 간부인 '사라'
은퇴 후 아내와 함께 낡은 아파트를 사서 수리한 뒤 값을 높여 파는 '로게르'
로게르의 아내로, 은퇴한 전직 애널리스트 '안나레나'
가족을 위해 완벽한 집을 골라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로'
로의 배우자로,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여인 '율리아'
딸 대신 아파트를 보러 온 아흔 살 노인 '에스텔'
길 가다 옷깃이 스쳐도 전생의 인연이라 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관이 있다. 하나 예를 들자면 '나디아'는 '사라'와 연관 있는 인물이지만, 경찰관 '야크'와도 관련이 있는 여인이다.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전부 마음에 들기에, 기억에 남거나 좋았던 장면을 '하나' 고르는 것은 정말 힘들었지만
마음속 깊이 남게 된 장면은 이 부분이었다.
이 아파트의 좋은 점들을 알려주며, 아내를 위해 이 집을 사라고 로에게 조언을 하는 로게르의 장면(245쪽)이 나온다.
걸레받이를 고칠 줄 모른다는 로에게 "잘할 수 있을 거예요"라며 격려해 주기도 한다.
그들은 오픈 하우스에 오기 전까지는 서로 몰랐던 사이임에도, 서로 속마음과 고민을 털어놓고 자기 일처럼 위로를 해준다.
그리고 '로게르'는 낡은 아파트를 사서 수리한 뒤 값을 높여 되파는 인물이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지만, 로게르도 이렇게 된 이유가 있고 그것을 저자가 잘 표현해 주었다. 로게르의 슬픔과 욕구를 알기에, 이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곳에서는 읽지 말라
책을 읽으며 웃을 수 있고, 눈물이 나면 실컷 울 수 있는 장소에서 읽기를 권한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불안한 사람들>을 읽다가, 내릴 곳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해 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