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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살인
반고훈 지음 / 오러 / 2025년 2월
평점 :
소설을 읽으면 타인의 언어로 표현한 세계에 들어가 노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를 맞닥드리곤 하죠.
반고훈 작가의 신간도서 <무한살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단 반전이 너무나 좋았어요. 반전을 스포하면 안 된다는 주의이니 되도록이면 피하도록 하겠습니다만, 제가 예상한 반전을 만나도 그다음 바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만나버려 놀라움의 경악이 터져나오곤 했죠. 그리고 소재로 이렇게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전개시키다니(수모, 흰살생선 등) 더더욱 '믿고 보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제 끝났다'라는 안도감에 다시 한번 '아직 안 끝났는데?ㅋㅋㅋ'라는 매력적인 반전을 맛보고 싶으시다면, 반고훈 작가님의 작품 추천드립니다.
<무한살인>이라고 하여 혹 '자극적인 것만 있는 거 아니야?'라고 하신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수모>같은 경우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요, <무한살인>과 <달 때문에...>는 교훈을 줍니다.
네 맞습니다. 이 책 한 권에 여섯 가지 스토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흰살생선
#호루라기
#무한살인
#달때문에
#머리
#수모이야기
<흰살생선>
어느 날 성주가 집에 불쑥 찾아옵니다. 사건도 사고도 이렇게 예고없이 찾아오는 법이죠. 성주는 학창시절의 친구인데요. 이 집을 찾아온 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처음이고, '나'는 마치 바퀴벌레 보듯 반기지 않는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흙탕물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를 떠올리게 하는 성주의 눈동자,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축축한 양말(10쪽). 상상하니 저도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갑자기 와 놓고선 한다는 얘기가, '같이 저녁 먹으려고' 왔다네요. 뭐가 들었는지 모를 검은색 봉지를 보여주면서. 여자친구와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이던 나에겐 당혹스러울 따름. 하지만 성주의 해물탕을 먹자 기분이 바뀝니다. 너무나 맛있어서 여자친구와의 약속도 잊어버린 나.
12쪽_"오, 너 집에서 해 먹는 모양이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여태까지는 줄곧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떼웠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생기고부터 집에서 해먹는 날이 많았다. 여자친구는 내가 해준 음식을 좋아했다.
무슨 생선인데 이리 맛있냐고 물으니, 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두 가지 터졌다는 동문서답 같은 대답을 합니다. 친구가 없었던 성주에게? 그 두 가지 일이 뭐냐 물으니, 베지테리언이 되었다는데요. 왜냐하면 어느 날부턴가 고기를 먹으면 그 생명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는 이유에서였죠.(예를 들어 돼지고기를 먹을 때, 돼지의 고통스러운 마지막 목소리가 들린다던가)
성주의 친구는 누구인지, 그리고 성주의 아내 슬기의 실종과 관련된 진실은 무엇인지. 여러 사건들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긴장감에 사로잡혀, '여자친구가 약속 펑크냈다고 화내지 않던?'이라는 의문이 잊혀진 듯 쏙 들어가 버리더군요.
성주의 친구라는 게 실은 성주 아니야? 라며 누구나(이 리뷰를 읽는 당신도) 할 법한 추측을 하던 저는 몇 번이나 뒤통수를 시원하게 맞았습니다.
소설가를 꿈꾸던 스무일곱 살 청년은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실력을 탓하며, 미치오 슈스케를 동경하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실력과 비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청년은 2020년 1월 단편소설 하나를 완성합니다. 이누이 루카의 <여름빛>에서 영감을 얻고 미치오 슈스케의 <술래의 발소리>를 흉내 내어 쓴 이 작품은 훗날 한 공모전에 당선되는데, 그 작품이 <흰살생선>입니다.
독자를 놀래킬 반전의 스토리. 시간이 순삭되는 소설을 원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며 <호러 픽션 나이트>의 <제 3의 종>이 떠오르더라고요. 더 자세하게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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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아무도 없는 집에서 시선을 느꼈다.' 라는 시작 문장으로 긴장감이 오릅니다. 누가 자꾸 쳐다보는 듯한 기분에 시달린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군청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젊은 여자의 시선.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항정신병약 덕분에 호루라기 소리나 여자의 비명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지만, 여자의 두 눈은 '네가 도망가는 바람에 죽었다, 전부 네 탓이다'라고 말하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2년 전,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에게 신발과 가방을 사 주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향합니다.
"내 좀 살리도. 그 여자가 또 찾아왔다카이!"(55쪽)
경상도 사투리, 지하철, 22년 전. 하나의 참사가 떠오릅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나는 그 화재 참사의 생존자입니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22년이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만삭의 임산부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구해주지 못 했거든요.
66쪽_"혹시 아나? 그 아가씨가 용서해줄지"
"일 없다 안 카나!"
나는 내팽개치듯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내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와 소리를 지르노! 아니믄 평생 그카고 살래? 사람 칼로 찔러 죽인 놈도 교도소에서 웃고 산다 카드라. 당신은 와 그래 사는데!"
(중략)
벽 구석에서 여자가 나를 비웃듯이 쳐다보았다.
"...내가 거 가가 용서를 빌믄, 그카믄 내 용서해 주겠소?"
참사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잃어버린 나. 항정신병약을 먹어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그의 자책감.
이 리뷰를 쓰는 지금도 코끝이 찡해집니다. 회사에서 일하느라, 시끄럽고 심란해지는 정치 뉴스에 시달리느라 잊고 지냈던 것에 마음이 아파 옵니다.
그리고 결말에 감동의 눈물이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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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살인>
행복할 결혼기념일. 케이크와 와인을 챙겨 귀가하는 나. 아내를 살해한 뒤 며칠이 지났지만 그날의 감각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6월 24일, 작가들 모임에 가기 위해 준비에 한창인 아내는 늦을 것 같으니 저녁을 챙겨먹으라고 말합니다. 나는 회사 출근을 하려는데 곧 장마라며 아내가 우산을 가져다 줍니다. 하지만 나는 맨발에 슬리퍼를 거꾸로 신고 있는 아내가 부끄럽습니다.
외근을 가려다가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주춤하던 그때, 직속 후배 주아 씨가 우산을 줍니다. 외근을 마치고 회사 근처 카페에서 쉬던 중, 아내가 어느 외간 남자와 다정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두 사람은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모텔로 향하고 있었는데요.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나는 둘을 미행하는데...
불길한 예감은 적중한다고들 하죠. 아내는 그 남성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85쪽_아내는 울고불고 용서를 빌다가도 나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랬겠냐는 것이다. 순간 눈이 해까닥 뒤집혔고, 말을 멈추게 하려고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아내의 목을 졸랐다.
왜 안 나오나 했습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라는 변명을 제일 싫어하는 저로서, 뻔뻔한 아내의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그렇게 인생 최악의 6월 24일이 막을 내렸는데. 일어나니 아내가 화장대 앞에 앉아 있습니다. 아내가 너무 그리워 꿈으로 나온 건가. 회사에 늦겠다는 아내의 재촉에 어영부영 출근 준비를 했는데, 아내가 허겁지겁 우산을 건넵니다. 이거 꿈이 맞아?
하지만 카페에서 또 아내와 외간남자를 보게 됩니다. 아내를 죽였다는 엄청난 악몽을 꿨다고 내심 기대했을 나. 자포자기한 걸까요, 이번에도 아내를 살해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또 6월 24일의 하루가 시작합니다. 왜 타임 루프에 갇히게 된 걸까? 아내를 죽여도 슬픔과 분노는 풀리지 않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무한살인>의 매력에 푹 빠져 보세요. 하나 힌트를 드리자면. 소설에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죠. 그중 어떤 인물들은 이름이 있고, 어떤 인물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솔직히 이름 없는 인물들이 더 많겠네요. 이름이 부여된 등장인물들은, 왜 이름이 부여되는 걸까요? 작가의 의도가 있겠죠? 초반에 비중이 별로 없는데 인물의 이름이 나온다면, 나중에 또 나오겠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걸, 저도 어떤 소설 작품에서 본 것 같은데 까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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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때문에...>
'하 씨발..어떡하지?'라는 주인공의 마지막 말에, 저도 '진짜 너 어떡하냐, 씨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었어요.
TV 프로그램 <용감한 형사들>을 보면, 돈을 노리고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인간 쓰레기들이 나옵니다. '그깟 돈 몇 십 만 원, 몇 백 만 원 훔치려고 타인의 유일하고 소중한 생명을 빼앗냐?'라는 생각을 하며 보곤 하는데요.
주인공 선빈은 동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여성입니다. 명품에도 급이 있다니, 명품에 관심 없는 저로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계인데요. 최근에 간 동창회는 진심 '있는 척의 장'이었습니다. 여성들은 은근히 명품백을 보여주듯 무릎 위에 올려놨고, 남성들은 외제차 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죠.
선빈은 친구들(?)에게 결국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경제 상황, 직업, 연봉 등을 말이죠. 대기업 입사 후 퇴사했고, 외제차를 갖고 싶었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포기했다는 거짓말. 실제로는 대기업에 붙은 일은 없고, 3년 매달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민원과 서류 업무에 시달립니다.
거짓말에 심취하여 '정기적인 모임을 갖자'라고 제안해 버리고, 몇몇 친구들이 찬성합니다. 다음 주까지 '명품으로 치장해야' 친구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우울해진 선빈.
한편 돈을 은행에 안 맡기고 현금으로 보관한다는, 마을에서 유명한 노인이 한 분 계십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정신도 깜박깜박한다는데, 지원금도 받고 있는 노인의 아들은 또한 마을에서 유명한 놈팡이입니다. 노인은 아들이 자신의 돈을 훔쳐갈 것 같다고 걱정하곤 하셨죠.
카드값 때문에 명품을 사지 못 하고 고민에 빠진 선빈은 생각하면 안 되는 걸 해결방법이랍시고 떠올립니다.
'노인의 돈을 가져다 쓰면 되지. 훔치는 건 아니야, 잠깐 빌려 쓰는 거야. 갚으면 되잖아? 불우한 이웃(선빈)을 돕는 셈 치고. 놈팡이인 아들놈에게 넘어가느니 자신의 돈을 지켜드리는 거라 생각해주실 거야'
참 자기중심적이죠? 끝까지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 않고, 그걸 숨기려 나쁜 길로 계속 빠지는 선빈의 모습을 덜덜 불안에 떨며 지켜봤습니다.
마지막에 '이제 끝났네'라는 부분에서 또 반전을 겪어, 버스 안에서 순간 "에?!"라고 소리를..
제가 만약 선빈의 친구였다면, 가족이었다면, 그녀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렸을 겁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니. 동창회에 간 거? 아니면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불만을 가졌던 거? (근데 후자의 경우는 저도 많아서) 우리나라의 특징이라 불리는 '타인과 비교'를 해서? 아무리 인간은 견물생심이니 타인에게 돈 이야기는 하지 말라지만, 돈 이야기를 꺼낸 노인 탓? 그건 아니죠. 피해자 탓은 절대 해서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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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177~187쪽의 굉장히 짧은 소설인데, 결말이 궁금하여 계속 읽게 된다는 점은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흡입력이 대단하네요.
아빠와 엄마의 이혼에 어린 '나'는 기뻐했습니다. 엄마와 살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죠. 같이 살게 된 아빠는 나에게 가정폭력을 휘둘렀는데, 어느 날 임신한 여성이 새엄마라며 들어옵니다. 이윽고 동생이 태어나고, 아버지의 폭력이 끝나지만, 나는 집에서 고립되어갑니다. 모든 게 동생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비참해지고,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집을 나간 거야.
아프지 않게 죽여 줄게. 오늘 아빠랑 새엄마는 늦는다고 하니.
작품명이 왜 <머리>인가 하면, 주인공이 동생의 목을 칼로..결국 얼굴(머리)이 몸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왜이리 잔인하냐 싶으시겠지만, '나' 나름 동생을 생각한 결과죠.
경험으로 아시겠지만, 몸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고 생각해 보죠. 예를 들어 문에 살짝 긁혀 팔에 실 같은 상처가 생깁니다. 처음에는 아픔을 모르죠. 하지만 우연히 팔을 보다가 상처를 발견하면 그때부터 아리기 시작합니다. 뇌(머리)가 알아차렸기 때문에 아프다, 한 방에 끊어내면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동생이 아픔을 느끼지 않게, 머리를 한 방에'라고 생각한 거죠.
마지막 부분을 상상하며 읽으면 소름이 쫘악 끼칩니다. 이혼 후 아빠가 '나'를 사랑으로 보듬어 줬다면, 최소한 '나'의 인생은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에 '나'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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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 이야기>
1331년 신미년 겨울, 원나라로 건너간 충숙왕을 대신하여 아들 충혜왕이 왕위에 오른지 어언 1년. 왕은 주색에 빠져 있고, 권문세족의 횡포와 고리대의 부당한 착취로 백성들의 삶은 고통스럽고 힘들어집니다.
아무개 라는 뜻의 '수모'라 불릴 존재는 성주산에서 태어나 농부한 이라는 인물이 처음 발견하게 됩니다. 눈밭에 어린아이가 벌거벗은 채 누워있는데 울지를 않습니다. 머리털은 하얗고 얼굴빛이 붉습니다. 온몸에 솜털이 그득하죠. 순간 짐승인가 싶었지만, 팔다리는 사람 같고, 짐승 주둥이가 없습니다. 근근이 살아가는 입장이라 먹는 입을 줄이고는 싶지만, 살아있는 것을 못 본 척하면 훗날 화를 입을까 봐 두려워 집에 데리고 옵니다.
신기한 건 먹을 것을 준 적은 없지만 죽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인간 아이들보다 성장이 월등히 빨랐죠. 시장에 내다 팔아버리려 하지만, 사람들은 호기심만 가질 뿐 사지는 않습니다. 결국 돈을 받고 구경시키는 전략으로 바꾼 농부한. 하지만 구경꾼들은 금방 질려버리고, 수모에게 훈련을 시키려 했지만 매질에도 비명 소리 한번 내질 않습니다.
반대로 달래보려고 닭을 사 왔는데(알을 낳으면 그걸 주려고) 애들이 장난치다가 닭을 실수로 죽입니다. 결국 닭고기는 가족들이 먹고 닭의 뼈를 줬는데, 다음 날 수모는 닭의 울음소리를 내게 됩니다.
이 부분까지 읽고 순간 '장산범인가? 자기가 먹은 존재의 목소리를 따라할 수 있다는 설정인가?' 했는데요.
시장에서 수모의 구경꾼들에게 돈을 벌고 돌아오는 길에 농부한은 호랑이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수모가 입에 물고 온 농부한의 시신은 팔다리가 전부 잘려나갔습니다. 아내는 놀라 욕지거리를 쏘아대며 수모를 산으로 내쫓았죠. 수모의 울음소리는 호랑이었는데, 농부한을 지키려고 호랑이를 공격하며 살점을 먹었던 걸까요. 겁이 많은 수모가 익숙하지 않을 산 생활을 어떻게 할지.
한편 과부가 된 아내는 배고파 우는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가야 했을 겁니다. 그 시대에 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을테니 지금보다 그녀의 삶은 더더욱 힘들고 고단했겠네요.
권문세족의 횡포, 계속되는 고리대금, 그리고 흉년에 사람들의 삶이 힘겨워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흉흉한 소문이 돕니다. 뒷산에 노인들을 골라잡아가는 요상한 생물이 있다고 말이죠. 실종된 노인 수가 열댓 명이 넘어간다는데.
222쪽_"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했었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너를 원망했다. 미안하구나. 참말로 미안해."
가슴안에 응어리져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노파를 덮쳐왔다. 지난 원망은 나이가 듦에 따라 점차 퇴색되어갔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죄 없는 아이에게 매질을 한 듯한 자괴감이 묵은 손때처럼 오랫동안 남아 있던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사람을 유혹하고 잡아먹는다는 장산범 소재로 잔잔한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힘이 부럽습니다.

읽고 있는 책이 너무나 재미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으면서도 '내가 이 책의 매력을 잘 알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리뷰를 쓸 때에도 '나만이 쓸 수 있는 리뷰를 쓰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잘 쓰는데'라는 비교를 수없이 하곤 했죠.
저번 주에 반고훈 작가님께 인스타그램 DM을 받았습니다. 저번 <호러 픽션 나이트> 리뷰를 읽으시고 큰 힘을 받았다고요. 신간이 이번에 나왔으니 선물로 주시고 싶으시다는 내용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간 1권이라 생각하여 또다른 작품인 <은미>는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사무실로 도착한 택배 안에 <무한살인> <은미> 모두 있더군요. 작가님의 사인도 같이 있어서 너무나 멋진 선물을 받아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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