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특강
크리스 와이드너 지음, 김목인 옮김, 이내화 해제 / 마젤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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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인을 보면, 놀랍다는 생각을 한다. 장인들이 만드는 작품을 보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장인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무생물에 혼을 불어 넣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혼은 나같은 예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가슴 속 뭔가를 움직이게 하고 감동하게 만든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시대에 사는 여러 장인들에게 이런 느낌을 받는데, 몇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하는 장인을 보면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책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는데도, 그들의 작품에 깜짝깜짝 놀란다. 매료되기도 하고.

몇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예술가, 미켈란젤로.

어릴 때, 한사람의 예술가가 아니라 거북이로 알고 있었다. (그 당시 나말고 많은 아이들이 그랬겠지만) 이 미켈란젤로는 죽은지 몇 세기가 지나도, 그의 작품과 그의 생애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의 혼을 자신의 작품에 불어 넣었기 때문이고, 그만큼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단련된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빈치도 보지 못했던, 바위 안에 있는 천사를 보고, 그 천사를 깨우려고 노력했다. 세기에 남을 예술가는 이렇게 사물보는 법도 다르다. 그런 사람이 만든 작품은 오죽할까.

미켈란젤로의 이런 점을 보고, 자기계발서로 엮은 책이 바로, 피렌체의 특강이다.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유럽으로 여행온 토마스.

2주간의 여행은 오히려 그에게 외로움만 주고, 회의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정체불명의 묘한 할아버지에게 인생수업을 받고,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 묘한 할아버지는 바로, 미켈란젤로이다. 

 


p.99 일단 대리석을 쪼개고 나면 되돌릴 수가 없어.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네.

삶도 수없이 설계하고 준비해야 해. 한 번 잘못 톱날을 들이대는 순간 돌이키기

힘들어지지. 인생의 목표를 정할 때 우선 스케치와 드로잉을 잊지 말게.

그런 후에 작은 모형을 만들어보는 거야.

 

p.105 매 순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거야. 그 현재가 모여 미래를 형성하지.

 먼 미래의 영광만을 꿈꾸며 미켈란젤로가 청년 시절을 열정적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위대한 작품을 태어날 수 없었겠지.

 


 

나는 예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예술가들을 좋아한다. 뭔가 인생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과 어떤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 그들의 꿈을 보면, 나도 그들의 통찰력을 갖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들을 좋아한다. 나도 왠지 그런 통찰력을 가지면 좀더 내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도 토마스처럼, 미켈란젤로가 나타나서 내게 인생수업 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불가능한가? 그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밖에.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토마스를 데리고, 자신이 만든 <다비드> 상 앞에서, 그리고 <조각하는 과정>에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다른 자기계발서와 내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소설속 허구인물이 아니라, 실존에 바탕에 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가 만든 작품도 이 세상에 현존하니까.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충분히 나도 할수 있다는 희망도 생기고. (물론, 너무 위대한 인물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창조적인 일이든 아니든, 즉 무슨 일을 하든, 그 속에 숨어 있는 어떤 것을 보고, 그걸 끄집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미켈란젤로처럼, 돌덩이에 불과한 대리석 속에 숨어 있는 천사를 보는 안목이 키워질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은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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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섬 - 주제 사라마구 철학동화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박기종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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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쾅쾅쾅

 

배 한 척만 주시오!!!

 

쾅쾅쾅

 

왕궁의 수많은 문 중의 하나인 <청문의 문> 앞에서 한 남자가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왕은 선물의 문 앞에서 간신배들이 바치는 선물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배한척을 달라는 남자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왕은 그의 비서관에게, 비서관은 그 사람보다 더 아랫사람에게 아랫사람은 더 아랫사람에게 그의 청을 듣고 오라고 한다. 그러다가 문 주위를 청소하는 청소부한테까지 왕의 명령이 내려왔다. 그녀 밑으로는 더 이상 사람이 없어서 그녀가 그에게 무엇 때문에 그러냐고 묻는다. 왕이 와서 자신의 말을 직접 듣기 전까지는 <청원의 문> 앞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을거라 으름장을 놓는다.

 

이 나라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다. <청원의 문>은 한 번에 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고, 이 한 사람의 청원이 들어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청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남자가 문앞에 들어 누워 있는 상태이니, 민심이 동요하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왕은 <선물의 문>에서 물러나 <청원의 문>으로 간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네가 원하는 것을 왜 바로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아느냐?

 

남자는 첫번째 질문에만 대답한다.

 

배 한 척을 주시오.

 

 

그의 꿈은 미지의 섬을 찾는 것이다. 왕도, 백성도 모두 그에게 미지의 섬은 이제 더 이상 없다고 한다. 이제 이 세상의 모든 섬들은 지도에 다 있다고 말한다.

 

모든 섬들은 지도에 나와 있다.

 

지도에 나와 있는 것들은 이미 알려진 섬들이죠.

 

네가 찾고자 하는 미지의 섬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그걸 말씀드릴 수 있다면 그 섬은 이미 미지의 섬이 아니지 않은가요?

 

 

옥신각식하다가 왕은 배를 줄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들끓는 민심에 왕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배를 한척 내어준다. 왕으로서의 명예를 세우고.

그는 배를 받았지만, 그와 함께 항해를 할 항해사도, 선원도 없다.

아무도 미지의 섬이 있을거라고 믿지 않으며, 믿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왕궁 청소부인 한 여인만 그를 따라 나선다. 이제 배를 청소하면 되겠다고 하면서.

 

 

남자는 진정한 항해의 스승은 바다와 배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배를 받고 나니까 막막해졌다.

항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를 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곁에서 그녀가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날 밤,

 

안녕히 주무세요, 저는 이쪽으로 갈게요.

 

그럼 저는 이쪽으로 가죠. 내일 봅시다.

 

그 남자는 그날밤 꿈을 꾼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배를 타고 항해를 한다. 남자도 많고, 여자도 많다. 언제 그 사람들이 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는 꿈을 꾸고 있었고, 꿈은 항상 명확한 시작이 없으니까.

배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씨앗, 과일 나무들도 있었다. 미지의 섬에 도착하는 날, 그것들을 옮겨 심을 생각이었다.

 

선원에게 묻는다. 미지의 섬에 도착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냐고.

하지만 선원은, 더이상 미지의 섬은 없다고 일침을 놓는다. 왕궁의 모든 지리학자들이 샅샅이 조사해 보았지만, 더이상 발견할 미지의 섬은 없다고 한다. 그와 나머지 사람들은 단지, 보다 더 나은 곳에서 살기 위해 이 배를 탔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한 섬을 발견하고, 모든 사람과 모든 동물들이 내렸다. 하지만 그 외에 한 사람이 남았다. 그녀였다. 그리고 다른 꽃, 나무들도 남아있었다.

 

그 배가 바로, 미지의 섬이었다.

 

남자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그녀를 안고 있었다.

그날 정오무렵, 그들은 배에 미지의 섬이라고 페인트를 칠하고 바다로 나갔다.

 

 

          

         2

 

이 책을 읽고 내게 생각난 건 두가지다.

정현종 님의 <섬>이라는 시와 미하엘 엔데의 <긴 여행의 목표>였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섬이있다는 정현종 님의 시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모두들 하나의 섬이고, 서로 떨어져 서로 가 닿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외롭다. 서로 이해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히말라야 산맥도 서로 다른 대륙과 대륙이 만나서 형성 되었다. 섬도 언제 다른 섬과 만날지 모른다. 외롭게 바다에 있던 두 섬이 만났다. 그래서 새로운 미지의 섬을 만든다. 외로이 있던 두 섬은 그와 그녀이다. 서로 잘 알지 못해서 더 끌리고, 더 애간장이 탄다. 모든 것이 더 <미지>스러워진다.

 

하지만 지금은 미지의 섬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미지의 섬도 언젠가 지도에 올라갈 테고 그러면 더 이상 미지의 섬이 될 수 없다. 그와 그녀가 만나 새로 만든 섬의 이름도 언젠가는 이름을 바꿔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 다음에 생각난 미하엘 엔데의 <긴 여행의 목표>

 

주인공의 모든 것을 사로잡은 한 그림을 찾기 위해, 그 그림 자체가 된다.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지도에 아무것도 표시 되지 않은 곳, 즉 사람이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는 그 곳에가, 그를 매혹 시켰던 그 그림속 풍경 자체가 된다.

 

다른 사람이 일궈놓은 현실에서 자신의 꿈과 이상을 찾지 못할 때,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미지의 섬>에서도 더이상 찾을 미지의 섬이 없을 때 그는 자신이 있는 배를 미지의 섬으로 만들었다. 꿈 자체를,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일궈냈다.

 

세상에 불가능한 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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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
박지은 지음 / 풀그림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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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읽고 싶은 책>이라는 게시판에 사진이랑 같이 올린 글을 보고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같은 제목의 연극도 있는 거 같은데, 그 분이 연극 무대의 사진을 올리셨다. 천이 여기저기 걸려 있기에 나는 염쟁이가 염색하는 장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염쟁이는 염색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염쟁이란, 장의사를 옛날에 속된 말로 부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염쟁이가 염을 한다고 하는데, 염이라는 것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책에도 나왔던 시체 닦는 일과 제를 올리는 거라든지 장례에 관한 일을 폭넓게 부르는 말같다. 

 

_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

 

여자 주인공, 주기자가 자살에 실패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랑했던 남자친구가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자살 시도를 하는데, 수면제를 먹고 잠만 푹 잘자고 일어났다(깨어난 후 어질어질 하긴 함). 며칠동안 회사를 땡땡이 친 벌로, 염쟁이 유씨의 인터뷰를 해오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동안 주기자가 염쟁이 유씨와 인터뷰를 하려고 몇 차례 시도는 했었지만 번번이 거절받은 터라, 오히려 주기자에겐 잘 되었다. 주기자는 염쟁이 유씨에게 어떤 심경 변화가 있었던 건지 궁금해 하며, 그에게 찾아간다. 염쟁이 유씨는 어떤 사연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마지막 염을 하기 전에 누구한테라도 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낫겠다싶어 그녀에게 연락했노라고 한다.  

염쟁이 유씨는, 염쟁이는 죽은 사람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산 사람도 상대로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평생동안 염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죽음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기자에게 해주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_ 21개의 사연

 
가치 없는 사람이 없으니, 가치 없는 죽음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염쟁이 유씨는 이야기 해준다. 모두 21가지 이야기.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이다. 뉴스에서 나왔던 이야기들 같다. 하지만 뉴스 특성상 어쩔수 없는 앵커의 무미건조한 말투로는 사람들이 감정이입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은, 염쟁이 유씨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전하기 때문에, 감정이 쉽게 동한다. 꼭 아는 사람의 건너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처음 읽을 땐 대부분의 사연마다, 그다음엔 체크 했던 거 옮겨 적을 때, 그다음 체크 한 거 다시 볼 때도 울었다. 참 안타깝고 슬펐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각 사연이 그냥 슬퍼서 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에 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게 왜 좋냐하면 나 자신의 삶을,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_ 恨 (한) -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내가 다른 나라의 모든 장례를 본 것은 아니지만, 각 나라마다 장례 분위기와 장례식에 임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각기 다른 것 같다. 행사를 차치하더라도, 분위기도 나라마다 많이 다르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뤄지기도 하고, 죽어서 행복하라고 즐겁운 노래도 부르는 곳도 있다.

어느 나라든 가까웠던 사람, 고마웠던 사람 등등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테지만 각 나라마다 문화에 따라 장례때 사람들의 슬픔의 표현은 나라의 수만큼이다 다양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무엇이 가장 다를까? 나는 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 울 때, 한이 서린 목소리로 운다. 곡이라는 것도 중국에서 건너왔다지만, 우리 나라 사람이 곡을 하는 걸 들을 땐, 정말 생판 모르는 사람이 죽었어도, 슬퍼진다.

한은 슬픔과 울분이 섞인 것이다. 울분은 후회가 가슴에 맺혀서 된 것이다. 염쟁이 유씨가 하는 이야기들만 봐도, 전부 한이 서린 사람들이 빈소를 찾고, 서글피 울고, 자신의 잘못을 유씨에게 이야기 해 주는 것이다.

"엄니를 찾으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라. 엄니가 나를 버리고 떠나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았을 것을 생각하믄 나가 가슴이 너무 아픈께...

엄니를 만나면 난 엄니를 한번도 원망해 본적 없다구 꼭 말해주고 싶었지라.

그란디 그 한마디를 못하고 죽은께 나가 가슴이 답답하요." 

(p.40 어머니를 구하려다 죽은 조폭이 유씨 꿈에 나타나 한 말)

 

"슬픔보다 더 진하고 오래가는 게 바로 후회여." (p.70 유씨의 말)


 

 

_ 산자에게 죽음이란

 

많은 사람들이 죽음으로서 모든 게 끝이라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식물도 동물도 그렇고 특히나 사람은 더더욱 끝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동생이 죽은 게 아니라 형이 죽었다는 사실이여."

"아니 동생이란 놈이 벼락 맞아 죽어도 시원찮을 판에 형이 죽은 게

다행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자의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한테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으니께.

그란디 형의 죽음은 다르지. 살아있는 자들을 겸손하게 만드는 죽음이란 말이여.

그래서 그 동생 놈이 염하는 곳이나마 찾아와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는 거 아니겄어?"

(p. 106 동생의 욕심으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 쌍둥이 형제 이야기)


죽음이 뜻깊은 건, 죽은 사람보다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음'으로 인해서 마음과 행동이 바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염쟁이 유씨의 아버지, 염쟁이 유씨(유씨의 아버지도 염쟁이셨다, 사실 대대로 염쟁이셨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염까지, 이 유씨 집안에서 했다.)의 말처럼 사람들이 잘 살려고 하는 이유가 다 잘 죽으려고 하는 것이다. 좋은 삶은 좋은 죽음으로 마무리 되고, 좋게 죽기 바라는 사람은 결국 좋은 삶을 살기 때문이다.

"염쟁이로 평생 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배우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네.

아직도 잘 모르겠네만, 죽는다는 건, 생명이 끝나는 거지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닌 것 같거든.

그러니께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뭔가 남기는 죽음, 부끄럽지 않은 죽음,

그런 죽음은 그런 삶에서 비롯되는 거 아니겠는가 말여."

(p. 203 마지막 염하기 직전 염쟁이 유씨의 말)

 


 
_ 죽음 ≒ 삶

 

나도 길게 살지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죽는 걸 2번 겪었다. 할머니께서 명대로 사시다 돌아가시는 걸 보았고(세상에 나온지 아흔번째 해에 돌아가심), 고등학교 졸업 일주일만에, 꽃다운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도 보았다.


태어나는 건 순서가 있지만, 죽는 건 정말 순서가 없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도 해보았다.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곧, 내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알수는 없지만, 언젠가 꼭 죽으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죽기 전에는 나는 언제나 살아있다. 그래서 오늘도 지금도 잘 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때가 오면 자랑스럽게 물러나라.
한 번은 살아야 한다.
그것이 제1의 계율이고,
한 번만 살 수 있다.
이것이 제2의 계율이다.
           
 <두 가지 계율, 에리히 케스트너>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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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다이어리 - 뉴욕에 관한 가장 솔직한 이야기
제환정 지음 / 시공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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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디저트(약 2,200만원)를 내놔 기네스북에 올랐던 한 레스토랑이 일주일만에 영업정지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터무니 없는 가격 때문에,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배려차원에서 그랬을까? 아니면 세금 때문에 그랬을까? 사실 이 때문이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위생관리 소홀로, 레스토랑 안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쥐와 바퀴벌레들 때문에 기네스북에 오른지 일주일 만에 영업정지를 당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로도 뉴욕에 대해 조금 알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매체로 보았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뉴욕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 지저분함과 저급스러운 것도 뉴욕을 이루고 있는 한 모습이라는 것을. 

 

_ 원하는 것만 보이는 도시


아메리카 드림을 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미국이다. 그 미국 안에서도 뉴욕이라는 도시는 정말 온세계의 집결지라고 할만큼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그리고 미국 전역의 엘리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찾아들어오는 곳이고, 다음 식사 끼니를 걱정하며 쓰레기 통을 뒤지는 홈리스들의 집이기도 한 곳이다.

그래서 '섹스 앤 더 시티'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비춰진 뉴욕의 모습만으로 뉴욕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다. 뉴욕은 고소득 싱글들의 화려한 문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기네들의 방식대로 뭉치고 그들만의 문화를 꽃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이주한지 몇 백년이 지나도 아직까지 이방인 취급받는 흑인들도 그들만의 문화를 꽃 피우고. 세계 최고라는 불리는 이들이 있고, 인간으로서 최저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문화의 범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넓은 도시인 뉴욕은, 모든 것이 있는 도시다. 이것이 뉴욕의 매력이다.

   
  뉴욕을 단정지어 넣은 여행 가이드북으로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영원히 알아맞힐 수 없다.(p.16)  
   

우리가 흔히 보는 영화, 여행 가이드에서 소개 되는 뉴욕은 보통 화려한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 때문에 뉴욕에 관심갖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모습만 보고 뉴욕에 갔다가는 뒤통수 맞기 십상이다. 

그래서 뒤통수 여러번 맞아본 지은이가 솔직하게 뉴욕의 모습을 써내려 간다. 세계 땅값 최고가인 뉴욕에서 집짓고 집세 받는 부자 집주인들이, 어떻게 집세를 떼어먹기 위해 사기를 치는지, 바닥에 깔린 100년 이상된 가스 배관이 터져, 언제 사람들을 날려 보낼지 모른다고 경고도 해준다. 화려한 거리 위에 얼마나 사람들이 밀치고 바쁘게 걷는지, 거리에 오물과 배설물의 냄새로 지독한지도 알려준다. 

모든 것이 잡다하게 섞여, 뉴욕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래서 뉴욕에 가기전에 자신이 뉴욕에서 무얼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가지 않으면 제대로 뉴욕을 볼수 없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_ 아름다움과 추함이 맞닿아 있는 도시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문화들이 뉴욕에서 섞이며 독특한 도시의 색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보고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생각났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어떤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도 나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약하고 안 좋은 점도 적당히 있어야지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너무나도 완벽한 도시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줄수 없다. 사람들에게 추종받는 문화와 멸시를 받는 문화가 어느정도 섞여 있어야 그 도시도 매력적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을 닮은 것에 매력을 느끼니까. 뉴욕은 화려함과 저급함이 섞인 도시다. 이런 도시의 이미지를 만든 사람은 뉴욕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래서 내 눈엔, 뉴욕은 인간적이고도 인간적인 도시로 보인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뒤통수를 때릴 지 모를 도시이지만, 살면서 꼭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혹자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슬아슬하게 추함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슬쩍 추함까지 오가는 그 모호함으로 사람들의 창조적인 생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름다움의 정수라는 얘기다. 미가 단지 감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지성적 동요를 유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재미있다. (p. 30)  
   

 

_ 예술의 도시 뉴욕

 
뉴욕은 예술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책 맨 끝 목록은 예술에 대한 이야기들로 꾸려져 있다. 미술, 박물관, 무용 관람에 유용한 정보도 소개 되어있다. 세계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개되어 있는데,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제 더이상 가난한 예술가들의 터전이 아니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소호거리에도 가보고 싶고. 

이부분은 다른 장에 비해서 진짜 다이어리 같다. 다른 장은 지은이의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이 장은 바로 옆에서 내게 이야기 해준다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지은이의 전공이 무용이다보니 그런가 보다. 

맺음글도 이 맨 끝장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부분이 조금 아쉽다. 맺는 글을 맨 끝장과 연결시킬 게 아니라 여는 글에서부터 뉴욕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 뉴욕과 나, 혹은 다른 문제의식을 뉴욕과 연계해서 던지고 본문는 여는 글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맺음글은 자신이 찾은 답을 내놓는 걸로 맺고. 그랬으면  단순히 뉴욕에 대한 책으로 그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조금 염두해두고 앞으로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유럽 여행도 많이 다니신 거 같던데, 만약 유럽 관련 책을 쓸거면)

 지은이의 저서를 보니, 젊은 나이에 무용도 전공하면서 글도 꾸준히 쓰는 분 같으니, 앞으로 어떤 책을 쓸실지 기대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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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ary - 니콜라스를 위한 수잔의 일기
제임스 패터슨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길지 않은, 한 여자의 생을 보았다.

 

그녀는 기쁠 때도 있었고, 슬플 때도 있었고

화날 때도 있었고, 짜증날 때도 있었다.

한 남자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했다.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죽다가 살아났다.

또 한 명의 남자를 만나고, 결혼한다.

진심으로, 서로 사랑한다.

 

그리고 아이를 갖는다.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아기는, 세상의 전부다.

하지만, 그 아이를 낳기 위해서,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

또다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다.

 

그리고, 끝이 없을 것 같은 행복이 이어진다.

아이는 이세상 다른 어떤 아이보다 예쁘고, 똑똑하다.

게다가 말도 잘 듣는다.

 

그러다가 다시 보석같은 둘째를 갖는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만류한다.

그녀는 용서를 빌 일이 아니지만, 무릎을 꿇는다.

아이를 낳기 위해.

하지만, 둘째는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

 

가슴 찢어질 듯한 슬픔이 그녀에게 닥쳐와도,

다른 사람에게 두려움뿐인 죽음이 목전에 와도, 받아들인다.

 

 

수잔의 삶을 보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았고,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았다.

혼자만 행복했던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행복을 주었다.

 

좋은 게 좋다고 항상 기분 좋기만을 바라면 안 된다.

슬픔도 감내 해야한다.

화가 나도, 짜증이 나도 잘 받아드려야 한다.

 

수잔은 우리가 5개의 공을 가지고 저글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 친구, 가족, 건강, 자기자신'이라는 다섯 가지의 공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라서 실수로나 일부로나 떨어트려도

금방 튀어 올라서, 좀 괜찮다.

하지만 다른 공들은 유리공이다.

그래서 자칫 실수를 해서 떨어트리면,

깨어지거나 금이 간다.

그래서 '친구, 가족, 건강, 자기자신'은 정말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나도, 수잔의 마음을 닮고 싶다.

수잔의 삶의 닮고 싶다. (단, 건강이라는 공은 놓치지 않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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