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이미지프레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아주 어렸을 때 우리집에 낡은 카메라가 한대 있었습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제가 사진 찍은 일이 없습니다. 그냥 모델처럼 포즈만 취하면 되었어요.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자동으로 필름이 감기는 자동카메라를 거금을 주시고 사오셨습니다. 물론, 상대적인 가격이지요. 비싼 카메라는 월급쟁이 몇 달치 월급만한데 그런 카메라엔 어림없죠.  

자동 카메라가 우리집에 생긴 이후부터, 예전에 있었던 카메라는 너무 촌스러워 보였습니다. 디자인도 그랬지만 또 안 좋게 보인 만든 이유가, 렌즈 부위엔 금이 가 있고, 구석에 도색되어 있는 부분엔, 칠이 벗겨져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소풍이라든지, 수학여행 갈때는 항상 제 손엔 자동카메라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은 흘러흘러 대학생이 되었고, 그때 미니홈피 열풍이 불면서 같이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카메라는 제 돈으로 사야고 마음먹었죠. 그런데 한 번 사는게 만만치 않더군요. 제겐 이십만원도 큰돈이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이십만원 정도는 몇 달 좀더 걷고, 좀더 적게 먹으면 충분히 모을 수 있는 돈입니다. 하지만 제가 몇달동안의 가난을 선택하지 않을 걸 보면, 디지털 카메라가 단순히 '그냥 있었으면 좋겠네.' 정도밖에 안되니 그랬겠죠.


하지만, 학교에 적응 못하면 대안학교라는 곳이 있고,
어떠한 고질적인 문제에도 대안이라는 게 있죠.
이런 문제는 카메라에도 해당된답니다. 

 
저는 대안을 생각했습니다. 장롱 저ㅡ 깊숙한 곳에 고이 잠들어있는, 카메라를 꺼내자!

남들이 디지털을 외칠 때, 나는 클래식을 외쳐보자. 그렇게 거꾸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옷의 유행도 돌고돌듯, 카메라로 돌고 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마음먹고 찾아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의 동호회도 꾀나 활성되어 있더군요. 필요한 사항 있으면 프린트 해서, 요모조모 이리저리 뜯어보았습니다. (기계말고, 눈으로 뜯었죠 )

알면 알수록 매력덩어리더군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도 오랜 세월 생산된 끝에 중단이 되어, 클래식 카메라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명칭도 갖고 있는 걸 알았죠. 이때부터 클래식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카메라에 관심있는 분들이 사실 한 두분이 아닙니다. 디지털 카메라, DSRL 카메라의 열풍이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클래식 카메라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바로 이 책을 쓰신 4분처럼요. 
 

이 책은 클래식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클래식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만 있느냐? 아닙니다.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목에 나와있듯이 <...떠나다>, 정말 4분이 떠났습니다. 클래식 카메라를 들고요. 그렇다고 기행담이냐? 기행담도 아니지요. 클래식 카메라의 정보가 정말 알차게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클래식 카메라를 선정해 놓고, 한 카메라의 역사에 대해 쭉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카메라 사진가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고요. 클래식 카메라가 요즘 다시 뜨고 있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클래식 카메라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이나 웹사이트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에서 각 카메라마다 그들의 역사를 길지는 않게, 적당히 정리해 놓아 반갑더군요.

그리고, 이 책을 쓰신 분들이 모두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시라, 어디가서 사진찍은 기록들이, 카메라 이야기 뒤에 실려 있습니다. 앞에 소개되었던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삽입되어 있지요. 클래식 카메라라는 소재에 중점을 두고 쓴 책이라, 어디 가서도, 카메라의 이야기가 주입니다.

하지만 지역의 이야기라든가 글쓴이의 모험담(?)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분들의 직업이 직업인지라, 보통사람들의 기행문과 다릅니다. 보통사람들은 살려면은 돌아가야 하는 지역은 돌아가야 하지요. 하지만 이분들은 살기위해, 돌아가야 하는 지역도 그냥 뚫고 지나갑니다. 트럭이 며칠에 한 번 지나갈까 말까 한 곳에 혼자 덩그러니 텐트치고 사진찍을 거, 찍다가 식량이 바닥나는 바람에 거의 빈사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트럭이 나타나 살게 되죠. 그리고 입국 허가서도 없어서 그 지역 사람들처럼 변장해서 들어가기도 합니다. 정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는 다르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래식 카메라.

클래식에서 뭔가 품위가 느껴집니다. 20c초, 독일인들의 장인정신과 열정으로 만든 카메라, 기어코 독일을 따라 잡은 일본, 푸대접 받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소비에트 때의 러시아 카메라.
오래되었지만, 결코 구식으로만 볼수 없는 게 클래식 카메라 입니다. 요즘 카메라보다 뭔가 없고, 많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요즘 카메라보다 더 뛰어날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열정과 혼이 아직까지 카메라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격동의 20c초를 겪은 카메라는 그 하나만으로도 역사라고 할 수 있겠죠.

여러분들도, 최첨단 기기는 한 번쯤 놔두고, 장롱 깊숙이 잠들어 있는, 어릴 때 쓰던 추억어린 카메라를 한 번 꺼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필름 한번 뽑아보시면, 다시금 옛날 카메라의 매력에 흠뻑 빠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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