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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SE : 무삭제판 - True Classic Series
마틴 스콜세지 감독, 데이비드 프로벌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예전에 고골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예술가란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생생한 형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했던 말을. 판결을 내린다는 의미는 어찌보면 가르치는 것, 교훈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나는 영화를 보며 얼마나 교훈을 찾으려 노력하는가) 생생한 삶을 형상화하기만 해도 우리는 그것을 보고 세상 속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인간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이 영화는 그 지점에서 미국인들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크게는 자신의 삶을 상기하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삶을 보여주는 작업은 지루함을 담보로 한다. 영화가 찰리의 시점으로 그려지다보니 우리가 기대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만날 수가 없다. 차라리 에피소드들의 집합, 또는 하루하루의 일기같기도 하다. 그 안에서 그려지는 것 역시 일관성은 있지만 개연성이 높지는 않다.(설명 안 되는 단편들의 나열) 삶이 복잡하게 그려지는 것은 그의 내면이 모순투성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가르침을 따르려 하지만 이미 큰 틀에서는 어긋나있다. 첫 장면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독백은 종교와 삶 사이의 갈등이 그의 인생을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이런 이상과 현실 사이의 외줄타기처럼 위태하다.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정한 삶. 그는 출세하고 싶지만 자신들의 사촌을 저버릴 수가 없고, 흑인 여성을 아름답게 느끼지만 사회적 시선 때문에 억누른다. 삶의 불안은 그에게 널려있다. 그것들이 계속 부딪치며 언제 터질지 모를 뿐이다.
영화는 영화다. 극적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이 이 영화에도 존재한다. 그의 고리대금업자 친구인 마이클이 결국 말썽쟁이인 자니보이와 그를 돌보줬던 주인공을 쏴버린다. 펑하고 터져버린 순간, 나는 (오락적인 관점에서) 재미없었던 영화라는 생각과 함께 내 삶에서 비슷한 지점을 보게 된다. 내 인생 역시 공존할 수 없는 태도나 가치관, 애정 등의 내면요소들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길 같다는 것. 찰리처럼 순간 순간을 즐기며 술을 마시고 영화관을 찾고 고쳐지지 않는 생을 안고 그저 흘러간다. 비열함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 존재한다. 나를 외면하는 순간 생기는 삶의 거짓말. 난 이 영화를 보며 그 속삭임을 듣는다. 단, 이렇게 살지마가 아닌 이런 삶일지도 몰라를 되뇌이는 것처럼. 이 영화의 유행가요들이 유독 기억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