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GoodFellas (좋은 친구들) (20th Anniversary Edition) (한글무자막)(Blu-ray) (2010)
Warner Home Video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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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갱스터가 된 남자의 삶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실화를 다룬 이 갱스터무비가 예전에는 그다지 재미없게 느껴졌다. 별다른 매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싶었다. 하지만 마감독님은 이런 남성들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다. 감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매력을 형상화하는 능력자니까.

 

갱스터의 삶은 확실히 긴장감을 동반한다. 우리의 삶은 너무 편안하지 않은가. 실제의 삶에서 따온 거친 남성들의 현실을 통해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낀다. 주변을 뭉개버리는 거침없음에 관객 자신의 인생에서 가질 수 없는 쾌감을 영화를 보면서 가진다. 하지만 그 잔인함이 겹치고 겹쳐서 극에 치달을 때는 우리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래, 저건 너무 심하지라며 어찌보면 자신의 삶이 아니었음을 안도하며 손가락질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얻는다. 실화라는 사실은 확실히 그래서 더욱 힘이 생긴다.

 

<비열한 거리>와 어느 정도 닮아 있으면서도 더 발전된 영화라고 생각된다. 아니면 감독이 나이가 들었음을 증명하는 영화다. 비열한 거리는 젊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방황과 현실과 신념과 그 모든 것들의 갈등과 타락과 분출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에 비해 좋은 친구들은 전체의 삶을 아우른다. 그래서 더 완숙하다. (당연히 두 영화 다 시대상과 주제의식이 연결된다. 부패한 미국의 사회상이 영화의 배경이자 표현하고자 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이런 류의 영화는 영화 안에 역동적인 인간군상을 다루며 먼저 제시한 영화적인 만족감과 자신의 삶을 비교해 보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감독은 그저 이 이야기가 재미있고 이런 이야기를 새롭게 포장하는 기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대부분은 갱스터무비 아니면 범죄극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그 안에 다루고 싶은 주제따위는 미처 정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관객에게 던져 놓을 수도 있다. 난 단지 이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예술은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자신도 알지 못하는 형상을 던져 놓으면서 그 안에 디테일들은 나중에 깨달아간다는 것. 혹은 비평가가 혹은 관객이 더 충실히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는 감독 자신이 담고자 하는 것보다 훨씰 더 확장된 형태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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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주먹 (성난황소) - 아웃케이스 없음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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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나에게 어렵다라는 좌절을 안겨줬던 첫 영화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라마타라는 인간에 대해, 영화에 대해 이해했다고 생각한 순간 나에게 한 편의 텍스트가 던져졌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눈 뜨게 된 소경과 바리새인과의 대화. 이게 이 영화의 내용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난 주인공처럼 분노했다.(우리나라 출시명은 그땐 '분노의 주먹'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도 잘 연결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은 언제나 타인의 삶을 보고 평가하고 어떨 때는 깎아 내릴 때도 진실을 왜곡하려 할때도 있다. 그 소경의 말처럼 예수님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그가 아는 것은 그저 소경이었던 자신의 눈을 예수님이 만져 떠진 것이다. 그게 소경의 고백이다. 이 영화 안에도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미국의 단면(라마타의 첫 경기장면에서 마치 미국 사회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듯한 난잡함과 광기어린 폭력과 혼란속의 경기장이 보인다. 짓밟히는 여자의 모습은 잔인하기까지 처절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한 경기에서 결국 질수밖에 없는 라마타의 사투 역시 부패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상처투성이 피투성이가 영상으로 강조되는 것은 그런 치열함을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이루려 했던 한 남자의 인생의 절정과 쇠락을 영화는 객관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라마타의 짐승같은 면이 강조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는 있는 힘껏 살아가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옹호할 수는 없지만 우리네 인생의 단면처럼 그 순간의 라마타의 삶을 진솔되게 고백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말이다. 주인공 역시 자신을 옹호하지 않는다. 후회도 하고 용서도 빌지만 그것들과 뒤엉켜 삶은 그저 흘러간다.(그의 삶은 과거에 고착되어 있지 않다.) 마지막 장면에서 챔피언이 었던 때를 회상하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내면의 고백이 아닌 지금도 역시 그렇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표현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도 그런 의미로 '부기 나이트'라는 영화의 서두와 마지막을 차용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처음이나 마지막이나 여전히 황소다. 겹겹이 쳐져있는 울타리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한 마리의 황소. 광대처럼 변해버린 삶이 처량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는 여전히 주먹을 내지르는 복서다. 마감독님은 그 진실을 포착하려 하지 않았나 싶다. 그게 텍스트와 영화가 연결되는 고리이지 않을까 유추해 본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를 계속 보면서 어느 정도 지루함을 느꼈다. 잠깐 다른 영화를 볼까 싶었지만 성난 황소를 보며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그가 가족의 단란함(또는 행복해 보이는 한때)을 다루려고 할때마다 이용되는 홈비디오(비열한 거리에도 나온다.)형식의 영상(이 때가 과연 즐거운 한때 였는지 의문이 든다. 단지 그렇게 기억하고 싶을 뿐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다른 부분들과 같은 톤으로 그려졌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명확하게 기억을 저장한 수단으로만 표현 된다), 그리고 한 인물을 지독하게 쫓아가는 연출법(가끔은 극적인 구성을 해도 좋으련만)은 철저하게 인생을 해부하려는 그의 의도적인 노력에서 나온 수단이지 않을까 싶었다. 감각적인 시도들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로워 보이는 이유는 단지 그가 표현하려는 지점을 드러내주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성난 황소'를 보며 그가 진정한 거장임을 깨닫는다.(얼마전 셔터 아일랜드를 보면서 어쩌면 그는 테크니션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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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 SE : 무삭제판 - True Classic Series
마틴 스콜세지 감독, 데이비드 프로벌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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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고골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예술가란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생생한 형상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했던 말을. 판결을 내린다는 의미는 어찌보면 가르치는 것, 교훈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나는 영화를 보며 얼마나 교훈을 찾으려 노력하는가) 생생한 삶을 형상화하기만 해도 우리는 그것을 보고 세상 속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인간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이 영화는 그 지점에서 미국인들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크게는 자신의 삶을 상기하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삶을 보여주는 작업은 지루함을 담보로 한다. 영화가 찰리의 시점으로 그려지다보니 우리가 기대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만날 수가 없다. 차라리 에피소드들의 집합, 또는 하루하루의 일기같기도 하다. 그 안에서 그려지는 것 역시 일관성은 있지만 개연성이 높지는 않다.(설명 안 되는 단편들의 나열) 삶이 복잡하게 그려지는 것은 그의 내면이 모순투성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가르침을 따르려 하지만 이미 큰 틀에서는 어긋나있다. 첫 장면에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독백은 종교와 삶 사이의 갈등이 그의 인생을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이런 이상과 현실 사이의 외줄타기처럼 위태하다.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정한 삶. 그는 출세하고 싶지만 자신들의 사촌을 저버릴 수가 없고, 흑인 여성을 아름답게 느끼지만 사회적 시선 때문에 억누른다. 삶의 불안은 그에게 널려있다. 그것들이 계속 부딪치며 언제 터질지 모를 뿐이다.

 

영화는 영화다. 극적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이 이 영화에도 존재한다. 그의 고리대금업자 친구인 마이클이 결국 말썽쟁이인 자니보이와 그를 돌보줬던 주인공을 쏴버린다. 펑하고 터져버린 순간, 나는 (오락적인 관점에서) 재미없었던 영화라는 생각과 함께 내 삶에서 비슷한 지점을 보게 된다. 내 인생 역시 공존할 수 없는 태도나 가치관, 애정 등의 내면요소들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길 같다는 것. 찰리처럼 순간 순간을 즐기며 술을 마시고 영화관을 찾고 고쳐지지 않는 생을 안고 그저 흘러간다. 비열함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 존재한다. 나를 외면하는 순간 생기는 삶의 거짓말. 난 이 영화를 보며 그 속삭임을 듣는다. 단, 이렇게 살지마가 아닌 이런 삶일지도 몰라를 되뇌이는 것처럼. 이 영화의 유행가요들이 유독 기억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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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콜래트럴
마이클 만 감독, 마크 러팔로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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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 같은 대작과 비교해 본다면 소소한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플롯이 그렇게 엉키지 않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있는 씬들과 컷들의 연결이 다른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다.
액션안에서가 아니라 차라리 사소한 대화에서나 눈빛으로 두 남자의 대립과 교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이클만의 신기는 어떤 영화들도 따라 오지 못할 만큼 섬세하다.
<달콤한 인생>도 그런 마이클만의 영화를 한국식 감정으로 풀어놓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보통 감독은 두 남자 사이의 대결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은 그 둘의 공통점과 공감 역시 섬세하게 다룬다.
마치 히트에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닮은 성향과 서로에게 끌리는 것처럼 말이다.
둘은 똑같이 외로운 늑대다.
한쪽은 거친 세계에 살뿐이고 한쪽은 그런 삶을 외면하며 도피하듯 살아간다.
두 남자의 부딪침은 그 지점에 있다.
같지만 다른 성향, 다르지만 같은 내면.
그래서 그 둘의 액션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단지 방어하는 맥스가 아니라 전 삶을 걸고 대항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내면 안의 싸움. 그 둘은 표피적으로 드러난 싸움 뿐만 아니라
내면 안에서의 싸움과 변화가 치열하게 느껴진다.
이런 섬세한 감정이 섞여 있는 액션 이런 걸 만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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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케빈에 대하여
린 램지 감독, 틸다 스윈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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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묘하다.
엄마가 사랑이 없는 듯 하다가도 있는 듯 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거대한 인간내적인 악에 전혀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의 모습을 한쪽에 치우치게 그릴 수 있을까?
아들을 미워할 때도 아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할때도 진심으로 아들을 사랑스럽게 느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르지만 아들을 꾸준히 방문한다.
그리고 어떤 현상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그것을 감당하려고 한다.
영화는 어떤 현상에 대한 해결책이 될 필요는 없다.
그것을 분석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을 공유하고 느끼면 된다.
그래서 영화는 삶과 닮아있고 특정 대상의 내면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가지만 어떤 설명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드라마일 필요는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무슨 사건을 벌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대부분의 삶을 인내하고 살아간다.
그 어떤 일들도 일어날 수 있으며 그것을 단지 인내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인간은 아픔에도 길들여지고 사랑할 수 없는 상대조차 애정을 가지며 오늘을 산다.
케빈의 엄마가 그렇듯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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