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소설이 이렇게 그로테스크하다니... 괴소소설의 첫 단편을 읽었을 때 공감이 가면서도 불유쾌했다. 나도 삶에 지칠 때 버스에 오르거나 전철을 타면 낯선사람들과의 만남이 거의 이런 느낌이다. 그러다 살짝이라도 부딪치면 불쾌감이 폭발한다. 어찌보면 이 괴소소설에 담겨있는 단편들이 모두 이런 현대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현대에서 느끼는 단상에 대한 우화.


특히 기발하고 재치있게 느껴졌던 것은 <초 너구리 이론>이었다. UFO에 대한 것을 초 너구리 이론 안에 껴맞추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각의 모순, 그리고 그것을 진지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가, 그리고 쿨하게 그것은 날다람쥐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엔딩을 통해 과학적 사고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있다. 특히, 나는 과학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창구, 이성이 현대 물질 문명을 완성한 빼어난 도구라는 사실을 부정하는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느낌이었다. 현대는 지금 자신의 틀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맹신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현대인의 잔인한 면모를 블랙유머를 섞어가며 표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들을 읽으며 그의 추리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재기발랄한 느낌을 받았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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