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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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다, 읽어야 하는 시기가 따로 있는 것 같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여러 번 시도했지만, 완독은 대학생이 되어서 했다. 데미안의 맛을 좀 더 맛 본 것은, 첫 완독 후에 가능했고.

자히르도 읽으면 그런 생각을 했다. 데미안과 달리 전에 읽으려다 실패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내 가슴에 와 닿지 않아서다. 사랑을 좀더 경험해보고, 이 책의 특정 문구들을 두고두고
생각해 본 후에야, 이 책을 진짜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여러 번 시도 끝에 나중에도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도, 나는 내가 원하는 어떤 걸 나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작가도 아니다. 그의 책에서 괜찮은 문구가 나오면 따로 메모해 두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 문구만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그 문구가 적혀 있는 책은 처음 읽을 때와 달리 좋아 보였다. 그래서 책은, 나중에는 괜찮게 읽은 책으로 변(?)하기도 한다. (작가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었지만)

그랬던 책이 코엘료의 11분이다.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딱 2부분이었다. 그녀의 펜과 화가의 통찰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부분은 처음 읽을 때부터 내 마음은 동요 됐다. 문체는 간결했다. 내용과 문체가 서로 잘 어울려서, 영상만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이런 부분이 단 한 줄이라도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 자히르엔 없었다. 몇 몇 좋은 문구가 있어서메모는 해두긴 했지만, 11분을 읽었을 때, 감동 받았던 그 두 부분만큼 만한 곳이 없었다. 주인공의 생각을 쫓아가기에 바빴던 탓일까.

사실, 이 책은 주인공이 영적인 변화(사랑을 진정으로 깨닫는 것)를 초점에 맞춰 쓰여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책이다. 영적인 것에 대한 건, 책에서 글로 쉽게 표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몇 번의 계기로, 주인공은 몇 차례 마음의 변화를 겪는데,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아무래도 내가 산티아고를 순례한 적도 없고, 결혼도 해 본적이 없어서 일 것이다. 더더군다나, 유명한 소설가도 아니다. 외적, 내적으로 공통되는 요소가 거의 없다. 다만, 두려움이 많다는 것과 사람이라는 것에 공통되긴 한다.

주인공이 만약 똑똑한 소설가가 아니었다면, 만약 그가 영적인 것에 무지한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에게 몰입할 수 있었을까?  

내가 언제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런 쪽으로 경험하고 지식이 쌓인다면, 아니 얼추 비슷한 나이가 되면 이 책을 읽고 감동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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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의 알약
슈테피 폰 볼프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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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미디.

 

내가 이 책에서 받은 느낌은 한 마디로 이야기하라면 저 말밖에 할 수 없다.

16세기, 18세 소녀(소설에서는 소녀로 안 나온다. 노처녀다)가 우연찮게 발명하게 된

피임약 때문에 마녀로 몰리고,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는 이야기다.

혼자 도망가는 건 아니고, 같이 피임약을 발명하게 된 맏언니 뻘 체칠리에,

어떻게 하다가 피임약을 먼저 사용하게 되어서 쫓기는 몸이 된 콘스탄체,

사형 집행을 맡고 있는 베르트람은 라우렌티우스, 브라반투스의 도움을 받아

이 세 명을 구하고 나중에는 함께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또 마르틴 루터가 가톨릭 교회를 불태워야 한다며 합류하게 되고,

또 그다음에는 로빈훗이 등장하고, 또 그다음에는, 또 그다음에는.

아무튼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특히 역사적인 인물이.

“역사가 이렇게 우스워도 되는 것일까?”

라고, 이 책의 뒷표지에는 적혀있다. 16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맨 끝에보면, 한 장 반에 걸쳐 무엇이 진짜 사실인지 말한다.

그리고 그 다음 이 한 마디가 나오는데, 압권이다.

“이 소설에서 사실로 묘사된 모든 내용은 허구이다.”

그래, 411쪽에 달하는 이야기에서 사실에 관한 이야기는 한 장 반밖에 안된다.

그러니까, 뒷표지의 저 말은 책의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봤을 때 적절하지 못한 말이다.

그러나, 16세기가 페스트가 창궐했고, 마녀사냥의 시기였다는 것은 정말 정말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배경이, 이 소설을 블랙코미디로 만들었다.

그 시대 자체가 블랙 코미디 시대였으니까.

자기 부인에게 질린 남편은, 자기 부인을 고소하여 다른 여자와 새로 결혼하기도 하고,

질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밀고하기도 했다.

종교는 권력을 유지, 강화시키기 위해서 무수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처형했다.

평민들은 교회나 이웃들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썼고.

하루가 멀다하고 마을 광장에서는 공개처형이 있었다.

대부분 그들의 죄명은 악마와 내통했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악마와 내통했다는 걸 본 사람도 없고,

악마와 대화하는 걸 들은 사람도 없었는데도, 악마와 내통했다는 죄명이 붙었다.

그냥, 고문해서 마녀(?)들이 자백해서 악마와 내통했다고 하는 것이다.

자백을 안 하면, 악마와 약속을 해서 말을 안한다고 죽음으로 내몰았다.

50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하나같이 블랙 코미디일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는 웃기게 쓸려고 한 노력이 보이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작가는 성문제도 많이 다뤘다. 이것도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졌다.

백작부인이 이 문제에 집착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그걸 위해 이들 무리에 들어오게 된다.

사실 정숙한 백작, 공작 부인들이 많은 추문을 일으키고 다녔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이다. 

(카사노바의 회고록을 보면 잘 알수 있다던데, 아직 안 읽어봤다 )
엽기적인 방법들을, 글을 읽고 쓸줄 알는 작위있는 사람들이 글로 남겼기도 했고.

 

이 소설 말고, 최근에 봤던 <궁녀>에서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공포, 스릴러 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블랙 코미디의 느낌이었다.

아마도 과거라는 것이, 내게 블랙 코미디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보면, 어이없는 것들이 그때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하고도 중요한 것이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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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발상으로 부자된 사람들 - 손에 쥔 돈 딸랑 30만원
김수영 지음 / 교학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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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본으로 창업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책입니다. 발행연도가 2004년이지만, 지금 읽어도 공감할 수 있겠더군요. 장사의 패턴은 바껴도, 근본적은 것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그렇겠죠. ^^ 

소자본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테마를 정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읽기 쉽습니다. 그리고, 사례 위주로 책을 엮다보니 어렵지 않습니다. 술렁술렁 넘기면서 공감할 수 있습니다. 소자본으로 성공한 사례를 다루다보니, 노점상이나 10평 남짓한 장소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특히 노점상은 계절을 많이 타죠. 그리고 날씨에도 많이 타고요. 그래서 계절별로 어떤 것이 잘 팔리는지 소개되어있고, 노점상할 때 얼마만큼 자리 싸움이 치열한지, 나와있습니다. 노점상이라고 하더라도 액세서리나 음식을 팔 때, 가격은 싸면서도 품질이나 서비스는 고급스럽게 해라고 나와있네요. 싸도, 깨끗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이 끌리잖아요. 그러니까, 처음 시작할 때 푼돈 만진다고 생각하지말고, 멀리 그리고 크게 보는 마음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이책의 좋은 점은, 실용적인 정보가 듬뿍 담겨 있다는 겁니다. 상품등록이나, 특허받는 법과 순서, 어느 곳이 장사가 잘 되는지,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 잘 나와 있네요. 성공하는 노하우도 적혀있지만, 제대로 적혀있지 않아요.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수많은 돈을 날리고, 몸싸움을 하면서 쌓은 건데, 쉽게 공개하기 쉽지 않겠지요. 그래도 웬만한 노하우는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노하우가 적혀있고요. 바로,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노하우를 책에 열거한다고 해도, 경험으로 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겠죠. 
 

책이 재밌어요. 사례를 위주로 적혀 있어서, 꼭 창업하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냥 독서용 책으로도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노점상 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사시는 지도 알수 있고요. 또, 그 노점상의 미래를 점쳐(?) 볼 수 있는 눈도 키워주기도 할 겁니다. 힘들게 일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고, 정말 살면서 무엇이 중요한지도 알수 있을 거에요.


세상의 많은 것을, 이런 분들, 이런 일들로도 많이많이 배울 수 있으니까요.

한 번도 만나 뵌 적은 없지만,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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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베틀북 그림책 13
프리드리히 헤헬만 그림, 미하엘 엔데 글, 문성원 옮김 / 베틀북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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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책은 재미있고,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책입니다. 게다가 쉽다면 금상첨화이지요. 이런 나의 취향에 꼭 맞는 책을 쓰는 작가는 미하엘 엔데 입니다. 주제 넘은 생각이지만, 저는 그의 글을 읽고 깨닫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이니, 제가 얼마큼 좋아하는지 대충짐작하실 겁니다.

거의 어느 책이고 저를 실망시킨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아주 얇디얇은 그림책에서 조차 그러 했으니까요. 미하엘 엔데는 아이들을 위한 책도 썼습니다. 동화책이지요. 그러나 읽어보면 정말 아이들을 위한 책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기도 하니까요. 그러면 또, 아이는 읽기 힘드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미하엘 엔데는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썼습니다. 아이들일 읽으면, 재미있고, 어른들이 읽으면 감동받는 그런 책 말입니다.  

저는 소수의, 소수인에 의한, 소수인를 위한 어려운 책보다, 쉬우면서도 깊은 무엇이 있는 것 같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책이 더 좋고, 그런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도 쉽게 풀어서 쓸수 있는 능력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런 놀라운 능력을 미하엘 엔데는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요. 또 그의 책을 읽었습니다. 자꾸 읽어도 질리지 않거든요. 오늘은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을 읽었습니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작고 오래된 도시에 사는 어느 부부가 딸아이를 한 명 낳았습니다. 부부는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연극배우가 될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아주아주 유명한 '오필리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오필리아는 커서 연극배우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연극배우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요. 그렇게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오필리아는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너무나 많이 바꼈습니다. 도시에 집집마다 텔레비전을 들여 놓았고, 도시엔 영화관이 생겨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자그마한 극장에 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극장은 문을 닫게 되었지요.  

극장이 문을 닫는 그날, 오필리아는 감상에 젖어, 극장에 혼자 있는데, 외로운 그림자가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게 되죠. 할머니는 야박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 그림자를 혼자 내버려 둘수 없었답니다. 그렇게 해서 외로운 그림자를 거둔다는 할머니의 소문이 그림자들 사이에 돌았습니다. 나중에는 차고 넘치도록 많은 그림자들이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웃사람들은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야박한 집주인은 할머니를 쫓아 냈습니다. 은혜를 아는 그림자들은, 할머니께 배운 연극을 재주삼아, 온 시골을 유랑합니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이라는 이름을 달고요. 또다시 할머니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죠.

그러던 어느 아주 추운 겨울날, 눈에 갖혀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었을 때, 할머니가 만날 마지막 그림자를 만나게 되죠. 그 그림자는 그 어떤 그림자보다도 어둡고 컸습니다. 그 그림자의 이름은, <죽음>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다른 그림자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그림자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드립니다.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행복한 죽음을 맞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행복하게 저 세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데리고 다니던 그림자들도, 또다시 외롭게 이승에 머무르지 않겠금 같이 올라 갔지요. 할머니가 간 곳은, 천국이었습니다. 천국도 극장이 있었죠. 그곳에서 할머니와 그림자들은 계속해서 그들이 좋아하는 연극을 계속했답니다. 가끔 하느님도 그 극장에 들리셨다고 해요. 그 극장의 이름은, 바로 <오필리아의 빛의 극장>이었답니다. 

 


그대로 받아드림

 
그림자의 이름들은 하나같이, 소외되고 어둡고 불편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림자들을 할머니는 전혀 개의치 않고 받아들이죠. 할머니의 포용력, 참 대단하죠. 아무나 할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림자들이 만날 다투고 그 숫자가 너무 많이 불어나 이웃사람들의 수근거림을 들었어야 했음에도 할머니는 그림자들에게 다그치거나 뭐라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그들이 화목하게 잘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지요. 그리고, 시골에서 문화적 헤택을 못받는 사람들을 찾아가  연극으로써 그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안겨줍니다. 할머니와 그림자들도 행복했고요.  

이승에서 그림자 극장이, 천국에 가서 빛의 극장이 된 것은 다만 이승과 천국의 차이를 이야기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자도, 빛도 서로 있어야 생기는 거 잖아요. 모든 불편하고 어두운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릴 때, 비로소 행복의 빛이 자신에게 주어질 수 있겠죠.  

세상에는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혼자 있을 때 드는 외로움까지. 하지만 이런 세상 속에서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죠. 행복한 사람은, 사는데 불편한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불편한 것까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죠. 오필리아 할머니는 그런 분이셨어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죠. 그러니 죽어서 천국에 갔을 때까지, 이승해서 행복을 느꼈던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 거에요. 간혹 하느님까지 찾아오시는 특권까지 누리고 말이죠. (단, 하느님이 진짜 찾아가셨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 ^^)
 

예전에 생텍쥐페리의 서간문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꾸미는 능력부터 키울 것이 아니라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요. 읽으면서 백번 천 번 공감했는데, 이렇게 보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 중 한 명이 미하엘 엔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포용력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이런 멋진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람들마다 이 책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겠지만요 - 아무 해석을 하지 않더라도!!)

저도 그만 좀 화를 내고 세상을 포용해야겠습니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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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이미지프레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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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우리집에 낡은 카메라가 한대 있었습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제가 사진 찍은 일이 없습니다. 그냥 모델처럼 포즈만 취하면 되었어요.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자동으로 필름이 감기는 자동카메라를 거금을 주시고 사오셨습니다. 물론, 상대적인 가격이지요. 비싼 카메라는 월급쟁이 몇 달치 월급만한데 그런 카메라엔 어림없죠.  

자동 카메라가 우리집에 생긴 이후부터, 예전에 있었던 카메라는 너무 촌스러워 보였습니다. 디자인도 그랬지만 또 안 좋게 보인 만든 이유가, 렌즈 부위엔 금이 가 있고, 구석에 도색되어 있는 부분엔, 칠이 벗겨져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소풍이라든지, 수학여행 갈때는 항상 제 손엔 자동카메라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은 흘러흘러 대학생이 되었고, 그때 미니홈피 열풍이 불면서 같이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카메라는 제 돈으로 사야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한 번 사는게 만만치 않더군요. 제겐 이십만원도 큰돈이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십만원 정도는 몇 달 좀더 걷고, 좀더 적게 먹으면 충분히 모을 수 있는 돈입니다. 하지만 제가 몇달동안의 가난을 선택하지 않을 걸 보면, 디지털 카메라가 단순히 '그냥 있었으면 좋겠네.' 정도밖에 안되니 그랬겠죠.


하지만, 학교에 적응 못하면 대안학교라는 곳이 있고,
어떠한 고질적인 문제에도 대안이라는 게 있죠.
이런 문제는 카메라에도 해당된답니다. 

 
저는 대안을 생각했습니다. 장롱 저ㅡ 깊숙한 곳에 고이 잠들어있는, 카메라를 꺼내자!

남들이 디지털을 외칠 때, 나는 클래식을 외쳐보자. 그렇게 거꾸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옷의 유행도 돌고돌듯, 카메라로 돌고 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마음먹고 찾아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동호회도 꾀나 활성되어 있더군요. 필요한 사항 있으면 프린트 해서, 요모조모 이리저리 뜯어보았습니다. (기계말고, 눈으로 뜯었죠 )

알면 알수록 매력덩어리더군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도 오랜 세월 생산된 끝에 중단이 되어, 클래식 카메라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명칭도 갖고 있는 걸 알았죠. 이때부터 클래식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카메라에 관심있는 분들이 사실 한 두분이 아닙니다. 디지털 카메라, DSRL 카메라의 열풍이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클래식 카메라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바로 이 책을 쓰신 4분처럼요. 
 

이 책은 클래식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클래식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만 있느냐? 아닙니다.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목에 나와있듯이 <...떠나다>, 정말 4분이 떠났습니다. 클래식 카메라를 들고요. 그렇다고 기행담이냐? 기행담도 아니지요. 클래식 카메라의 정보가 정말 알차게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클래식 카메라를 선정해 놓고, 한 카메라의 역사에 대해 쭉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카메라 사진가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고요. 클래식 카메라가 요즘 다시 뜨고 있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클래식 카메라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이나 웹사이트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에서 각 카메라마다 그들의 역사를 길지는 않게, 적당히 정리해 놓아 반갑더군요.

그리고, 이 책을 쓰신 분들이 모두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시라, 어디가서 사진찍은 기록들이, 카메라 이야기 뒤에 실려 있습니다. 앞에 소개되었던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삽입되어 있지요. 클래식 카메라라는 소재에 중점을 두고 쓴 책이라, 어디 가서도, 카메라의 이야기가 주입니다.

하지만 지역의 이야기라든가 글쓴이의 모험담(?)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분들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보통사람들의 기행문과 다릅니다. 보통사람들은 살려면은 돌아가야 하는 지역은 돌아가야 하지요. 하지만 이분들은 살기위해, 돌아가야 하는 지역도 그냥 뚫고 지나갑니다. 트럭이 며칠에 한 번 지나갈까 말까 한 곳에 혼자 덩그러니 텐트치고 사진찍을 거, 찍다가 식량이 바닥나는 바람에 거의 빈사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트럭이 나타나 살게 되죠. 그리고 입국 허가서도 없어서 그 지역 사람들처럼 변장해서 들어가기도 합니다. 정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다르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래식 카메라.

클래식에서 뭔가 품위가 느껴집니다. 20c초, 독일인들의 장인정신과 열정으로 만든 카메라, 기어코 독일을 따라 잡은 일본, 푸대접 받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소비에트 때의 러시아 카메라.
오래되었지만, 결코 구식으로만 볼수 없는 게 클래식 카메라 입니다. 요즘 카메라보다 뭔가 없고, 많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요즘 카메라보다 더 뛰어날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열정과 혼이 아직까지 카메라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격동의 20c초를 겪은 카메라는 그 하나만으로도 역사라고 할 수 있겠죠.

여러분들도, 최첨단 기기는 한 번쯤 놔두고, 장롱 깊숙이 잠들어 있는, 어릴 때 쓰던 추억어린 카메라를 한 번 꺼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필름 한번 뽑아보시면, 다시금 옛날 카메라의 매력에 흠뻑 빠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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