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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협상법 - 인생의 승부처에서 삶을 승리로 이끄는 협상비법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4월
평점 :
공항 서점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고객에게 원하는 장르를 여쭤보면 "아무거나요" 혹은 "재미있는 거요"(재미도 사람마다 다를 텐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성별과 연령대를 생각해 추천을 드려도, 구매를 안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책 대신 <좋은 생각>이나 <샘터>와 같은 월간지 또는 신문을 사시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고수의 협상법>을 읽고 다시 한번 그때의 경험을 떠올려봤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매장 손님들의 숨겨진 욕구는 무엇이었을까? 책 내용뿐만 아니라 '두께'도 중요할 것이다. 너무 두꺼우면 여행이나 출장길에 짐이 된다. 재미있어야(자기 관심분야여야) 비행기를 기다릴 때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자신의 예산 안에 들어가야 한다.
지은이는 기업교육 전문 회사 에듀콤 교육연구소 대표이사이다. 과거 오리온 그룹에 입사해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하였고, ING 그룹에서 방카슈랑스 부장 등 실전에서 세일즈, 마케팅, 교육 등 평생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경험해왔다고 한다.
수년간 쌓아온 저자의 경험과 공부를 얻을 수 있다니 너무나 기뻤다.
대부분의 협상 책은 너무나 큰 협상(외교 등)을 다루거나 너무나 학구적인데, 확실히 <고수의 협상법>은 일상적인 상황도 많이 다루는 책이었다. 그래서 협상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이었다. 영업, 거래 관계, 직업적 성공, 승진, 인간관계 등 돈을 포함한 목표 달성을 위해 벌이는 모든 과정과 노하우를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협상'을 이렇게 정의 내리고 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주어진 상황들을 목표 달성에 유리하게 만들어 가는 일련의 과정
그는 협상의 4대 요소로 목표, 대안, 관계, 정보를 강조하고 있는데, 책의 목차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책을 정독하면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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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82쪽 나도 상대방을 너무 재촉하지도 않지만 만약 상대방이 재촉해도 평정심을 가지고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다.
(중략)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잃는 것들이 무척 많다. (중략)이런 경우 상대방은 협상을 잘 이어나가려는 생각보다는 그와 같은 사람과 협상을 통하여 무언가를 하고 싶은 감정이 사그라지게 된다.
95 인생도 그런 것처럼 비즈니스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 자체가 완벽하지 않듯이 비즈니스도 완전할 수 없다. 안 될 것을 대비하여 대안을 설정하고 출구 전략을 고민하자. [※2장의 내용입니다]
=>직장인이 되면서 '감정을 통제하는 것의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학교까지는 (물론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부도 시험도 주로 혼자와의 싸움이다. 하지만 직장은 나 혼자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되는 곳이 아니었다. 동료와 협업을 해야 하고, <고수의 협상법>에 나오는 상황들처럼 고객과 협상을 해야 한다.
내 뜻대로 완벽하게 진행되기 힘든 게 비즈니스이기에, 저자의 조언대로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도 1장에는 ZOPA(협상이 가능한 영역)(48~51쪽), 협상스타일(강압, 양보, 문제해결, 회피, 타협), 감정통제능력 등의 협상술이 나온다. 52쪽부터 55쪽까지의 질문들에 대답을 하다보면, 자신이 협상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타일을 알 수 있으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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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125쪽 협상 전에 객관적 기준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임하는 것은 필수이다. 정보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로 그냥 직감을 믿고 협상에 임했다가 결과를 그르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협상 상황에서 객관적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로 시세, 기존 거래 가격, 법규, 지침, 관행을 소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BATNA(협상으로 합의할 수 없을 때, 협상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 니블링(협상 마지막에 상대방에게 약간의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내는 기법) 등, 자신을 만만치 않은 사람으로 여기게 만드는 비법을 소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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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172쪽 협상은 감정으로 시작하여 감정으로 끝난다. '두려움'으로 시작하여 '분노'하는 과정을 거치는 협상은 결국 '신뢰'라는 결과로 끝맺음해야 한다. 협상은 이성적인 계산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인간관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관계'도 협상의 4대 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인맥'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있을까? 3장에서 저자가 정의하는 '인맥'은 다음과 같다.
180쪽 인맥은 내가 누군가를 얼마나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인정해 주는 것이냐이다.
=>서로 신뢰하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어야 협상이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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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198쪽 협상의 고수들은 상대가 가진 숨은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자극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는 거래 조건들과 직접 연관되는 요구나 욕구는 아니지만, 그 이면에서 당사자들을 움직이는 인간의 본능과 맞닿아 있는 숨은 욕구는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회사에서 흔히 말하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는 것이 이 부분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핵심 니즈(상대방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책에서 소개해주고 있다.
참고로 4장 목차에 있는 빠꼼이는 '일반적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크레믈린은 '속을 모르겠는 사람'을 뜻한다. 저자는 가장 힘든 협상 상대로 '속을 모르겠는 사람'을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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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246쪽 말을 많이 하면, 그만큼 속내를 많이 드러내게 된다. 의도를 들키면 협상을 내 뜻대로 끌어가기가 힘들다. (중략) 어떤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리되지 않은 의견을 내놓았다가는 그대로 침몰할 수 있다.
=>'협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서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즉 침묵과는 반대되는 것인데, 저자는 '협상에서 침묵은 유용한 기법'이라 설명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침묵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상대가 침묵 기법을 사용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해 주고 있다.
그 외에 쿠션 화법, 더블 바인드 기법, 레드 헤링 기법 등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고객의 반론("비싸다"와 같은)에 사용할 수 있는 쿠션 화법을 직장에서 사용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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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비즈니스까지 인생의 9할은 협상이다. 원하는 것을 얻는, 이기는 협상의 비법을 알고 싶은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은 도서다.
*우수서평단선정 서평도서로, 리텍콘텐츠 출판사에서 제공해 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