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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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나려 온다 범이 나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김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귀 쭉 찢어지고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발이 넘고

동이 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새낫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르 헛치고 주홍입 쩍 벌리고 자래 앞에거 우뚝서 홍행홍행 허는 소리 산천이 뒤덮고 땅이 툭 깨지난 듯


 익숙한 가사죠? 판소리 <수궁가>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별주부가 토끼를 찾는 부분인데요. 저기 앉아 있는 토생원을 발견하고 부르는데, 먼 길을 헤엄쳐 오느라 목이 뻣뻣해진 탓에 살짝 잘못된 발음으로 부릅니다.

 "저기 앉은 게, 그러니까 호생원이오?"

 "누가 호생원을 불렀는가?" 첩첩산중의 호랑이가 별주부의 말을 듣고 내려오는 부분이죠.


<목차>

1. 조선의 오페라_판소리 다섯 마당

2. 잃어버린 조선의 아리아들_타령 네 마당

3. 삼국시대 뮤지컬_향가

4. 고전의 발라드_고전시가

5. 달빛 아래 붉은 실_고전소설


 우리 한국의 음악, 판소리는 그들(서양 오페라와 뮤지컬) 못지않게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곁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 판소리는 단순히 소리를 넘어, 이야기와 감정을 함께 담아내는 살아 숨 쉬는 우리 고유의 예술입니다. 이는 조선의 오페라이자, 가장 한국적인 서사시입니다.

 일반 백성들에게 널리 사랑받은 문화인 만큼, 판소리는 관객이 극 중간마다 '얼쑤!' '좋다!' '잘한다!' 등 자유롭게 호응하며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를 추임새라고 부르며, 이는 소리꾼이 청중에게 이야기를 전달만 하는 일방적인 음악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에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이야기(춘향가, 수궁가-별주부전- 등)도 나오고 장끼타령, 숙영낭자타령 등 생소하고 색다른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이 도서는 판소리의 스토리와 가사를 설명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판소리 내용을 통해 현재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과 지혜도 알려줘서 좋더라고요. 판소리는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음악이자 고전 문학이고 연극이죠.


 얼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추운 겨울날, 장끼와 까투리는 먹이를 찾아 떠나고 있었습니다. 아홉 아들과 열둘의 딸이 있는 장끼와 까투리는 들판에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는 콩알 한 쪽을 발견하게 됩니다. 장끼는 그것을 단숨에 입에 넣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까투리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장끼를 뜯어말리죠.

 하지만 장끼는 까투리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자신이 간밤에 꾸었던 꿈이 아주 좋았다며 콩 한 알을 포기하지 않죠.

 마침내 탐스러운 콩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장끼가 콩을 부리로 콱 쪼는 것과 동시에 장끼는 덫에 콱 걸리게 됩니다. 장끼는 애통해하는 까투리에게 화를 냅니다. 까투리에게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죽고 난 뒤에는 수절하여 정렬부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까지 하죠.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하는 장끼에게 조문을 온 갈까마귀, 오리, 호박새 등이 청혼을 하지만 까투리는 단박에 거절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청혼이 있었는데, 바로 홀아비 장끼였습니다. "우리 둘이 작을 지어 아들딸 낳고 장가 시집보내 백년해로함이 어떠한가?"

 까투리는 새 남편과 아홉 아들 열두 딸을 데리고 떠납니다. 이듬해 봄에 자식들 모두 혼인시키고 이 산 저 산을 노닐고 저 강 이 강을 오가며 즐겁게 살았다고 하네요.


 <장끼전>은 여성의 주체적인 모습이 담긴 소설입니다. 지금에야 재혼이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당시의 인식은 아주 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끼전>과 같은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현실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의 관점에서 아주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어쩌면 기울어진 현실을 비추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고정관념을 부술 때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지요.

_ 134~135쪽


※ 서평단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저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리텍콘텐츠

#방구석판소리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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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력 - 인생에 건강이 짐이 되지 않게
박민수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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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관은 가장 빨리 늙는 장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늙고, 막히고, 좁아지고, 딱딱해진 혈관은 어느 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혈관사고로 이어집니다.

 인간의 몸에는 혈관이 10만km 이상 펼쳐져 있습니다. 이 중 모세혈관의 길이가 9만 5천km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장대한 혈관 가운데 어느 한 부분도 막히거나 좁아지고 딱딱해져서는 안 됩니다.

 혈관 질환은 발생한 후에는 되돌리기가 너무나 힘든 질환에 속합니다. 따라서 선제적인 예방이 최선이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가족력을 생각하면 혈관 건강을 체크해야 하는데요. 혈관 건강이 안 좋아 고혈압, 동맥경화, 협싱증, 뇌졸중 등이 생긴 후의 삶의 질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이번에 서평단 도서로 읽게 된 <혈관력: 인생에 건강이 짐이 되지 않게>를 통해 혈관 건강과 몸의 건강, 식단, 운동 등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원앤원북스

#페이스메이커

#혈관력

#박민수

#혈관건강


 책 내용 중에 개인적으로 흥미로웠거나 몰랐던 내용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Question 058. 살 빼면 콜레스테롤이 떨어지나요? 中

 체중을 단 5%만 줄여도 중성지방 수치가 줄어들고, 혈압 수치도 눈에 띄게 줄 수 있습니다. 체중 감소를 통해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은 체중 감량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수치 교정이 어렵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지질 대사를 촉진해 열량을 소비하게 되는데, 이는 지단백의 소비를 촉진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운동은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는 매일 규칙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혈중 총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위해 금연과 절주, 정상 체중 유지, 복부비만 탈출, 신선한 과일과 채소 섭취하기,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 자주 섭취하기, 싱겁게 먹기,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 실천하기 등을 종합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단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 섭취하지 않아도 몸에서 저절로 생성되는데요. 지나치게 채식 위주의 식단과 급격한 절식이나 단식 등으로 콜레스테롤 섭취가 부족해지면, 체내에 필요한 콜레스테롤을 몸이 보다 많이 생성하기 때문에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상지질혈증

Question 062.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합병증엔 무엇이 있나요? 中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에 지질 또는 지방 성분이 과다하게 많이 함유된 상태를 가르킵니다. 원인에 따라 1차성과 2차성 분류합니다. 1차성은 주로 지방 위주의 식생활, 운동 부족, 유전적 요인으로 생기는 경우를 말하고, 2차성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 신증후군, 임신, 약물 복용 등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이상지질혈증을 계속 방치하면 혈관 안쪽 벽에 점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면서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염증 반응이 심화되면서 혈관이 점차 좁아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상지질혈증의 주요 합병증으로는 뇌혈관에 생기는 뇌경색, 일과성 뇌허혈증, 심혈관에 생기는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신장 부종 등 다양한 신장 질환과 팔이나 다리에 생기는 말초혈관 질환 등이 있습니다.


#장뇌축

Question 089. 장, 뇌, 혈관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中

 장과 뇌가 서로 긴밀한 연결망을 가진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장뇌 축(GBA)이라고 부릅니다. 장과 뇌는 직통 연결라인으로 이어져 있어 장과 뇌가 직접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이론입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유지할 때 뇌 건강도 증진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장뇌 축은 비대칭적 소통 체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뇌와 장의 신호의 비율은 1:9로 장에서 보내는 신호가 월등히 많고 빈번합니다. 이를 통해 건강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평정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장 건강을 신경 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추론을 해볼 수 있습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는 다시 회복하고 되돌려놓기가 참 힘들죠. 그렇기에 건강한 상태에서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가장 쉬운 관리법이라 생각합니다.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킵시다!


저자 박민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보건학 석사, 서울대학교에서 의학 박사를 취득. 현재 통합적 건강주치의를 지향하는 서울ND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대한비만미용학회 간행이사 등을 맡고 있다.

 현재 구독자 57만 명의 '박민수박사' 채널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강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www.youtube.com/@parkminsu_dr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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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쓸모 - 초역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마지막 인생 수업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송병선 옮김 / 삼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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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펜하우어가 불멸의 스승으로 여기고, 니체가 인생의 지침으로 삼은 일상의 철학자

발타사르 그라시안이 남긴 속된 지혜와 조언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낸

삼인출판사의 <지혜의 쓸모>



 요새 유명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인생 스승이라니. 발타사르 그라시안 이라는 분의 성함은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읽어보며 많은 것을 배워보고 싶어집니다.


저자 발타사르 그라시안

 1601년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26세였던 1627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인문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대표작이자 한국에 가장 많이 소개된 <세속적 지혜의 기술>(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을 얻는 지혜' '지혜의 말' 등으로 알려져 있다)을 비롯하여 세상살이에 관한 조언을 담은 에세이와 풍자 소설을 다수 발표했다. 가톨릭 성직자임에도 그의 저작은 종교에 관해 극히 제한적으로 언급하고 추상적인 윤리의식에서 벗어난 현실적 도덕관을 피력해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말년에는 가톨릭계로부터 교회의 승인 없이 책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 처벌과 감시에 시달려야 했다.



<목차>

CHAPTER 1. 때로는 길을 잃어야 새로운 풍경을 만난다

CHAPTER 2. 지혜를 흉내 내라, 지혜로워지리라

CHAPTER 3. 관계가 풀려야 인생이 잘 풀린다

CHAPTER 4. 삶이 깊어지면 다시 공부가 시작된다

CHAPTER 5. 세상의 일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라


56쪽_많이 안다고 잘난 체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남의 생각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권위를 누리는 타인의 글과 생각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읊으면서 그것이 마치 자신의 생각인 양 말한다.


 특히 '계획을 세우는 데에만 만족하는' 부분에서는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휴무일 전에는 계획을 열심히 세웁니다. 그걸 실행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해 하지만, 막상 휴무일이 되면 늦게 일어나는 등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됩니다.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어.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아'

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며, 지키기 힘든 계획을 세우는 나 자신에게.

 계획대로만 살아가면 인생의 많은 부분이 계획에 갇히게 된다, 인생은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여 매진하다가도 어느 때에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라는 발타사르 선생님의 조언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새겨봅니다.



 모든 게 불안한 요즘입니다. 정치, 경제, 자신의 생활 등 불안함은 많은데 올바른 조언을 해줄 어른이 주위에 없는 기분입니다.

 그라시안의 지혜가 담긴 문장들이 여러분들에게 조언과 인생의 길잡이를 해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저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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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사이드 : 인간관계 편 -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12가지 인간관계 처방전
최명기.한석준.이헌주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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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는 항상 우리 인간에게 숙제인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의 의지로 제 성격과 말투를 바꾸기도 힘들고, 타인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고요. 이번에 원앤원북스의 인문, 문학, 자녀교육 브랜드인 믹스커피에서 인간관계, 호감 가는 말투, 나를 긍정하는 기술 등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솔루션 도서를 출간했더라고요.

 저자는 최명기, 이헌주, 한석준. <지식인사이드:인간관계편>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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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도서

#자녀교육


<목차>

1장 감정이 상처가 되기 전에 해야 하는 것들

#멘탈강한사람 #자존감높이기 #걱정습관

2장 나를 올바로 세우고 단단하게 만드는 법

#비교지옥 #혼자서도당당하게 #진짜나를찾기

3장 성숙한 어른의 품격 있는 말하기 기술

#끌리는말투 #호감가는말투 #칭찬의기술 #존경받는사람

4장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지키는 비결

#무례한사람 #멀리해야할인간유형 #화목한가족관계


 저는 멘탈이 강하지 못 합니다. 타인과 비교하기도 하고요. 이런 제 자신과 30년 넘게 같이 살아 왔네요. 저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커서인지 이러한 자기계발 도서, 특히 인간관계와 관련된 도서를 많이 찾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 <이혼숙려>라는 프로그램 자주 보시나요? 저는 한동안 안 보다가 이번 기수가 흥미로워 유튜브로 시청하곤 합니다. 그리고 유튜버들의 리뷰도 보곤 하는데, 그들마다 약간씩 다른 내용에 더욱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지만 자신의 얼굴과 가정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밝히며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출연료를 원해서, 타인에게 말하기 힘든 내용을 TV에 나와 함으로써 대신 전달하기 위해 등등 다른 목적들도 있겠지만요. 제가 이 프로그램을 꺼낸 이유는, 여러 부부들을 보면서 (저는 미혼이지만) 이 책의 특히 3장과 4장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물론 다른 (자신들의 이상적인)부부들과 자신들을 비교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 비교지옥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2장도 도움을 많이 주겠죠.


235쪽_복수심은 바로 이런 겁니다. 부부가 함께 아기를 키울 때를 생각해봅시다. '내가 기저귀 한 번 갈았는데, 너는 왜 안 갈아?'하는 생각이 바로 복수심이에요. 내가 한 번 했으니까 너도 똑같이 한 번 해야 하는 거예요. 또 '넌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데, 왜 나는 일찍 들어와야 해? 왜 너만 늦게 들어와? 이제 너도 일찍 들어와"라고 말하는 게 복수심입니다. 복수심이란 관용이 없는 겁니다. (중략) 그냥 넘어가는 게 없죠. 그래서 저는 복수심이 많은 사람은 가급적 피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최명기)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요. 자기에게 이득이나 보상을 주지 않는다면 남에게 좋은 일은 전혀 안 하겠다는. 기브 앤 테이크 같은데, 이 경우에는 '테이크'가 먼저 와야 할 듯 싶습니다. 상대가 나에게 줘야, '그만큼' 나도 해 준다는. 자기는 '손해'를 1도 보지 않겠다는 사고 방식. 똑똑해 보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걸, 사회 생활을 하며 느끼게 됩니다.


256쪽_부모라면 자식한테 이렇게 해야지 또는 자식이라면 부모한테 이렇게 해야지 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지 않습니까. (중략) 누군가 가정은 정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원은 이틀만 손을 안 보면 잡초가 무수히 자라죠. 그러니 매일매일 쉼없이 신경 쓰고 관리를 해야 해요. (한석준)


 여러분들은 어떤 고민이 있나요? 여러분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나요?

잘 생겼는데/예쁜데 정(情)은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비호감의 말투

"이거 도전하지 마, 어차피 너는 못 해. 시간 낭비야"라며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사람

애인이 쓰레기라며 만나지 말라고 사람들이 말리는데도, "내가 없으면 이 사람은 못 살아"라는 말을 하는 사람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서 살고 있는데요. 거기서 생겨날 갈등과 고민, 분노에 자신을 지키려면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대표 지식 유튜브인 '지식인사이드'의 도서. 여러분들에게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서평단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저의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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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살인
반고훈 지음 / 오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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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으면 타인의 언어로 표현한 세계에 들어가 노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를 맞닥드리곤 하죠.

 반고훈 작가의 신간도서 <무한살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반전이 너무나 좋았어요. 반전을 스포하면 안 된다는 주의이니 되도록이면 피하도록 하겠습니다만, 제가 예상한 반전을 만나도 그다음 바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만나버려 놀라움의 경악이 터져나오곤 했죠. 그리고 소재로 이렇게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전개시키다니(수모, 흰살생선 등) 더더욱 '믿고 보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제 끝났다'라는 안도감에 다시 한번 '아직 안 끝났는데?ㅋㅋㅋ'라는 매력적인 반전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반고훈 작가님의 작품 추천드립니다.


 <무한살인>이라고 하여 혹 '자극적인 것만 있는 거 아니야?'라고 하신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수모>같은 경우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요, <무한살인>과 <달 때문에...>는 교훈을 줍니다.

 네 맞습니다. 이 책 한 권에 여섯 가지 스토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흰살생선

#호루라기

#무한살인

#달때문에

#머리

#수모이야기


 <흰살생선>

 어느 날 성주가 집에 불쑥 찾아옵니다. 사건도 사고도 이렇게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이죠. 성주는 학창시절의 친구인데요. 이 집을 찾아온 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처음이고, '나'는 마치 바퀴벌레 보듯 반기지 않는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흙탕물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를 떠올리게 하는 성주의 눈동자,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축축한 양말(10쪽). 상상하니 저도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갑자기 와 놓고선 한다는 얘기가, '같이 저녁 먹으려고' 왔다네요. 뭐가 들었는지 모를 검은색 봉지를 보여주면서. 여자친구와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이던 나에겐 당혹스러울 따름. 하지만 성주의 해물탕을 먹자 기분이 바뀝니다. 너무나 맛있어서 여자친구와의 약속도 잊어버린 나.


12쪽_"오, 너 집에서 해 먹는 모양이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여태까지는 줄곧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떼웠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생기고부터 집에서 해먹는 날이 많았다. 여자친구는 내가 해준 음식을 좋아했다.


 무슨 생선인데 이리 맛있냐고 물으니, 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두 가지 터졌다는 동문서답 같은 대답을 합니다. 친구가 없었던 성주에게? 그 두 가지 일이 뭐냐 물으니, 베지테리언이 되었다는데요. 왜냐하면 어느 날부턴가 고기를 먹으면 그 생명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이유에서였죠.(예를 들어 돼지고기를 먹을 때, 돼지의 고통스러운 마지막 목소리가 들린다던가)


 성주의 친구는 누구인지, 그리고 성주의 아내 슬기의 실종과 관련된 진실은 무엇인지. 여러 사건들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긴장감에 사로잡혀, '여자친구가 약속 펑크냈다고 화내지 않던?'이라는 의문이 잊혀진 듯 쏙 들어가 버리더군요.

 성주의 친구라는 게 실은 성주 아니야? 라며 누구나(이 리뷰를 읽는 당신도) 할 법한 추측을 하던 저는 몇 번이나 뒤통수를 시원하게 맞았습니다.


 소설가를 꿈꾸던 스무일곱 살 청년은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실력을 탓하며, 미치오 슈스케를 동경하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실력과 비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청년은 2020년 1월 단편소설 하나를 완성합니다. 이누이 루카의 <여름빛>에서 영감을 얻고 미치오 슈스케의 <술래의 발소리>를 흉내 내어 쓴 이 작품은 훗날 한 공모전에 당선되는데, 그 작품이 <흰살생선>입니다.


 독자를 놀래킬 반전의 스토리. 시간이 순삭되는 소설을 원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며 <호러 픽션 나이트>의 <제 3의 종>이 떠오르더라고요. 더 자세하게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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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시선을 느꼈다.' 라는 시작 문장으로 긴장감이 오릅니다. 누가 자꾸 쳐다보는 듯한 기분에 시달린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군청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젊은 여자의 시선.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항정신병약 덕분에 호루라기 소리나 여자의 비명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지만, 여자의 두 눈은 '네가 도망가는 바람에 죽었다, 전부 네 탓이다'라고 말하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2년 전,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에게 신발과 가방을 사 주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향합니다.


"내 좀 살리도. 그 여자가 또 찾아왔다카이!"(55쪽)

 경상도 사투리, 지하철, 22년 전. 하나의 참사가 떠오릅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나는 그 화재 참사의 생존자입니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22년이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만삭의 임산부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구해주지 못 했거든요.


66쪽_"혹시 아나? 그 아가씨가 용서해줄지"

"일 없다 안 카나!"

나는 내팽개치듯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내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와 소리를 지르노! 아니믄 평생 그카고 살래? 사람 칼로 찔러 죽인 놈도 교도소에서 웃고 산다 카드라. 당신은 와 그래 사는데!"

(중략)

벽 구석에서 여자가 나를 비웃듯이 쳐다보았다.

"...내가 거 가가 용서를 빌믄, 그카믄 내 용서해 주겠소?"


 참사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잃어버린 나. 항정신병약을 먹어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그의 자책감.

이 리뷰를 쓰는 지금도 코끝이 찡해집니다. 회사에서 일하느라, 시끄럽고 심란해지는 정치 뉴스에 시달리느라 잊고 지냈던 것에 마음이 아파 옵니다.

 그리고 결말에 감동의 눈물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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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살인>

 행복할 결혼기념일. 케이크와 와인을 챙겨 귀가하는 나. 아내를 살해한 뒤 며칠이 지났지만 그날의 감각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6월 24일, 작가들 모임에 가기 위해 준비에 한창인 아내는 늦을 것 같으니 저녁을 챙겨먹으라고 말합니다. 나는 회사 출근을 하려는데 곧 장마라며 아내가 우산을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나는 맨발에 슬리퍼를 거꾸로 신고 있는 아내가 부끄럽습니다.

 외근을 가려다가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주춤하던 그때, 직속 후배 주아 씨가 우산을 줍니다. 외근을 마치고 회사 근처 카페에서 쉬던 중, 아내가 어느 외간 남자와 다정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두 사람은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모텔로 향하고 있었는데요.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나는 둘을 미행하는데...


 불길한 예감은 적중한다고들 하죠. 아내는 그 남성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85쪽_아내는 울고불고 용서를 빌다가도 나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겠냐는 것이다. 순간 눈이 해까닥 뒤집혔고, 말을 멈추게 하려고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아내의 목을 졸랐다.

 왜 안 나오나 했습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라는 변명을 제일 싫어하는 저로서, 뻔뻔한 아내의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인생 최악의 6월 24일이 막을 내렸는데. 일어나니 아내가 화장대 앞에 앉아 있습니다. 아내가 너무 그리워 꿈으로 나온 건가. 회사에 늦겠다는 아내의 재촉에 어영부영 출근 준비를 했는데, 아내가 허겁지겁 우산을 건넵니다. 이거 꿈이 맞아?

 하지만 카페에서 또 아내와 외간남자를 보게 됩니다. 아내를 죽였다는 엄청난 악몽을 꿨다고 내심 기대했을 나. 자포자기한 걸까요, 이번에도 아내를 살해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또 6월 24일의 하루가 시작합니다. 왜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된 걸까? 아내를 죽여도 슬픔과 분노는 풀리지 않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무한살인>의 매력에 푹 빠져 보세요. 하나 힌트를 드리자면. 소설에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죠. 그중 어떤 인물들은 이름이 있고, 어떤 인물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솔직히 이름 없는 인물들이 더 많겠네요. 이름이 부여된 등장인물들은, 왜 이름이 부여되는 걸까요? 작가의 의도가 있겠죠? 초반에 비중이 별로 없는데 인물의 이름이 나온다면, 나중에 또 나오겠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걸, 저도 어떤 소설 작품에서 본 것 같은데 까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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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때문에...>

 '하 씨발..어떡하지?'라는 주인공의 마지막 말에, 저도 '진짜 너 어떡하냐, 씨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었어요.

TV 프로그램 <용감한 형사들>을 보면, 돈을 노리고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인간 쓰레기들이 나옵니다. '그깟 돈 몇 십 만 원, 몇 백 만 원 훔치려고 타인의 유일하고 소중한 생명을 빼앗냐?'라는 생각을 하며 보곤 하는데요.


 주인공 선빈은 동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여성입니다. 명품에도 급이 있다니, 명품에 관심 없는 저로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인데요. 최근에 간 동창회는 진심 '있는 척의 장'이었습니다. 여성들은 은근히 명품백을 보여주듯 무릎 위에 올려놨고, 남성들은 외제차 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죠.

 선빈은 친구들(?)에게 결국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경제 상황, 직업, 연봉 등을 말이죠. 대기업 입사 후 퇴사했고, 외제차를 갖고 싶었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포기했다는 거짓말. 실제로는 대기업에 붙은 일은 없고, 3년 매달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민원과 서류 업무에 시달립니다.

 거짓말에 심취하여 '정기적인 모임을 갖자'라고 제안해 버리고, 몇몇 친구들이 찬성합니다. 다음 주까지 '명품으로 치장해야' 친구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우울해진 선빈.


 한편 돈을 은행에 안 맡기고 현금으로 보관한다는, 마을에서 유명한 노인이 한 분 계십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정신도 깜박깜박한다는데, 지원금도 받고 있는 노인의 아들은 또한 마을에서 유명한 놈팡이입니다. 노인은 아들이 자신의 돈을 훔쳐갈 것 같다고 걱정하곤 하셨죠.


 카드값 때문에 명품을 사지 못 하고 고민에 빠진 선빈은 생각하면 안 되는 걸 해결방법이랍시고 떠올립니다.

 '노인의 돈을 가져다 쓰면 되지. 훔치는 건 아니야, 잠깐 빌려 쓰는 거야. 갚으면 되잖아? 불우한 이웃(선빈)을 돕는 셈 치고. 놈팡이인 아들놈에게 넘어가느니 자신의 돈을 지켜드리는 거라 생각해주실 거야'

 참 자기중심적이죠? 끝까지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 않고, 그걸 숨기려 나쁜 길로 계속 빠지는 선빈의 모습을 덜덜 불안에 떨며 지켜봤습니다.


 마지막에 '이제 끝났네'라는 부분에서 또 반전을 겪어, 버스 안에서 순간 "에?!"라고 소리를..

제가 만약 선빈의 친구였다면, 가족이었다면, 그녀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렸을 겁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니. 동창회에 간 거? 아니면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불만을 가졌던 거? (근데 후자의 경우는 저도 많아서) 우리나라의 특징이라 불리는 '타인과 비교'를 해서? 아무리 인간은 견물생심이니 타인에게 돈 이야기는 하지 말라지만, 돈 이야기를 꺼낸 노인 탓? 그건 아니죠. 피해자 탓은 절대 해서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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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177~187쪽의 굉장히 짧은 소설인데, 결말이 궁금하여 계속 읽게 된다는 점은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흡입력이 대단하네요.


 아빠와 엄마의 이혼에 어린 '나'는 기뻐했습니다. 엄마와 살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죠. 같이 살게 된 아빠는 나에게 가정폭력을 휘둘렀는데, 어느 날 임신한 여성이 새엄마라며 들어옵니다. 이윽고 동생이 태어나고, 아버지의 폭력이 끝나지만, 나는 집에서 고립되어갑니다. 모든 게 동생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비참해지고,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집을 나간 거야.

 아프지 않게 죽여 줄게. 오늘 아빠랑 새엄마는 늦는다고 하니.


 작품명이 왜 <머리>인가 하면, 주인공이 동생의 목을 칼로..결국 얼굴(머리)이 몸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왜이리 잔인하냐 싶으시겠지만, '나' 나름 동생을 생각한 결과죠.

 경험으로 아시겠지만, 몸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고 생각해 보죠. 예를 들어 문에 살짝 긁혀 팔에 실 같은 상처가 생깁니다. 처음에는 아픔을 모르죠. 하지만 우연히 팔을 보다가 상처를 발견하면 그때부터 아리기 시작합니다. 뇌(머리)가 알아차렸기 때문에 아프다, 한 방에 끊어내면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동생이 아픔을 느끼지 않게, 머리를 한 방에'라고 생각한 거죠.


 마지막 부분을 상상하며 읽으면 소름이 쫘악 끼칩니다. 이혼 후 아빠가 '나'를 사랑으로 보듬어 줬다면, 최소한 '나'의 인생은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에 '나'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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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 이야기>

 1331년 신미년 겨울, 원나라로 건너간 충숙왕을 대신하여 아들 충혜왕이 왕위에 오른지 어언 1년. 왕은 주색에 빠져 있고, 권문세족의 횡포와 고리대의 부당한 착취로 백성들의 삶은 고통스럽고 힘들어집니다.

 아무개 라는 뜻의 '수모'라 불릴 존재는 성주산에서 태어나 농부한 이라는 인물이 처음 발견하게 됩니다. 눈밭에 어린아이가 벌거벗은 채 누워있는데 울지를 않습니다. 머리털은 하얗고 얼굴빛이 붉습니다. 온몸에 솜털이 그득하죠. 순간 짐승인가 싶었지만, 팔다리는 사람 같고, 짐승 주둥이가 없습니다. 근근이 살아가는 입장이라 먹는 입을 줄이고는 싶지만, 살아있는 것을 못 본 척하면 훗날 화를 입을까 봐 두려워 집에 데리고 옵니다.


 신기한 건 먹을 것을 준 적은 없지만 죽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인간 아이들보다 성장이 월등히 빨랐죠. 시장에 내다 팔아버리려 하지만, 사람들은 호기심만 가질 뿐 사지는 않습니다. 결국 돈을 받고 구경시키는 전략으로 바꾼 농부한. 하지만 구경꾼들은 금방 질려버리고, 수모에게 훈련을 시키려 했지만 매질에도 비명 소리 한번 내질 않습니다.


 반대로 달래보려고 닭을 사 왔는데(알을 낳으면 그걸 주려고) 애들이 장난치다가 닭을 실수로 죽입니다. 결국 닭고기는 가족들이 먹고 닭의 뼈를 줬는데, 다음 날 수모는 닭의 울음소리를 내게 됩니다.

 이 부분까지 읽고 순간 '장산범인가? 자기가 먹은 존재의 목소리를 따라할 수 있다는 설정인가?' 했는데요.


 시장에서 수모의 구경꾼들에게 돈을 벌고 돌아오는 길에 농부한은 호랑이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수모가 입에 물고 온 농부한의 시신은 팔다리가 전부 잘려나갔습니다. 아내는 놀라 욕지거리를 쏘아대며 수모를 산으로 내쫓았죠. 수모의 울음소리는 호랑이었는데, 농부한을 지키려고 호랑이를 공격하며 살점을 먹었던 걸까요. 겁이 많은 수모가 익숙하지 않을 산 생활을 어떻게 할지.

 한편 과부가 된 아내는 배고파 우는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가야 했을 겁니다. 그 시대에 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을테니 지금보다 그녀의 삶은 더더욱 힘들고 고단했겠네요.


 권문세족의 횡포, 계속되는 고리대금, 그리고 흉년에 사람들의 삶이 힘겨워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흉흉한 소문이 돕니다. 뒷산에 노인들을 골라잡아가는 요상한 생물이 있다고 말이죠. 실종된 노인 수가 열댓 명이 넘어간다는데.


222쪽_"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했었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너를 원망했다. 미안하구나. 참말로 미안해."

가슴안에 응어리져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노파를 덮쳐왔다. 지난 원망은 나이가 듦에 따라 점차 퇴색되어갔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죄 없는 아이에게 매질을 한 듯한 자괴감이 묵은 손때처럼 오랫동안 남아 있던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사람을 유혹하고 잡아먹는다는 장산범 소재로 잔잔한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힘이 부럽습니다.



 읽고 있는 책이 너무나 재미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으면서도 '내가 이 책의 매력을 잘 알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리뷰를 쓸 때에도 '나만이 쓸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잘 쓰는데'라는 비교를 수없이 하곤 했죠.

 저번 주에 반고훈 작가님께 인스타그램 DM을 받았습니다. 저번 <호러 픽션 나이트> 리뷰를 읽으시고 큰 힘을 받았다고요. 신간이 이번에 나왔으니 선물로 주시고 싶으시다는 내용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간 1권이라 생각하여 또다른 작품인 <은미>는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사무실로 도착한 택배 안에 <무한살인> <은미> 모두 있더군요. 작가님의 사인도 같이 있어서 너무나 멋진 선물을 받아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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