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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100세 할머니 약국이라고 해서 표지도 푸근한 할머니 느낌이라서 뭔가 재미있고 따뜻한 일들이 일어난 소설책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했지만 한때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 현역 약사'로 등재되기도 했던 할머니의 진짜 이야기이다.
약사님답게 차례에 보면 호기심, 꾸준함, 다정함, 시간이라는 약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고 6~9개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작가님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담백하게 이야기해 주셨고 현대의 일본 사회의 단면들도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1923년에 태어나셔서 백세가 넘도록 약국문을 여셨으니 얼마나 많은 오고 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상황을 만나면서 연륜이 쌓이고, 자신의 가족들을 통해서 또 다른 것들을 알게 되고 많이 내려놓기도 하고 새롭게 배우려는 모습들은 한편으로는 약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서 100세까지 하실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과 그럼에도 그 나이에 계속해서 약에 대한 공부와 컴퓨터를 사용하시고 책까지 집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멋지다는 생각이 공존하게 되었다.
다른 에피소드보다 기억에 남는 건 '걱정할 틈을 만들지 않기'라는 부분이었는데 '걱정을 한다는 건 걱정할 시간이 있다는 뜻입니다'라는 부분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걱정이 많아졌는데 그건 모두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었고 정작 할 일이 많아지면 걱정할 시간이 없어져 '그 걱정'도 사라진다는 느낌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삶의 지혜와 태도를 조금은 배울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미혼일 때보다는 아이를 키우면서 소아과를 자주 가게 되어 약국도 자주 방문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은 약국 골목이 형성된 곳이어서 단골 약국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디든 꾸준하게 다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초기에는 집 근처 가정의학과를 가고 증상이 심해지면 소아과를 찾게 되는데 기존의 기록이 남아있다 보니 아이에게 잘 맞는 약을 처방해 주시면서 호전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아이에 대해서 질문할게 있으면 조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잔잔한 이야기와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책이라서 언제든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